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최강의 군사력으로 이라크 후세인의 정규군을 섬멸하고도 게릴라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도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원인은 종교적으로 정신 무장된 자살 폭탄 테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기를 꺾는 인질범을 색출 검거하지 못해 적의 심리전 공격에 휘말린 데 있다. 더구나 정규전에 익숙한 군대가 게릴라전에 임한다는 것은 희생을 자초하는 무모한 전쟁이다.
인권을 존중하고 인명을 중시하도록 교육된 미군은 모택동의 전술을 역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즉 물고기인 게릴라와 물인 양민을 일일이 분리해가며 도시게릴라를 소탕하자면 경찰작전과 군사작전을 병행하여야 하는 ‘시간 전쟁’이기 때문에 단번에 끝낼 수 없다. 또한 이라크의 게릴라 지도자들은 900여 년 전 200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이슬람교도들을 잔인하게 살상했던 십자군의 만행을 미군이 재연하고 있다며 기독교와 회교간의 종교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은 이와 같은 미국군의 취약점을 이용해 모든 관심과 군사력을 도시에 집중시켜놓고 역으로 관심이 소홀한 농촌지역에서 은폐 지형을 통해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게릴라를 양성하고 민병대를 조직하며 장차 도시 해방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정규군으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 게릴라의 충원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주며 육로 병참선의 공격과 납치극이 벌인다.
미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하루 속히 불리한 전황에서 벗어날 지상군 작전 개념을 고안해 보았다. 첫째, 도시와 인구밀집지역에서 국경선 쪽으로 철수하며 산야에 부대를 배치하고, 도시 방어 전술에서 도시 포위 전술로 전환한다.
둘째, 이라크의 3,300 Km에 이르는 국경선을 봉쇄하여 지원세력 및 전쟁 물자의 유입을 막고 ‘치고 빠질 수 있는’ 은신처를 소탕한다. 특히 게릴라 지원세력으로 의심되는 시리아의 540Km와 이란의 1,160Km 국경선을 봉쇄하는데 조밀한 병력배치를 한다. 셋째, 이라크 전국토를 세포처럼 구획해 주민을 통제하고 게릴라를 고립시킨다. 이는 마치 군함의 내부를 수많은 칸막이로 만들어 적탄에 맞아도 뚫린 칸만 침수되고 군함은 침몰되지 않도록 한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넷째, 세포화는 전국토를 4등분, 8등분, 32등분의 기하급수적으로 분할하여 구획한다. 최초 1/4구획에 1개 사단씩을 배치하고 그 중앙에 사령부를 개설하여 책임지역 내에서 독립 작전을 한다. 1/8구획에는 연대 또는 여단, 1/32구획에는 대대를 배치한다.
다섯째, 대대단위 또는 중대단위로 거점방어진지를 구축하고 그 책임지역에 대하여 적 게릴라 출몰유무에 관계없이 부단히 불규칙적으로 수색작전을 실시한다. 여섯째, 신속기동타격부대를 연대규모로 편성하여 1/4구획의 사단 사령부에 각각 예속시켜 운영한다.
일곱째, 도시와 인구밀집지역은 새로 창설된 이라크 군대와 경찰에게 작전권을 위임하고 모든 지원은 미군이 해준다. 여덟째, 병참선은 지상의 각종 장애물과 매복 기습을 피하기 위해 공중 수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홉째, 한국군, 영국군, 이탈리아군 등 연합군은 미군에 예속하거나 협의에 따라 결정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골칫거리인 게릴라의 자살폭탄테러와 납치극을 막을 수 있는 특효의 전법은 없다.
그들을 구획으로 묶어 이를 잡듯이 수색하고 도시 중심의 전법에서 농촌 중심의 전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차선의 방책으로 판단된다. 이 지상군 작전 개념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최소 5개 사단이 소요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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