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111호 사시는 할머니께서 황급히 다가오면서
“민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무슨 일인데요?”
“이리 좀 오세요.”
그 할머니를 따라 그의 방에 들어서니 그 집 주인이신 할아버지께서 방바닥에 뒤둥굴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래며
“어떻게 된 일이어요? 왜, 쓰러지셨어요?”
혹시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 등으로 급작히 쓰러 지셨나는 의아심에서 물었다.
“아니요. 침대에서 굴러 떨어 졌어요.”
“침대에서 떨어지시다니요?”
“날 좀 거들어 주세요. 이 양반이 거동을 못하시고 몸도 추스르지 못하니 들어서 침대에 올려놓아 주세요.”
할머니와 둘이서 그 어른을 들어서 침대에 올려놓으며
“병원에 모시지 않아도 좋을까요?”
하고 물었으나 ‘괜찮다’고하였다.
내가 이 아파트로 옮겨와서 그 분을 가끔 뵙게 되었다. 또 모시고 나가 점심 대접을 한 일도 있었다. 올 봄까지만 해도 밀고 다니는 의지대를 붙들고 나오시어 아파트 앞 벤치에 앉아 바람도 쏘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요즘은 못 뵈어서 ‘출타 하셨나?’ 하는 정도로 여기고 지냈다.
그런데 한두 달 못 본 사이에 저렇게 쇠약해지셨나? 놀랠 정도로 쇠진 해지고, 기력이 빠져 일어나 앉지도 못함은 물론 몸도 움직이지를 못하여 배설물도 받아 낸다고 부인께서 말씀하시었다.
“저 액자의 사진은 이 어른의 사진인데 몇 살 되신 해에 촬영한 사진이지요?”
나는 침대 위 벽에 걸려있는 사진 액자를 가리키며 부인에게 물어 보았다.
“글세요, 확실한 연대는 모르지만 이 어른이 50대에 찍은 사진이지요.”
나는 그의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다보다가 그 밑에 누어있는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을까!’ 나는 다시 사진을 바라보고, 그리고 누어있는 노인을 또 다시 한번 내려다보았다. 이렇게도 변할 수가 있을까? 너무나도 엄청나게 다르다. 저 사진을 50대에 촬영한 사진이라고 가정 한다면 그 사진은 이 노인이 현재 구십이 넘어 , 3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 이 노인은 너무나 변해있다.
저 사진의 건강한 얼굴 모습에 한일자로 꽉 다물은 입은 의지가 굳건하다. 그리고 슬기롭고 총명한 눈동자는 그분이 젊었을 시절의 슬기로웠고, 인자한 성품을 나타내고 있다. 가슴의 반 이상으로 나타난 그 몸집은 젊었을 때의 그의 건장한 체구를 보여 주고 있으며 힘이 꽉 찬 몸집이었다. 그러나 그 사진 밑에 누어있는 이 노인의 현재의 모습은 저렇게도 건강하고 늠름한 분이었던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처절한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살이 다 빠져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몸, 너무나 쇠잔하여 침대에서 이러나지도 못하며,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다.
시간과 함께 자라났고, 시간과 더불어 늙었기에, 자나간 그 옛날의 젊음은 하나의 인생역정으로 남았을 것이다.
이 노인은 자기의 머리위에 걸려있는 자기의 젊었던 그 시절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그날의 추억을 더듬어 미소도 지어보고. 또 무상한 인생의 대한 상념을 하면서 눈물도 흘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 세상의 만물은 생에서 사라짐의 천리를 어길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 노인이 누어있는 방을 되돌아보면서 ‘내 후년이면 쌍 사십되는 나도 얼마 가지 않아 저 노인처럼 몸을 추스르 지 못하게 되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이 일어나 ‘ ----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 이다’라는 어느 현자의 말의 뜻을 되 새겨 보았다.
민기식
약 력
충북 출생. 홍익대학 국문학부
‘문예운동’ 신인상.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원. 국제펜믈럽 한국본부 회원
작품집: ‘늦깍이의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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