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주도하는 다민족 다인종 은행 설립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결성된 오클랜드 벤처그룹(대표 홍승훈 전 나라은행장)은 지난 17일 총자산 1억달러·자본금 1,200만달러·연간 영업순익 150만달러에 달하는 IB은행(Innovative Bank, 본점 오클랜드)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거쳐야 할 과정도 풀어야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인수작업 경과
▶IB은행 매각정보 입수에서 사전승인신청 회의까지=북가주와 남가주를 막론하고 한인사회에 은행 설립 움직임은 항상 있어왔다. 영업부진 등으로 고사위기에 놓인 은행을 인수·합병하는 구상도 여러차례 떠돌다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번 IB은행 인수와 관련해 누가 언제 어떻게 매각정보를 알아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오클랜드 벤처그룹이 이를 위해 페더럴리저브뱅크(FRB)·캘리포니아주 은행감독원 등과 사전 승인신청 회의(Pre-Filing Meeting)를 가진 것은 12월 초다. 이 회의를 하기까지 정보입수→타당성 조사→투자그룹 결성→예비접촉 등 상당한 시일을 두고 최소한 몇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게 잡아도 몇개월 전부터 꾸준한 물밑작업을 벌여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식 인수계약 체결과 후속절차=투자그룹을 대표한 홍승훈 전 나라은행장은 17일 남가주 어바인에 있는 IB은행 지주회사(Innovative BanCorp)사의 팀 자커 이사장과 주식전량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사실상 매매계약과 다름없다. 이에 따라 본인가 승인신청을 준비중인 투자그룹은 2005년 3월까지 은행감독기관의 최종승인을 얻어내고 4월까지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일정표를 짜놓고 있다.
▶큰손투자자 및 개미투자자 유치를 위한 순회 투자설명회=홍 전 행장 등 투자그룹이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 30만달러 이상 큰손투자자 및 3만달러 이상 30만달러 미만 개미투자자 유치다. 인원과 투자액이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발기인 겸 예비이사 자격으로 IB은행 인수작업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자금력만으로는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넘어야 할 장애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미 은행관계법은 1인의 지분이 10% 이상 되는 않도록 갖가지 까다로운 제동장치를두고 있다. 따라서 IB은행 투자그룹의 어느 개인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싶어도 섣불리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남는 것은 공모든 개별유치든 투자자가 많을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 때문에 투자그룹 리더들은 새해 첫달 오클랜드 등 베이지역을 시발로 대대적인 투자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호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한인을 위한 IB은행 영업개시=투자그룹은 후속절차가 마무리돼 경영권을 넘겨받는 즉시 오클랜드 본점 이외에 산호세지역과 LA한인타운에 지점을 개설, 영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2004년 4월로 잡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
▶’푼돈 모아 목돈 마련’ 방식의 문제점=이같은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은행설립 과정이 이와 같은 코스를 밟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몇차례 베이지역 한인사회에서 거론됐다 흐지부지 사라졌던 은행설립(인수·합병 포함) 움직임들을 보면, ▷실제로는 빈손 또는 빈손에 가까우면서도 큰손 행세를 하거나 ▷자신이 큰손이 아닌 것은 인정하되 대단한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 듯이 행동하면서 ▷실무 주도자들을 오판하게 해 ▷결과적으로 작업 자체를 지체시키거나 ▷거액 또는 상당한 투자를 미끼로 설립도 되기 전에 인사권·경영권에 간섭하려 들거나 이익분배에서 특혜를 받으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예비)투자자 간 갈등 심화=사정이 이러다보니 이제 금융업 투자에 관심을 가진 일반 투자자들도 00가 끼어 있으면 나는 안하겠다는 식으로 특정인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졌다. 이는 결국 투자그룹의 총체적 자금조달 능력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그룹은 자금조달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이른바 ‘문제인사들의 돈’은 가급적 받지 않는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있다.<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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