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흑차·백차·홍차… 최근 건강관심 많아져 매출급증
스타벅스등서도 판매 ‘타조’‘리퍼블릭 오브 티’등 인기
루이지애나주 그레트나에 사는 오스발도 오르테가 치네아가 자기 집에서 특수 시스템을 이용해 차를 우려내고 있다.
스타벅스가 커피 이외에 새로 개발해 내놓은 음료들. 하이비스커스가 든 차, 차를 넣은 레모네이드 등이 포함돼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차(tea)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퍼마켓에서 파는 노랗고 빨간색 상자에 든 ‘립튼’ 티백으로 만족했다. 조금 색다른 걸 마시고 싶으면 ‘비글로우’나 ‘트위닝스’ 정도가 있었지만 요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수백가지 종류의 녹차, 흑차, 백차, 홍차 중에서 골라 마실 수 있다.
애호가가 늘면서 ‘새로운 커피’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차가 커피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더운 음료가 될 날은 그리 가까운 것 같지 않다. 차의 판매량이 계속 치솟고는 있지만, 지난해에 미국 소비자들이 차에 지출한 돈 50억달러는 5년 전에 비하면 5배나 증가했어도 커피의 2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요즘 잘 팔리는 차의 대부분은 고가품이다. 현재 미국에서 온라인, 캐털로그, 또는 매장에서 고급 차를 판매하는 회사는 100개가 훨씬 넘는다. 이들 ‘디자이너 티’ 판매고는 작년에 9억2,300만달러로 전체 차 매출의 20%에 가깝다.
숙녀들이 고상하게 도자기 잔으로 마시는 것이라는 차의 이미지를 깨뜨린 것은 스타벅스다. 1999년에 ‘차의 환생’이라는 슬로건 아래 스타벅스와 크래프트 푸즈의 자회사인 ‘타조’ 브랜드 차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립튼, 트위닝스, 비글로우, 셀레스철 시즈닝스 같은 기존회사들의 지분을 야금야금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조류를 탄 브랜드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타조’와 ‘리퍼블릭 오브 티’다. 스타벅스는 10년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타조’ 브랜드에 환상적인 마케팅 기법을 동원,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라도 구입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미국 성인 인구중 30%를 차지하는 계층을 공략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 존 쿡 비즈니스 스쿨의 창업센터 부소장인 섀런 브라운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브라운은 6~7년 전부터 ‘리퍼블릭 오브 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로는 세상의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혼자 앉아서 차를 마시면 마음가짐이 달라지죠” ‘아다지오 티즈’라는 인터넷 매장에서 차를 구입하는 고교 교사 오즈발도 오르테가 치네아도 차는 커피보다 향도 다양하고 맛도 미묘해 하루 일과가 끝난 뒤 긴장을 풀기에 그만이라고 예찬한다.
차의 잠재 시장은 어마어마하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먹거리를 찾으려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는 가장 인기 있는 음료인 차를 마시면 암도 이긴다는 연구와 맞물려 매출이 증가하면서 순환계 건강을 촉진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치와 체중도 줄어든다며 차 마시기가 권장되는 경우도 잦다.
고급 차 제조회사들은 유기농 재배와 자원 보존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티백은 표백하지 않은 종이로 만들고, 꼬리표를 달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플이나 실도 사용하지 않는다. ‘타조’는 차를 담은 상자를 재활용하라고 촉구한다. 사회정의도 내세운다. 타조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는 인도 다질링의 농촌 마을을 돕고 있으며 리퍼블릭 오브 티는 유방암 재단 및 환경보호단체에 기금을 출연한다.
캘리포니아주 노바토에 있는 ‘리퍼블릭 오브 티’는 스스로를 ‘왕국’으로 간주한다. 일리노이의 포도주 및 리커업계 간부로 1994년에 이 회사를 사들인 론 루빈은 이 왕국의 차 담당 장관을 자임하며 자신의 판매 대리인들은 ‘대사’, 소매 매장들은 ‘대사관’, 고객은 ‘시민’이라고 부른다. 그를 비롯한 장관들은 매일 차를 4분간 끓인 물에 4분간 우려낸 차를 함께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루빈에 의하면 리퍼블릭 오브 티의 연간 매출은 지난 5년 사이에 4배나 증가, 1,000만달러가 넘는다지만 그 정도로는 연매출이 1억달러가 넘는 셀레스철 시즈닝스나 비글로 같은 기존 회사들과 어깨를 견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업계의 자이언트 립튼의 작년 매출은 20억달러였다.
스타벅스도 타조를 팔기 시작하면서 매장당 차 판매고가 3배로 증가, 올해부터는 전국의 수퍼마켓에 이 제품을 배급하기로 크래프트 푸즈와 계약했다. 타조는 티백당 단가가 23센트로 비글로우의 10센트보다 훨씬 비싸지만 ‘리퍼블릭 오브 티’의 고급품인 ‘엠퍼러스 화이트 티’는 60센트나 한다. 그래서 한번에 찻잎을 조금씩만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고급차 제조사들은 차의 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티백이 아니라 찻잎에서 직접 우려낸 차 맛이 더 좋다는 이들을 위해 많은 회사들이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차 다리는 비법에 아울러 ‘새로 나온 차에 대한 소개는 물론 어떤 차가 정서 및 건강에 미치는 혜택들도 안내한다.
차 애호가들은 애틀랜타에 본부를 둔 체인으로 매장이 20여개나 되는 ‘티바나’ 같은 다방이 곧 전국적으로 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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