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동성결혼의 합법성이 매서추세츠주 대법원에서 인정되어 미국에서는 첫 동성결혼이 허용되는 일이 생겼다. 찬반의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이 드디어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네번째 나라가 됐다고 했다.
일전에는 캐나다 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을 허락하는 판결을 했다. 물론 동성애자일지라도, 결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에게나, 정신질환자이거나, 신체불구자일지라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갖고 자녀를 가질 수 있는 동등한 권리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결혼이라 함은 인류 역사상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온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말함이다. 그 결과 자녀가 생기고 가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보편적인 의미의 결혼을 할 권리가 동성애자들에게도 주어져 왔고 지금도 있다. 문제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동성결혼의 특별법이 생기는 판례이다.
한번은 중년 남성 동성애자의 상담에 응한 적이 있다. 그는 가정과 자녀를 사랑하고, 자신이 동성애자란 것도 숨기며 살아 왔다. 아내에게 자신의 동성애 사랑행각이 들통나지 않고 지났으면 그의 인생은 그런 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의 동성애인과의 관계가 아내에게 발각이 되면서 그는 심각한 가정문제로 고민하게 됐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니 그런 줄만 알았지요, 여행 때마다 데리고 다닌 그 사람이 동성애 파트너인줄을 몰랐어요. 차라리 여자와 바람을 피웠으면, 용서해 줄 수도 있겠는데…” 하며 울먹였다. 정신과 의사로서도 이런 심각한 문제에는 뭐라고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남편을 보았다. 자신의 동성애는 인정하면서도 결혼과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남편을 보며, 인생은 고해라는 것을 절감하는 것밖에는 내게도 뾰족한 묘안은 없었다. 급한 대로, 일단은 상담을 지속하면서 생각하자고 밀어놓았는데, 다시 오지 않아서 이 부부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모른다.
동성애자일지라도, 이렇게 원하면 결혼을 할 수도 자녀를 가질 수 있으며, 외도까지도 할 수 있다. 이들도 지금까지 아무 차별 없이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왔다. 문제는 ‘동성결혼’이라는 특권법을 만드는 셈인 결혼의 재정의가 문제이다. 동성애자이건 성전환자건 양성애자건 간에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결혼할 권리가 보장되어 왔는데, 이상한 논리로 동성애자에게 동성결혼, 이성애자에게는 이성결혼으로 두 종류의 결혼을 만들고, 이런 경향이라면 양성애자들에게는 양성결혼(남자와 여자를 하나씩 배우자로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근친상간자에게는 근친결혼도 인정하고, 다부다처제 신봉자에게는 다부다처(poligamy) 결혼도 인정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 사회와 인류는 어찌되는가?
이런 난센스에 몰입해 있는 나를 아내가 깨운다. “여보 얘들이 맨 여자 얘기만 하고 있어.” 오랜만에 집에 온 두 아들과 아들 친구들과 함께 한 저녁 석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뜸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고 나는 대답했다. 어리둥절한 아내를 보며 나는 감사했다. 이 아이들이 이 20대에 가장 관심 있게 이야기 할 것이 여자 이야기란 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감사할 일이었다.
사랑하면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의 비약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동성, 이성애자를 막론하고,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라서 말 못하는” 가슴을 태우며 살아가는 것도 세상사이다.
판사들이 심사숙고한 결정이겠지만, 모든 세상사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데려와서 결정을 할 때에 무리가 생기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정균희/UCLA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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