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다수의 미기업들은 소비자를 세분화하는 추세인데, 특히 여성 소비자중 부머 맘, 사 커맘등을 따로 주요고객으로 구분하여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머 맘이란 한국의 457세대로 50년대 베이붐 시대에 태어나서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들을 자녀로 둔 엄마들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고, 사커 맘은 한국에서 386세대로 불리는 연령층으로 초중학생 자녀를 키우며 축구 등 여러 운동을 하는 아이들을 방과후나 주말에 스포츠 유틸리티 차에 실어 나르는 전형적인 미국 엄마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돈 잘 벌고 구매력도 만만치 않은 워킹 맘은 이들 세분화된 마케팅 대상에서는 찾을 수 없다. 왜 그럴까? 풀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은 일하랴, 아이들 키우랴, 집안살림 하랴, 돈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 워킹 맘들에게는 수긍이 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
미국에는 3,000만명의 워킹 맘들이 있고 그 중의 800만명이 임원급이라고 한다. 부부가 풀타임인 경우, 미국 남편들은 집안 일과 아이들 챙기는 일도 돌아가며 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고소득이거나 회사의 중역인 경우, 아내는 일에 더욱 전념하고 아이들을 위하여 남편이 집에서 애들을 키우고 살림을 하는 살림 전업 아빠가 많이 늘고 있다는 추세이다. 이러한 남편 외조가 스스럼없이 받아지는 미국에서 산다해도 우리 한인들에게는 아직은 생소한 이야기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 엄마들은 참으로 바쁘다. 이민가정의 대부분이 부부가 함께 일을하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는 있을지 모르나 시간에는 늘 쫓기는 것이 현실이다. 아침부터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낸 후, 일터에 나와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는 저녁준비와 숙제 도와주기 등으로 청소나 빨래는 엄두도 못내 주말로 미루고 만다. 결국 주말에도 밀린 집안 일을 하느라 더욱 힘들다.
부부가 똑같이 직장일을 하여도, 여자는 한국적인 주부로서 요구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하여야만 한다. 아이들 학교에 찾아가 봉사도 하고, 방과후 과외및 악기 교습 등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간식을 만들어 챙겨주는 일 등, 생각만큼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 남편과 부모님께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출장이 있어 집을 비우는 경우라도 생기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한인 남편들도 애로가 없지는 않다. 한국에서의 좋은 학력과 직장 경력을 포기하고 바닥부터 이민 생활을 하는 1세들은 물론 아무리 영어에 능통한 1.5세들이라도 주류시장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꿈을 펼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다.
맞벌이 부부로 힘들게 생활하다 보면 서로 사소한 일로 기분이 상하게된다. 이럴 때 한 발 씩 서로 물러서고 상대방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직장에서 돌아온 후에도 집안을 하는 아내를 도와 쓰레기도 치우고 설겆이를 해주는 남편, 피곤함으로 혀가 깔깔해진 덕에 간을 잘못 맞춘 찌게도 맛있다고 먹어주는 남편, 아이 출산 후 자주 통증을 호소하는 아내의 어깨를 부드럽게 안마해 주는 남편. 본인도 직장일에 쫓기지만 남편의 양복에 잘 어울릴 최신 유행의 넥타이를 사다주는 아내,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식당에서 픽업해 오기보다는 손수 끓이는 아내,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물어보는 아내. 작은 말 한마디와 행동하나가 이민 생활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에 엄마, 아내, 며느리, 딸 노릇으로 1인 5역을 감당해야하는 우리 한인 워킹 엄마들은 진정한 수퍼 맘이다. 자녀들 특히, 여자아이들에게는 일하는 엄마가 좋은 모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모든 것 을 희생하며 식구들에게 헌신적이었던 현모양처형의 우리 부모님 세대가 볼 때는 엄살일지 모르나, 이민사회의 일하는 엄마들은 응원이 필요하다.
수퍼 맘 파이팅.
강소아/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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