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연말은 즐거운 대목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성탄절 전야까지 약 한 달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그 기간에 1년 총 판매액의 3분의1 가량 매상을 올리게 된다.
미국소매업연합회에 따르면 올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228억달러가 판매되었고 이 같은 추세라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2,199억달러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인구 한 사람 당 평균 900달러 가까이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런 지출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사랑하는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동안 도움이나 신세진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얼마간의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씨는 사치나 과소비가 아닌 이상 하나의 미풍양속으로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장사가 잘 되니까 내 장사도 덩달아 되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와서는 예전처럼 따로 대목이 없다고 호소할 만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특정기간의 사업성과는 그 당시의 노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말 장사는 마치 장거리 경주나 열매처럼 지난 11개월, 아니 개업해서 그 때까지 꾸준히 쌓아온 평상시의 신뢰와 친절에 의해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개인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들, 특히 이민 1세대는 한국에서의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언어구사가 취약하고 영업 방법도 전문 지식보다는 눈치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어서 사업의 확장이나 타 사업 전환 시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늘 영어공부는 물론 경영교실 수강 등 실력을 키우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사업에서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사업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속되느냐, 문을 닫느냐가 운명 지워지는 적자생존의 싸움이다. 현대 경영학의 상당부분이 군 조직에서 도입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인원과 물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기법이 필요한 것처럼 아무리 소규모 기업을 운영할지라도 냉철한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적당히 해결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과 주먹구구식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당장 12월이 지나면 대목경기를 위해 사들인 외상대금이 산적해 있으며 앞으로 몇 달은 계절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장사는 항시 경계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사업가는 장사를 잘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윤리와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옳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여 축재한다든지 탈세와 같은 범법행위는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며 평생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도록 만든다. 혹자가 그런 돈을 설사 교회나 자선단체에 아무리 많이 바친다 해도 그것은 하나님을 두 번 속이는 가식에 불과할 뿐 헛된 일에 지나지 않는다.
교인들이 성탄절에 각별히 되새겨 보아야 할 문제이다. 장사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버는 행위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정당한 대가인 것이다. 연말장사를 잘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많이 번 데 있지 않고 얼마나 떳떳하게 벌었느냐에 두고 있음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12월은 누구나 한해의 생활을 결산하는 시기이다. 이 때에 온 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새해를 거리낌없이 맞이할 수 있다면 그는 아주 수지맞는 장사를 한 사람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때와 계절을 주셔서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셨다. 다만 어떻게 선택하느냐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지만.
조만연/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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