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미주 한인 발언권 커진다
해외 동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에 대해 대다수 미주 한인은 찬성하고 있으나 일부 반대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자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참정권을 도입할 경우 미주 한인 사회가 선거 때마다 분열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정치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에 발붙이고 사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건 선거를 앞두고는 파가 갈려 싸우지만 끝난 다음에는 하나로 다시 합치는 것이 관행이다.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고 아예 선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선거 당일에는 다소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장점이 단점을 훨씬 능가한다고 본다.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위해 미국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영주권자의 경우 미국 참정권은 물론 국적이 한국이면서도 한국 참정권도 없다. 어느 나라 정치에도 참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지난 번 한국에서 열린 세계 한인회장 모임에서 미주 한인회장들은 가장 숫자가 많은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집단임에도 발언권도 얻지 못하였다. 미주 한인 자녀들의 앞날이 걸린 병역법 개정 공청회에서도 형식적인 참여만 했을 뿐 우리 이익을 고려해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과거 숱한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을 방문, 온갖 공약을 했으나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모두 미주 한인들이 참정권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아무리 무시당해도 미주 한인들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항의 한번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투표권을 갖게 되면 더 이상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한국 국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결정하는 기준은 재외국민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하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지 조국을 버리고 나간 사람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면 안된다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지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우리의 독립운동의 근거지는 미국, 중국 등 해외였다.
흔히들 21세기 우리나라의 정책목표는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통한 선진화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한 개발도상국가였으나 현재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한 나라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북한은 주체를 강조하여 스스로 외부세계와 차단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곳이 되었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화교들의 투자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2001년 말까지 약 3,467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아들였는데 이 중 약 2/3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거주하는 화교들로부터 조달되었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영주권자를 포함한 재외국민을 우리나라 발전에 동참시키기 위해 재외국민들이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재수/ 변호사
반 미국 정착 방해 우려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서 이제 한인들의 관심은 앞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주 LA를 처음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와 함께 대통령을 만나서 동포사회의 요망사항으로 무엇을 전할까 하는 마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한인들의 단골메뉴인 이중국적이나 교민청 이야기가 이번이라고 안 나올 리가 없지만 최근 어느 야당 국회의원이 다녀간 뒤로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한국 참정권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이 또 새로운 메뉴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지금 미주의 한인회장 모임인 미주 총연합회는 일본의 대한민국민단, 캐나다 한인총연합회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한인회 등과 연대하여 일차적으로는 재외동포법개정 캠페인을 벌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위헌 소송에 필요한 자료 수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떠나온 조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나무랄 일만은 아니며 분단민족으로서 통일의 염원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재외국민에게도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이중국적제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해외 한인들의 참정권 요구가 무리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한국 참정권이 허용될 경우 한인사회에 돌아올 효과는 득보다 해가 많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재미 한인사회를 모르는 한국 국회의원들의 선심공세에 함부로 좌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참정권에 부정적인 이유로 첫 번째는 그렇지 않아도 한국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동포사회가 국내문제에 너무 말려들면 이민생활과 관련 없는 비생산적인 논쟁과 갈등에 온통 휩싸이게 될 우려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한인회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이 본연의 봉사업무는 제쳐두고 그 자리를 한국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삼아 동포사회를 분열시키고 타락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주류사회가 아니라 한국 정계에 관심을 더 갖게 되면 이민사회가 뿌리내리는 날은 그만큼 늦어질 것이고 우리는 자칫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동포들에게 참정권을 달라는 요구는 공관원들이나 지사, 상사요원 그리고 유학생 등 일시 체류자에게 국한되어야 하고 세월이 지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지고 조국도 통일이 된 다음에나 확대 적용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미국에서의 투표권 행사는 물론 한인들을 미 주류사회에 진출시키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뭘 해달라고 조르는 일만은 우리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자제했으면 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한국의 대통령이 지금 해외동포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만큼 그렇게 여유 있는 형편도 아니지 않은가.
김용현/ 한미 평화 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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