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배달되는 우편물에 뭐 대단한 게 있을까. 맨 돈 내라는 청구서밖에. 하지만 12월을 맞아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빨간색 겉봉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들을 받으며 우리는 감동한다. 세상에, 이메일 쓰기도 바쁜 세상에 언제 카드를 골라 몇 자 적고 우표까지 붙여 이렇게 보냈을까. 받아서 기분 나쁜 카드도 있다. 인기 정상의 연예인이나 정치인일지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될 일, 카드에다 달랑 사인만 해서 보내는 케이스다. 생각해 보자. 어린 시절, 빳빳한 도화지에 색종이, 솜까지 붙여가며 연하장을 만들던 추억을. 카드에 쓸 문구를 연습장에 한 번 써 틀리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가는 과정은 카드 받을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는 아름다운 시간이다. 물론 사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이 카드다. 그보다 더 간단한 건 이메일로 보내는 이 카드. 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그리운 것이 연말연시, 직접 만든 카드에 몇 자 적은 감사의 노트만큼 고마운 건 다시없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눈 내리는 목사관 정원’. 노턴 사이먼 뮤지엄에서는 소장 컬렉션인 이 작품을 카드에 그려 넣는 가족 행사를 마련한다.
아어르트 반 데르 네르의 ‘피겨 스케이트 타는 겨울’. 역시 카드 그려 넣기 가족 행사의 대상 작품이다.
‘마음’함께 담겨 감동 2배로
번 주말 자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카드를 만들고 싶다면 패사디나의 노턴 사이먼 뮤지엄을 향할 일이다. 미술사의 보고들을 한껏 껴안고 있는 이곳에서는 내일 성탄을 앞두고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한다.
겨울의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나목들을 따뜻하게 덮고 있는 하얀 눈, 얼음판에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보는 그대로 크리스마스카드 그림이야.” 많은 화가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고스란히 화폭에 옮겼다.
빈센트 반 고흐의 ‘눈 내리는 목사관 정원’, 알프레드 시즐리의 ‘눈 내리는 루베시엔느’, 아어르트 반 데르 네르의 ‘피겨 스케이트 타는 겨울 풍경’ 등이 그것이다.
은빛 겨울 풍경들을 소장하고 있는 노턴 사이먼 뮤지엄에서는 내일 이 그림들을 카드에 옮겨 그려 넣는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한다.
해 진 뒤에는 챔버 오케스트라의 특별 콘서트도 이어질 계획이다. 뮤제 오르세이와 루브르를 품고 있는 파리의 하늘 밑에서도, 뮤제오 디 우피치가 있는 피렌체에서도 기세 등등한 이유가 있다.
르네상스로부터 인상파는 물론이요 20세기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과 아시아의 보물들까지, 말 그대로 걸작품만 골라 소장하고 있는 노턴 사이먼 뮤지엄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패사디나에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보물이 바로 내 것인데 제 아무리 루브르라고 기가 죽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라파엘로의 성모자상, 램브란트의 자화상, 피터 폴 루벤스의 성화, 구스타프 꾸르베의 풍경화, 폴 세잔느의 터질 듯 탐스런 정물화, 에드가 드가의 무희들, 폴 고갱의 타히티 여인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과 초상화들, 에두아르 마네의 풍자화, 끌로드 모네의 꽃밭, 삐에르 오귀스뜨 르느와르의 풍만한 여인들, 죠르주 쉬라의 점묘화, 앙리 드 투르즈노트렉의 관능미 넘치는 몽마르트의 여인들까지. 이렇게 알찬 작품들로 가득 찬 뮤지엄이 세상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앙리 마티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그리고 알렉세이 욜린스키, 바실리 칸딘스키, 폴 클리 등 블루 포(Blue Four)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도 노턴 사이먼 뮤지엄에는 알차게 모아놓았다.
마리 떼레제를 모델로 그린 ‘책 읽는 여인’으로부터 큐비즘 절정기의 피카소 작품들, 앤디 워홀의 모던 아트도 뮤지엄의 소장품을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노턴 사이먼은 거룩한 관능을 보여주는 힌두교의 미투나, 해탈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는 간다라 불상 등 인도와 동남아의 예술 작품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동서양 2천 년 인류의 문화사를 넘나드는 방대한 소장품들은 유럽과 미국의 회화와 조각, 인도와 동남아의 예술 작품들을 폭넓게 포함,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컬렉션 가운데 하나를 자랑하고 있다.
열정에 가득 찼던 컬렉터 노턴 사이먼의 특별한 노력과 비전이 고스란히 반영된 노턴 사이먼 뮤지엄은 인류 문화사에의 헌정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건물 또한 하나의 예술 작품. 1969년에 지어진 현대적인 느낌의 건축물도 좋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엄의 정원이다.
계절마다 색색의 꽃이 피어나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바로 자연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곳. 꽃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헨리 무어, 오귀스뜨 로뎅 등 현대 조각가들의 예술 작품은 자연과 상충됨 없이 하모니를 이루며 우리를 사유케 한다.
뮤지엄의 그림을 본 딴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자기 나름대로 디자인한 카드를 만들어도 받는 사람들은 대량 생산된 천편일률적 카드와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낄 터이다.
굳이 즐거운 성탄을 보내라는 구태의연한 말보다 한 해 동안 우리들에게 보여준 그들의 사랑과 우정에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적어 넣자. 올해 겨울은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로 인해 마냥 따뜻하게만 기억될 테니까.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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