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시즌 음주운전 원인과 실태 <1>
지난주 송년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인 치과의사가 프리웨이를 거꾸로 달리다 택시와 정면 충돌,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음주운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음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초 신년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던 다이아몬드바의 한인 주부는 역시 프리웨이를 역주행하다가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간신히 정면충돌을 모면해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연말 연시 술자리가 많은 한인사회에 경종을 울려주는 섬짓한 사건들이다. 송년 분위기에 음주 기회가 많은 한인사회의 음주 운전실태를 시리즈로 긴급 진단한다.
동시픽업 등 비용 만만찮고
“난 안걸려”객기에 운전대
한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연말 연시의 들뜬 기분에 송년모임까지 러시를 이뤄 자의반 타의반으로 운전대를 잡다가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케이스는 주변에 넘칠 정도다.
‘김스운전학교’의 김응문 교장은 “음주운전이 전체적으로 10%는 줄었지만 12월과 1월이면 경찰에 체포돼 음주운전 교육을 받으러 오는 한인들이 어김없이 늘고 있다”며 술 권하는 한인 문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다운타운의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케빈 김(48)씨는 요즘 연말 모임이 두렵기까지 하다. 거래처 대접에서부터 선후배 연말 파티, 동창모임까지 거의 매일 술자리가 마련돼 술마시기도 겁나지만 운전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실때 마다 동시픽업을 이용하지만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김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술 권하는 문화가 보편화 된 한인사회에서는 술을 피해가기란 쉽지가 않은데다가 대중 교통 수단 이용이 익숙치 않아 거의 습관적으로 목숨을 내건 음주운전에 나서는 한인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얼마전 음주운전에 적발된 직장인 유모(45)씨는 “친하게 모이는 동창들중 벌써 절반이 음주운전에 걸렸다”며 “설마 했었는데 내가 걸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걸릴까” 목숨건 운전 아찔
연말 음주운전 실태진단
지나친 조심운전 ‘경찰 표적’자초
한인들의 음주 운전은 유씨의 말처럼 ‘설마’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응문 운전학교장은 “자기는 절대로 걸리지 않는다는 기대감 마음 때문에 핸들을 잡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주 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게 되면 ‘도둑이 제발 저리는 심정’으로 ▲스탑 표시가 많은 좁은 골목길을 이용하고 ▲규정 속도를 오히려 더 정확히 지켜 경찰의 주요 단속 대상이 된다. 운전 실력과는 상관없이 경찰의 표적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운전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음주운전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원이 가주운전학교장은 “음주 후에는 일반적으로 운동 신경이 떨어지는 대신 심리적으로는 용감해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실제는 이와 반대여서 운동 신경을 관장하는 소뇌의 기능이 약화된다.
택시비에 부담을 느껴 운전대를 잡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LA 한인타운에서 송년모임을 가진 뒤 세리토스나 하시엔다까지 동시 픽업할 경우 대략 60달러 정도의 요금이 드는데 요즘처럼 술자리 모임이 많을 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직장인 K씨는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자주 이용하기는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타운 내 한 택시 업체에 따르면 “술자리는 늘어난 것 같지만 택시 이용 손님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 차는 꼭 자기가 운전해야 마음이 편한 한인 운전자도 있다. 음주 후 새벽 3시 경 프리웨이를 운전하다가 생명을 잃을 뻔했다는 회사원 P씨는 “다음날 아침 차를 쓸 일이 있었고 내차를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P씨는 “당시 프리웨이를 탄지 20분만에 눈이 계속 감겨왔고 중앙분리선이 자꾸만 가까이 다가왔다”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맥주 3캔이나 소주 반병땐 ‘위험’
■ 처벌기준 0.08%는
캘리포니아등 대부분의 주에서는 체내 알콜 농도 0.08% 이상의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형사범으로 취급해 법률적 제재를 받는다.
대략 160파운드(약 70kg)의 몸무게를 가진 사람이 2홉들이 소주 1병을 마시면 혈중 알콜농도는 0.16%정도 오르게 되는데 약 4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운전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또 캔맥주 1병을 마신후 1시간 가량이 지나면 0.03%로 오르고 2시간이 지나야 체내에서 알콜 기운이 빠져나간다.
잔수로 본다면 최근 유행하는 와인은 와인잔(5온스)으로 3잔 반, 양주는 작은 샷잔(1.25온스) 3잔반, 맥주는 3캔(12온스)이 음주 한계점에 도달되는 알콜 양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사람의 컨디션이나 음식 섭취의 유무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체내 알콜 농도가 차이가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체중이 작아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의 경우보다 훨씬 농도가 높게 나온다.
<김정섭·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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