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中사막서 겪은 고초 소중한 교훈…채 이번엔 남자호령 캐릭터 가슴 후련
90년대 안방극장의 양대 ‘아이콘’ 최수종과 채시라가 한 작품에서 만났다.
KBS 2TV 대하 사극 ‘해신’(극본 정진옥ㆍ연출 강일수). 신라 시대 노예 출신에서 바다의 제왕이 된 장보고의 생애를 그린 ‘해신’에서 최수종과 채시라는 일생일대의 라이벌인 장보고와 자미부인으로 치열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1992년 MBC 주말극 ‘아들과 딸’에서 이루지 못한 연인 관계로 호흡을 맞춘 뒤 12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번엔 서로에게 칼을 겨눈 관계다. 지난 4월 KBS 2TV ‘애정의 조건’과 MBC ‘장미의 전쟁’ 주말극 경쟁을 통해 1라운드 대결을 벌인 뒤 한 작품에서 본격적인 대결에 접어든 셈이다.
신세대 스타들의 점유물이 되다시피 한 밤 10시대에 도전장을 던진 두 고참 스타의 위력은 방송 초기부터 만만치 않다. 방송 시작과 함께 시간대 1위에 올라선 뒤 3주차에 접어들면서 1위 자리를 더욱 굳게 다지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엔 두 고참이 전에 없이 많이 흘린 땀과 고군분투가 숨어 있다.
# ‘해신’은 ‘체험 삶의 현장’
최수종과 채시라는 ‘해신’을 통해 20년 가까운 연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관록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두 사람이지만 ‘해신’ 촬영 기간 동안 겪은 고초는 관록과 노련미로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2개월 동안 진행된 중국 촬영에 대해 두 사람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수종은 지난 2000년 KBS 1TV 사극 ‘태조 왕건’ 200회를 3년에 걸쳐 촬영한 경험이 있어 50부작 ‘해신’에 대해 부담을 두지 않았다. “10개월에 50회 정도야.” 그랬던 그가 중국 촬영 후엔 “앞으로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을 바꿨다.
돈황 황주 등 중국의 사막과 초원 지대를 오가면서 겪은 고초가 준 소중한 교훈인 것이다. 항상 입안에 가득한 모래 먼지와 황토색으로 뒤덮인 밥, 촬영 기간 동안 2차례나 병원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의 강행군은 단순히 “고생했다”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함이 많은 것이었다.
“사막 모래 바람은 장난이 아니다. 허리까지 파묻히는 장면 촬영 도중 모래 바람이 몰려오더니 이내 목까지 파묻혔다. 그런 상태로 6시간 동안 있었으니…. 사막 모래 속에 완전히 매장당하는 줄 알았다.”
채시라는 매서운 추위와 싸움이 혹독했다. 매혹적인 미모로 신라 상단을 장악한 자미부인의 캐릭터상 의상은 속이 비칠 듯 하늘하늘한데 기온은 항상 영하고 매서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던 탓이다.
덕분에 항상 감기를 몸에 달고 다녔다. 항상 몸살 상태였지만 빡빡한 스케줄은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채시라도 1999년 KBS 1TV 사극 ‘왕과 비’를 통해 장기간 사극을 촬영한 경험이 있지만 ‘해신’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말도 못하게 힘들다. 그래도 ‘애정의 조건’에서 남자 때문에 시달리다가 이貶?모든 남자들을 거느리고 호령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가슴은 후련하다.”
# 서로에 대한 신뢰, 모두로부터의 신뢰
최수종과 채시라는 서로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은 많지 않지만 항상 배역에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동료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최수종은 “채시라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연기자다.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사람도 편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여걸 중의 여걸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채시라 또한 “최수종 선배는 어떤 배역을 위해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완전히 던질 수 있는 열정을 지니고 있는 점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이번에도 중국 촬영 기간 내내 어느 누구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열정을 보여줬다. 작품의 맏형으로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두 사람은 모두 가정에 충실하면서 연기 활동도 훌륭하게 해내는 연기자로 유명하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모범 연예인인 것이다.
최수종은 촬영을 하면서도 연극 공연 중인 부인 하희라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촬영이 없을 때면 극장을 직접 찾아 응원했고 촬영이 있으면 동료 연기자들에게 대리 응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촬영 도중 잠시 귀국했을 때 곧바로 달려간 곳도 다름 아닌 하희라가 공연중인 극장이었다.
채시라 또한 가족 사랑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면 아무리 고단해도 딸 채니 및 남편 김태욱과 시간을 보낸다.
‘해신’에서 자미부인처럼 가정에서도 호령하고 지낼 듯 싶지만 그녀는 “남편 말 한 마디에 꼼짝을 못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채시라는 ‘해신’을 마친 뒤엔 어떤 일도 마다하고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가족이 1명 늘면 행복은 그 몇 배로 커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동현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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