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회관을 세웁시다…4
▶ 1958년 설립, 중서부 전 중국인들 성금
이 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소수계민족이라고 불리는 유대인이든 인구가 수만도 채 안되는 작은 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든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언어,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은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돼 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 민족도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계산적인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껏 민족성을 지켜오지 못한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책임의식 내지는 위기의식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카고 지역에는 유대인을 비롯, 중국, 독일, 아일랜드, 히스패닉계 등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비교적 잘 보존해 나가고 있는 민족으로 꼽히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역사적, 지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중국 커뮤니티는 현재 한인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회관과 유사한 기능의 차이니스 커뮤니티 센터를 중심으로 문화 보존과 민족의식 계승에 주력, 현재 문화회관 건립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인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차이니스 커뮤니티 센터의 역사는 지금으로 부터 120여년 전인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운타운내 밴뷰런과 클락길에 만나는 지점에 ‘중국 합동 자선단체’(Chinese Consolidated Benevolent Association of Chicago)라는 이름으로 맨 처음 설립된 커뮤니티 센터는 1916년 한 차례 이전을 거쳐 1958년 지금의 자리(250, 22 Place)로 새 빌딩을 지어 입주, 현재까지 이어 오고 있다.
커뮤니티센터의 맨 처음 설립 목적은 당시 갓 이주해온 중국 이민자들이 아무런 언어적, 문화적 충돌 없이 이국 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 주는 것이었다. 후에는 이민2, 3세들을 위한 언어, 문화, 유산, 전통 교육도 병행하게 됨으로써 명실공히 중국인의 역사와 정신, 얼을 계승해 나가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가 현재의 자리로 이전할 당시 새로 지은 지금 빌딩의 가격은 정확한 문서상의 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시세로 환산한다면 3층 높이에 총 10,000 스퀘어 피트 규모로 적어도 2백만 달러에서 3백만달러는 호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차이니스 커뮤니티가 이 정도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차이니스 커뮤니티 주민들의 결속과 동참이었다.
지금의 건물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과거 중국 커뮤니티의 대표적 두 단체인 ‘온릉’(onleung, 당시 차이니스 상공회의소)과 ‘흥문’(명나라 자손들의 음성적 단체)이 막대한 자금을 쾌척했으며, 시카고는 물론 중서부에 퍼져 있는 중국인들로 부터 십시일반, 성금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1913년 중국을 독립으로 이끈 선얏센 박사의 인간중심적 이론은 중국 이민자들을 한 가족, 한 형제로 묶는데 기여 했으며, 이 같은 결속력은 곧 중국인들만의 공동 기관이 절실하다는 바램의 목소리로 이어졌다.
커뮤니티 센터의 운영 또한 건물을 지을 때와 마찬 가지로 철저하게 중국 커뮤니티 주민들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커뮤니티 센터의 이사진에는 현재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데 이중 30여명이 차이니스 커뮤니티내 각종 기관 단체의 대표들이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커뮤니티 센터를 위해 적지 않은 액수의 자금을 각출하고 있으며, 커뮤니티내 개인들의 기부금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 최근에는 한 중국계 주민이 50만달러 상당의 아파트 한채를 커뮤니티 센터 측에 기증함므로써 현재 센터 측은 사용 용도를 놓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센터 측에서 매년 마련하는 기금 모금 행사를 통해서도 4만여 달러 정도가 마련돼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아시안 소수민족으로 꼽히고 있는 중국 커뮤니티의 명성에 걸맞게 AT&T나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전국 대표적인 기업들로 부터 제공되는 각종 광고 수익금 또한 그리 많진 않지만 빼놓을 수 없는 수입이다. 커뮤니티 센터 측에서는 현재 음력설과 중국 독립일인 10월 10일 대규모 퍼레이드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때, 현지 사회 명성있는 기업들로 부터 2천달러에서 3천달러 정도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뮤니티 센터 측에서는 노인 점심 프로그램, 중국어 교육, 시민권 시험 교육, 무용 교육, 무료 진료, 이민자 상담, 운전 면허 갱신 서비스, 영어 개인 강좌 등 크게 약 20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매일 180여명이 참가하는 노인 점심 프로그램 정도만 시카고 시 정부의 그랜트를 받아 진행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서비스는 소정의 경비, 또는 커뮤니티내 주민들의 자원 봉사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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