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가정이 안정된 상태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가를 보려면 수입지출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빚이 늘어가면 결국 파산이나 파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된다.
반대로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저축이 늘어가면 그런 개인이나 가정 앞에는 탄탄대로가 열리게 된다. 수입과 지출이 단지 경제적인 문제만인 것은 아니다. 앞날에 대한 계획과 의욕을 가진 사람이나 내부적으로 단합된 가정에서는 수입이 늘어난다. 반대로 개인생활이 황폐화된 사람이나 불화를 빚고 있는 가정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게 된다.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근대 민족국가의 성립 이후 각국의 우선 과제는 부국강병이었다. 나라도 개인처럼 부유한 국가가 되어 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강국이 될 때 세계의 중심국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어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다.
미국의 경제력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였다. 2차 대전 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부의 척도인 금 보유고가 세계 전체의 3분의2에 이르렀다. 지금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 발전이 급속히 진행되어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이런 미국이 수지균형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해마다 늘어나는 무역수지 적자와 예산적자가 미국 경제의 암초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지관계에 따라 돈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돈이 많아서 부유하게 사는 사람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의 주변에 있어야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하다못해 밥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의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빚을 지거나 파산하여 몰락하게 되면 그 곁을 떠나게 된다. 도움을 받기는커녕 부담만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가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라가 부유하여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반대로 못사는 나라가 되어 사람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을 찾아서 떠난다. 유럽이 흉년으로 어려웠을 때 많은 유럽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신대륙으로 건너왔다. 그리하여 유럽은 점점 더 쇠락했고 미국은 크게 부흥했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 떠나면 몸이 떠나기 때문에 동서고금의 집권자들은 민심을 천심이라고 여기고 민심 얻기에 최선을 다했다. 이처럼 돈과 사람은 함께 움직이는데 돈과 사람이 가는 곳은 융성 발전하고 돈과 사람이 떠나는 곳은 쇠퇴하게 된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신규 이민이 늘어나서 주택이 부족해지고 사업활동이 왕성해지는 곳이 투자 적지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은 캘리포니아의 사금이 발견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든 개척자들의 덕분으로 이루어졌다. 돈과 사람은 바늘과 실처럼 함께 움직인다.
한국의 이민역사를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미국 이민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이 경제적으로 풍요하게 되자 이민이 줄어드는 한편 오히려 역 이민현상이 나타났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뜸해졌다. 한국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금 세상은 특히 자본과 인구의 이동이 용이한 세계화 시대 이다.
경제가 좋아져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자본이 투자되고 사업여건이 좋은 곳으로 기업이 옮겨간다. 사람들도 어느 한 나라의 국민으로 얽매어 살지 않고 살기 좋은 나라를 선택하여 국적을 바꾸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돈과 사람이 어디로 가는가를 보면 어디가 좋고 어디가 좋지 않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정세가 복잡해지고 시끄러운 일이 생기는 요즘에는 “한국이 정말 희망이 있는 나라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서 주류세력이 바뀌고 제도가 변경되고 심지어는 좌경국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희망이 있다. 또는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것보다는 한국에 돈과 사람이 모여들고 있는가, 아니면 빠져나가고 있는가로 판단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북한에서 탈북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망할 징조이다. 한국에서도 기업과 구직자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된다면 한국은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된다.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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