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문구가 내년부터 바뀔 전망이다. 한국 개신교계의 대표단체인 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주 62명의 각 교단 전문가들이 현대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로 번역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문안을 발표했다.
새 기도문을 보면 주기도문의 ‘나라이 임하옵시며’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로 바뀌었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준 것같이’는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준 것같이’로 고쳐 썼으며, 사도신경은 첫 구절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를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로 개정됐다.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수정작업 외에도 요즘 한국 교계에서는 교회 용어들을 전면적으로 고치고 손보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문화연구소는 한글날을 기념해 ‘교회 용어, 이대로 좋은가’란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했고, 예장통합, 예장합동, 예장대신, 기성 등 대표적인 교단들이 이에 관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변경된 새로운 기독교 용어’ ‘교회생활 바른 용어집’ 등 책자를 펴내며 새로운 교회언어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여러 교단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잘못된 교회 용어들 중 대표적인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괄호 안이 맞게 고친 말) ▲예배 드리다, 기도 드리다(예배하다, 기도하다) ▲축복(복), 축복하여 주옵소서(복 주옵소서) ▲천당(천국) ▲성전(예배당 혹은 교회당), 제단(강단) ▲성가대(찬양대) ▲대표기도(기도인도) ▲준비찬송(예배전 찬송), 특송(찬송) ▲당회장(담임목사) ▲안식일(주일) ▲불신자(비신자) ▲태신자(지명한 전도대상자)
이중 한국 교회들이 가장 많이 잘못 사용해온 용어는 ‘축복’과 ‘성가대’일 것이다. ‘교회용어 바로 쓰기’(김석한 저)란 책의 설명에 따르면 축복은 ‘남을 위하여 복을 비는 행위’이므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복을 빌 때 쓰는 말이다. ‘복의 근원’인 하나님께는 단지 복을 내려(베풀어)달라고 해야지, 축복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법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성가대와 찬양대의 차이에 관하여는, ‘성가’는 세속적인 노래와 구분할 때 사용하는 말로서 다른 종교, 예컨대 불교에서 찬불가를 부르는 무리도 성가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만을 찬양하는 사람들의 무리는 찬양대로 불려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어들로 ‘기도를 받다’ ‘예배를 드려주다’ ‘소천하다’ ‘명복을 빌다’ 등이 꼽혔고, 목사가 자신의 아내를 칭할 때 사모라는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되었으며(아내 혹은 집사람이라고 해야 옳다), 한사람의 교인을 말할 때 무리를 뜻하는 ‘성도’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사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교회들은 교회 안에서의 용어 사용만을 고칠 것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사용하는 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 같다. 기독교인들은 대화에서 유난히 종교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변의 몇몇 비 기독교신자를 상대로 탐문한 결과 기독교인을 만나 대화할 때 가장 싫은 순간이 ‘할렐루야’로 말문을 열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할렐루야’라고 인사하거나, 말끝마다 ‘아멘, 아멘’하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 사용이다.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뜻의 할렐루야는 하나님을 향한 최상의 신앙적 표현이지 대인관계에서의 인사말이 아니며, ‘그렇게 될지어다’라는 뜻의 아멘 역시 목회자들이 자기 설교에 화답하도록 유도하거나, 기복적인 선언 앞에 반사적으로 남발해서는 안 되는 신앙고백인 것이다.
또 대화도중 하나님의 은혜, 성령의 역사, 사탄의 역사,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 승리하세요 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도 기피대상이었으며, 아무에게나 형제님, 자매님으로 호칭할 때 몹시 거북하다고들 했다. 그리고 이러한 거부감은 비신자뿐 아니라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조차 비슷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인들만이 이해하는 단어를 교회 밖에서 사용하면서 비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교회 용어를 일반 표준어,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에 맞게 써야 전도도 더 잘할 수 있고 교회와 세상이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
정숙희<특집2부 부장·부국장 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