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표 . 식권 나돌아 악습 여전
▶ 유권자 누락 수백명 투표 못해
■…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투표장은 선관위의 실수로 투표를 못한 유권자들로 인해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투표장에 들어선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등록 확인이 안돼 선관위가 별도로 마련해놓은 코너에 들러 본임임을 확인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는 등록을 했거나 과거 투표를 했는데도 유권자 명부에 이름이 없고 주소가 틀리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주부들.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가 2004년판 자이언트 한인록에 세대주인 남편 이름만 기재돼 있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한 40대 주부는 “유권자 등록을 했는데도 내 이름이 없다. 이런 한인회 선거에 다시는 안 온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몇몇 유권자들은 고성을 지르다 거칠게 항의하다 선관위원들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한 전직 한인회장은 “워싱턴에서 수십년 선거를 해봤지만 이런 엉망 선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최고령 투표자는 메릴랜드 투표장을 찾은 올해 99세의 신후식 목사(유니버시티 가든아파트 거주). 신 목사는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니 만큼 투표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노구를 이끌고 투표에 참여했다.
■… 쌀표에 식사제공, 차량동원등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구태가 이번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각 투표장에는 식사 시간에 맞춰 김영근, 김옥태 후보가 동원한 버스들이 속속 도착, 주로 노인 아파트 거주 유권자들을 내려놓았다. 이들은 투표 후 곧바로 식당으로 이동해 후보측이 제공한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또 일부 노인아파트에서는 후보들이 제공한 쌀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김응태 평통 회장은 “이런 부끄러운 선거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 지 모르겠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 정상대 후보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펼쳐 선거장을 찾은 이들이 안스러워할 정도. 정 후보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투표장에 도우미는 물론 투표 참관인도 두지 않았으며 개표시에는 참관인도 없이 선거결과를 지켜봤다. 정 후보는 “메릴랜드 한인 표심만 잡으면 된다”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메릴랜드 투표장을 지켰으며 부인 김영심씨는 오전에 버지니아 투표장에만 잠깐 들렀다.
■… 김옥태 후보가 제공한 대형버스를 이용, 메릴랜드 투표장을 찾은 한인 53명은 투표 마감 2분 후 도착하는 바람에 투표에 참여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 하기도.
메릴랜드 서번의 파우어 콘 전기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은 “ 투표도 못하고 간다”며 섭섭한 표정을 지었지만 선관위는 이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흑인 운전사는 “비가 오고 교통도 막혀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으나 한 한인은 “운전사가 길을 제대로 몰라 볼티모어 쪽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예상 도착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고 불평하기도.
■… 오는 28일 14년만에 경선을 치르는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의 선관위원들은 이날 메릴랜드 투표장에서 투표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일일이 메모하기도. 김상호 선관위원은 투표장의 도우미 25명에게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 선거시에도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 밀알선교단의 정택정 단장은 “한인들이 무관심할 때 한인회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한인회에 힘을 실어주고 격려차원에서 투표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손순희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은 “한인들의 주류사회 참여는 한인 커뮤니티에 먼저 참여할 때 이뤄질 수 있다”며 “한인회 투표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주류사회도 한인사회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표는 투표 마감 1시간 뒤인 밤 8시부터 시작됐다. 개표는 당초 예상보다 30분이나 늦어진 데다 선관위가 개표 절차나 방법에 대한 경험부족과 대처능력 미흡으로 우왕좌왕하는 등 큰 혼선을 빚었다. 결국 1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표는 2시간20여분만인 10시20분에야 완료됐다.
특히 시간을 끌며 논란이 된 건 무효표 처리기준. 선관위는 개표직전 무효표에 대한 처리 방침을 밝혔으나 기표 이상으로 인한 무효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후보측들과의 실랑이로 개표가 1시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한때는 선관위와 각 후보측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개표 참관인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각 후보 선대본부장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처리기준을 조정한 후에야 개표가 속개될 수 있었다.
■… 이날 개표는 초반부터 김영근, 김옥태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접전 양상으로 전개돼 각 후보 관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장에는 각 후보측 참모, 지지자등 100명 가까이가 개표 현장을 멀리서 지켜보며 일희일비하는 모습이었다.
개표 초반 김영근 후보측이 앞선다는 소식에 기호 1번 진영에는 희색이 돌았으나 중반에 접어들며 기호 3번 김옥태 후보가 앞선다는 소식에 깊은 침묵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 개표 결과는 나왔지만 선관위가 당선자를 공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개표 결과가 알려지면서 김영근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주영진 선관위원장은 당선자 발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개표장 여기저기서는 선관위가 개표 집계만 발표하고 당선자 발표는 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며 혀를 차기도.
■- 개표장에서 후보들은 초조하고 상기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근 후보는 버지니아지역 득표수가 초반부에는 김옥태 후보와 비슷하게 나타나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종반부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자 승리를 느낀 듯 미소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김옥태 후보는 개표 초반부에는 개표장에 들어서지 못하다가 한참을 지나서야 개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직접 듣기가 힘들었는지 착잡한 표정으로 개표장밖에 앉아 있었다. 정상대 후보는 나 홀로 선거운동에 힘이 들었는지 개표장에 도착하자마자 컵 라면을 먹은 후 개표중 한때 초조한 표정을 지었으나 당선 가능성이 없어지자 덤덤한 표정을 짓기도.
<이종국 . 이창열 . 권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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