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잡아라
나는 아침에 잠이깨어 일어나면 우선 하는 일이 밭에 나가 옆집 고양이가 간밤에 우리 밭에 실례 해놓은 것을 흙을 파서 덮는 일이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미쳐 그 일을 일찍 하지 않으면 밭에서 한 무더기의 파리 떼가 웅성거리는 지점을 발견하게되고 그로인해 아침부터 몹시 불쾌한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옆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서식하기 시작한 것은 약 3년전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들락거리더니 어느 날 짝꿍이 생겨났다. 그 해 여름 나는 발목 주변에 붉은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원인을 찾으려해도 자고 나면 여나믄개씩 살점이 붉어져있고 가려움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한달 동안 병원과 약국으로 치료방법을 찾아 다녔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어느 분은 몸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고 어느 분은 벌레에 물린 것이라 했다. 이런 가운데 어느 날 남편이 모는 차를 타고 옆에 앉아 가던 중 우연히 바지를 치켜올리는데 벼룩 한 마리가 ‘툭’ 튀지 않은가! 너무놀랜나는 “으앗~”하며 거의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벼룩이라니... 결국 원인이 벼룩이었다는 것을 안후 서둘러 벌레를 제거해주는 전문 회사에 연락하여 벼룩 약을 집 안팎에 뿌리는 대대적인 소탕 작업이 일어났다. 적잖은 금액을 지불하고 첫 해는 그럭저럭 가을을 맞이해 벼룩 소동은 여기서 끝이 났다.
그리고 작년여름이었다. 겨울동안 잊고있던 그 벼룩이 여름이되니 다시 우리 집을 강타했다. 이제는 아는 병이므로 작년에 불렀던 회사에 연락해 다시 약을 뿌렸다. 회사직원은 우리에게 집 주위에 고양이가 얼쩡거리는 한 벼룩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어디 그뿐인가 고양이들은 가끔씩 한 밤중에 우리 침실과 가까운 뜰에와서 꼭 애기처럼 울어대기까지 한다. 남편은 잠자다 벌떡 일어나 긴 작대기를 들고 밖에나가 고양이를 쫓는 일까지 벌려야한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 옆집을 방문했다. 내 다리를 보여주면서 당신네집 고양이가 우리 집 담을 넘어와 여기저기 실례를 저지를 뿐만아니라 벼룩을 퍼뜨리니 고양이를 묶어달라고했다. 옆집에는 나이 많은 백인부부가 살고있는데 두분다 거동도 거의 못하고 겨우 움직이는 병약자들이다. 내 다리를 보던 할머니가 깜짝 놀래면서 사실은 고양이들이 도둑고양이들인데 자기네 집에서 먹을것을 주니까 모인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가 고양이를 잡아 동물보호소에 보내도 되겠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내 제안을 쾌히 승낙했다.
나는 동물보호소에 전화해서 그간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곳 직원은 자기네는 직접 잡으러오지 않지만 우리가 잡아오면 처리를 하겠다고 했다. 고양이들 때문에 사람이 피해를 당하는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참으로 복잡한 나라에 우리는 살고있는 것 같다. 그 이후 남편은 고양이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그의 철 공장에서 고양이 덫을 짜왔다. 우리는 밤낮으로 덫 속에 갖가지 맛있는 생선이나 치즈 등을 넣어놓았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고양이는 음식만 ‘똑딱’ 따먹고 자취를 감추고 만다. 나는 남편에게 불량품을 만들어와 고양이 살만 더 찌운다고 매일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던 금년 초 우리를 소스라치게 만드는 사건이 생겼으니 그것은 그 고양이들간에 새끼 2마리가 생겨 우리마당에 내려와 놀고있었다. 나는 아연실색하여 4마리가된 이 가족들을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는 새끼고양이도 제법커 거의 어른고양이만큼 자라고 있으니 어쩐단 말인가.
이처럼 고양이로인한 피해가 막심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고양이를 잡을 묘안을 찾고 있다. 남편은 고양이가 우리집에 얼씬 못하기 위해 개를 키울 것을 제안했으나 이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바쁜 생활에 개를 건수 한다는 것 또한 내게는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느 분은 맛있는 고양이 밥을 사다가 약간의 수면제를 섞어 먹게해서 꾸벅꾸벅졸 때 잡으라고 하는 분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 집은 옆집 고양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매일 골치가 지끈지끈아프다. 변호사를 통해 편지를 보낼 생각도해보긴 하나 옆집 노부부와는 늘 정다운 사이인데 법적으로 일을 벌리려니 마음이 여간 무겁지 않다.
오늘아침에도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부엌 창문을 통해 옆집고양이를 보고 있다. 엄마고양이가 새끼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너무나 여유롭고 평화롭게 이리딩굴 저리딩굴 여러 가지 표정을 지으며 놀고 있다. 옆집 사람들이 사랑하는 고양이가 우리들에게 악영향만 끼칠가?란 생각을 하는 순간 나의 뇌리를 번쩍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사진을 찍자, 고양이의 표정들을...” 언제나 그림 소재를 찾고있는 나는 붉은색 부겐베리아 넝쿨속에 숨어놀고있는 얼룩 고양이가 처음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뒤로 검은 고양이도 꼬리를 머리위로 휘감으면서 놀고 있다. 잠시 마음을 고쳐먹으면서 “고양이를 사랑해봐?” 왠지 즐거운 하루가 될것같은 예감이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남편이 알게되면 아마도 내 정신 상태를 의심하고 그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 틀림없다. “사치스런 생각은 집어치워, 그래도 고양이를 잡아야해.”
이학신
약 력
재미수필가협회 회원
순수문학 수필 당선
캐나다 뱅쿠버 문인협회 회원
사랑으로 채우고픈 항아리
채운다는 것은 비워지기를 기다린다는 암시를 넌지시 비추인다. 항아리에 쌀을 담을 때마다 느끼는 기분이다. 빈 독에 쌀 포대를 거꾸로 쏟아 부으면 뽀얀 안개를 일으키며, 알알이 퉁기는 명쾌함이 있다. ‘짜르르’ 내려 쌓여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부피만큼의 뿌듯함이 마음속에 차 오른다. 부엌 한 켠에 자리 잡은 항아리는 데리고 들어 온 자식 마냥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질그릇 특유의 투박한 표면에 난초가 어색하게 새겨져 있고, 연륜을 나타내듯 군데군데 실 금이 흘려 지나갔다. 그 틈새를 때우려는 풀 자국이 덧칠해져서 볼품이 없지만 부엌의 다른 현대적 용기들보다 더 애착이 간다. 어릴 적 어느 집이나 장독대가 있어서 자연스레 고향집과 연상이 되어지는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생활의 기본 양념인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은 크고 작은 독들이 일가를 이루며 당당히 주거환경의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햇볕이 좋은날, 장독 뚜껑을 열어 해바라기를 시키시고, 수시로 닦아내며 반들반들 윤을 내시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봤었다. 집안에 흉사가 있으려면 멀쩡하던 장맛이 먼저 변한다는 미신 때문인지, 가족들의 먹거리에 대한 정성인지 우리네 엄마들은 장독대에 유난히 애착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미국에 와보니 시어머니 또한 뒤뜰에다 장독대를 만들어 놓으셨다. 크기와 무게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번거롭게도 이민 짐에 묻어 들이셔서 고집스레 이국 땅에 한국을 옮겨 놓으신 것이다. 환경은 변했지만 혀끝에 길들여진 입맛은 그대로라 고추장, 된장을 담구어 먹었다. 재료와 물맛이 다른 탓인지, 계절이 밋밋해서인지, 한국에서의 달짝지근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다고 시어머님은 늘 속상해 하셨다. 그러다 분가를 하면서 내 몫으로는 두 개가 남겨졌다. 무슨 용도로 쓸까 고민하다가 중간 독은 쌀 단지로, 작은 것은 소금단지로 결정했다. 그 중간 독에 쌀 한 포대를 부으면 3분의 2가 차 오른다. 꽉 채우는 것보다, 모자란 듯 한 것이 왠지 여유가 있고, ‘더’ 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에 마음에 들었다. 아침마다 항아리에서 가족들이 먹을 양의 쌀을 꺼낼 때 기분이 참 좋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따뜻한 식사를 준비한다는 행복감 때문이리라. 배부른 포만감과 건강도 뒤따르며, 하루의 활력소를 넣어줄 발전소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쌀과 함께 담아본다. 하루 세끼 밥만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먹는 것이 삶의 목적도 아니지만 쌀독의 바닥이 보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즐겁고 흥분된다. 무언가 책임완수를 한 것 같은 충만함과 눈에 띄지 않는 변화가 집안에서 쑥쑥 돋아나는 든든한 기분이 든다.
작은 항아리에서 이런 소중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은, 그 어수룩한 모습 안에 잠재되어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유와, 퍼낼 수 있는 풍요로움을 닮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오늘 독에 쌀을 부으며 행복을 내 마음에도 담아본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비워지지 않게 다시 채워 넣는 사랑으로 항상 준비된 항아리가 되고프다.
나 자신 또한 삶의 공허를 느끼지 않게 스스로를 가꾸며 채워나가고 싶다. 내 안에 담겨진 것이 있어야 퍼내고, 나눌 것이 있을 테니까. 올해는 가버리지만 내년은 가득 채워져 연결되듯이 자연의 섭리도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준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기다리듯이 한해를 보내는 문턱에서 다시 한번 그 뜻을 새겨본다.
김현숙
약 력
국제 펜 한국본부 회원
재미수필가협회 회원
미주크리스찬 문협 회원
점의 노래
아무도 모른다
내가 하나의 까만 점인 것을
목숨을 대신하여 나를 지키고 있는
총알 같은 이 설움을
아무도 모른다
점은 또 다른 점을 만났다가
더러는 헤어지기도 하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점이 박혀있어
달빛 어리는 창가에 노래로 흘러도
아무도 듣는 이가 없다
밤과 낮이 맞물려 하루가 되듯이
내점과 또 하나의 점이 포개져
유성으로 하늘을 떠돌고 있어도
아무도 보는 이가 없다
내 생애가 마쳐질 어느 날 저녁
이렇게 까만 두 개의 점을
마주 놓고 가만히 드려다 보면
그 안에 누구의 눈물이 괴어 있을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석정희
약 력
한국 ‘창조문학’ 신인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나 혼자라고
슬퍼하며 눈물로 지새우지 말자
꽃 찾아드는 벌나비가 꼭
암수술 마리에 절실 한 것 아니니
운명의 꽃가루가 삶을 결정해도
마음의 크나큰 치유가
삶에 필요한 건 아니니
바람이 안불어와도
암수술 저희들끼리 묻혀
인연을 맺는 것처럼......
나뭇가지에 바람 안닿아도
이파리 모두 떨어지고
새로운 해가 솟아오면
나무들 키 크고 새잎 돋아나서
이 가을에는
분홍꽃 담쟁이가 꽃향 피우는
풍요한 삶의 가치가 묻어나는
소중한 사랑을 하자
이 눈부신 가을에는......
전종진
약 력
해외문학 및 순수문학 신인상
재미시인협회 회원
시집 ‘그창에 걸린 싼타아나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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