한인사회 ‘파노라마 2004’ <3> 사건 . 사고
산악 추락사·음주운전·밀입국 체포·강도에 피격...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는 감춰져 있는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창이다. 살인 등 강력사건 발생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평이지만 2004년 한해도 한인사회에서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이민사회에서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던 치부가 드러났는가 하면, 사건에 관계된 배경 스토리가 알려져 많은 이들을 가슴 찡하게 하기도 했다.
스몰 비즈니스 범죄타겟... 교통사고 덧없는 죽음도
유명인 횡령·살인혐의 충격... 한인간 총격사건까지
지난 8월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에서 발생한 자동차 추락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해 나르고 있다(위).
<신효섭 기자>
◇실종, 조난=신년 첫날부터 마운틴 볼디에 등산을 갔던 고충헌(53)씨가 실종돼 연인원 수 백명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고씨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고씨 수색을 위해 한인 산악인들도 매일 산에 오르면서 헌신적인 동료애를 발휘했다.
8월엔 앤젤레스 국립공원으로 하이킹을 떠났던 김송재(68), 진홍섭(68)씨 등 한인노인 2명이 차량 추락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이후에도 이 일대에서는 산길 추락사가 이어져 한인들에게도 경계의 도로가 됐다.
◇교통사고, 음주운전=음주운전자들을 옥죄는 법안이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한인들의 음주운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2월엔 음주 후 프리웨이를 거꾸로 달리다가 사고를 낸 크리스티나 유(46)씨가 체포됐으나 보석 후 한국으로 잠적해 버렸는가 하면, 8월과 9월엔 모두 10대인 민경훈(19), 박상우(18)군이 각각 음주상태의 교통사고로 사상자를 내고 체포됐다.
7월엔 라스베가스를 다녀오던 차량이 굴러 2명이 죽고, 3명이 다쳤으며, 지난 10일 송년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이익주(50)씨가 프리웨이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 현장에서 숨졌다.
◇밀입국, 매춘=미 전국에서 들려오는 밀입국 시도 한인 검거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왔다.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검거된 한인들은 알려지지 않은 수를 합하면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여성들의 밀입국은 브로커와 매춘조직으로 연결돼 이뤄진다는 것을 증명하듯 밀입국 여성을 감금한 한인이 기소(2월25일)됐고, 5월엔 10년간 150만달러의 순수익을 올린 기업형 매춘조직이 적발돼 한인 이선희씨가 타인종 공범들과 함께 체포됐다.
◇강력사건, 갱문제=지난 18일 LA 리커스토어에서 양재웅(59)씨가 강도총격으로 숨진 것처럼 스몰 비즈니스 오너들이 죽거나 크게 다친 강력 사건만 7건 이상이 발생해 가장 큰 범죄의 희생자가 됐다.
7월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던 한인타운내 ‘나이스큐 당구장’ 총격 사건은 한인사회에 만연한 비즈니스 매매 관행의 환부가 극단적 행위로 터졌다는 점에서 모두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3월 사이프러스 카페에서 갱단의 오인총격으로 발생한 비너스 현양 살해사건은 한인 청소년들이 다른 아시아계 청소년들과 함께 갱단에 가입해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토랜스, 세리토스에서는 한인 고교생들이 패싸움을 벌여 체포됐으며, 크레센타밸리 고교 재학 한인 여고생들이 강도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최근엔 한국에서 활동하던 유명 힙합가수 스티브 김씨가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모자와 보모를 잔인하게 살인해 충격을 줬던 ‘미라클 마일’사건은 1년반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엽기, 사회적 이슈=필라델피아에서는 이윤정씨 피살사건의 용의자는 정신병력이 있는 외숙모로 밝혀졌으며, 달라스에서는 한인 대학생 형제가 결박상태로 피살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명문대 휴학생 대니얼 정씨가 아버지를 자동차로 숨지게 한 일과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골프채로 아내를 살해한 오수일씨의 케이스를 통해 위태로운 한인 가정의 속내를 드러냈다.
6월엔 폰태나의 교사 영 강(32)씨가 여제자와 성관계 혐의로 체포됐는가 하면, ‘팬티도둑’이란 별명이 붙은 김성구(30)씨가 오리건주 백인 여성 실종사건과 관련해 법정체포 되기도 했다.
LA 한인타운에서는 흑인 성폭행범이 출몰해 밤길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수 천장의 전단이 배포됐으나 체포되지 못했고, ‘Korean Terrorist’라 적힌 괴우편물 수십여장이 가정집과 비즈니스로 배달돼 결국 에퀴터블 빌딩이 소개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성공한 1.5세 금융가로 한국에서 투자금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김경준씨의 케이스는 한동안 한인 미디어의 전면을 채운 이슈로 다뤄졌다.
사건과 범죄가 한인 사회의 음지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총격으로 숨진 김태준씨 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정, 7명의 생명을 살리는 ‘사즉생’의 사랑을 실천하기도 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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