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는 옛말… 암벽·하이킹·래프팅으로 모험 즐긴다
전통적 선벨트 탈피 다양한 야외활동 갖춘 울창한 산 기슭 인기
은퇴후 유타주 세인트 조지로 이사 와 거의 매일 아침 피클 볼을 하는 에드나와 홀 알캔트라 부부.
빌 불터(55)는 아직 은퇴하지 않았지만 세인트 조지로 이사와 대비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때가 다가오면서 은퇴생활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인들이 모이던 플로리다나 애리조나주에서 금시계 차고 안락의자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암벽타기, 하이킹, 래프팅을 하며 놀 수 있는 곳들이 새로운 은퇴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령자가 올해 58세가 된 베이비붐 세대에게 은퇴란 자기 부모 세대처럼 세상으로부터 물러나는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이다. 훨씬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오래 사는 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늙겠다는 결의에 차, 연금이나 받으며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아직 해보지 않은 일들을 찾아 나선다. 이들에게 은퇴란 영원한 휴가가 아니라 계속되는 모험인 것이다.
운동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이사까지 가는 이들을 위해 주택건설업자들도 전통적인 선벨트를 벗어나 워싱턴주의 울창한 숲, 로키산 기슭 같은 곳에도 집을 짓기 시작했다. 과거 노인촌 건설의 주요 요건은 인근의 의사 사무실과 종합병원이었으나 이제는 산보와 조깅을 할 트레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활동파 노인들이 찾는, 겨울에도 춥지 않고 땅값도 그리 비싸지 않으며 멋진 경치가 지척에 있는 곳은 태평양 북서부 해안과 로키 산맥지역의 오리건주 후드 리버, 콜로라도주 듀랭고, 기타 다양한 옥외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작은 리조트 타운들을 말한다. 과거 별장 단지로 개발되던 곳이 요즘은 은퇴자 커뮤니티로 바뀌고 있다.
유타주의 남서부 모퉁이에 있는 세인트조지가 바로 그런 곳이다. 아리조나와 네바다 주경계선 근처, 라스베가스에서 북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이 요즘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은퇴자촌이 된 이유를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붉은 암벽들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하이킹이나 자전거를 타고 즐길만한 트레일이 수없이 많다. 운전해 갈만한 가까운 거리에 그랜드 캐년 노스 림과 자이언 내셔널 팍을 포함, 무려 8개의 국립및 주립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시내에 버진 강과 산타 클라라 강을 따라 더 길게 연결되는 30마일에 걸친 등산로 네트웍이 있고 2개의 저수지는 뱃놀이도 함께 즐기는 공원이다. 시내에 골프코스도10개나 있다.
은퇴자들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놀이터인 셈이다. 캘리포니아주 비샵의 이스턴 시에라 칼리지 센터 학장을 지내고 2년전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한 폴 알캔트라(68)는 “은퇴가 아니라 삶의 초점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그의 삶의 초점은 새 등산로와 테니스의 변형인 피클 볼, 새 집에 체력단련실 설치하기에 맞춰져 있다.
은퇴자들이 소문을 듣거나, 자이온 캐년에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해 세인트 조지에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인데 아직도 세인트조지에 가기만 하면 노인들이 젊어진다며 오는 사람이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50세 이상 선수 수천명이 모여 ‘헌츠먼 월드 시니어 게임’이라는 체육대회를 치르므로 그런 소문이 났는지도 모르지만 올해로 18년째 열리는 이 경기는 내리막 산악 자전거 경기부터 스퀘어 댄싱에 이르기까지22개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0년 들어 주민 5만명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로 전국 평균 16%를 훨씬 넘자 재빨리 노다지임을 간파한 개발업자들이 노인 커뮤니티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지역 최대의 노인촌인 ‘선리버’는 1998년에 세인트 조지 외곽에 건설됐는데 마치 머리가 흰 학생들이 다니는 대학 캠퍼스 같은 기분이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리크리에이션 센터에는 체육관, 수영장, 무용 스튜디오와 라커룸, 볼룸이 갖춰졌고, 매일 등산부터 태극권에 이르기까지 대여섯종목의 액티비티들이 펼쳐진다. 센터 옆으로는 7개의 테니스와 피클볼 코트, 론 보울링, 18홀 골프코스가 있다. 어떻게 보면 40년전 피닉스에 정정한 노인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처음 지어진 ‘선 시티’와 다를 것이 없지만, 선리버는 주민이 1,200명뿐으로 4만5,000명 이상이 사는 선시티보다 훨씬 소규모다. 게다가 선리버는 세인트조지라는 시의 일부로 지어졌지 그 자체가 시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세인트 조지에서 은퇴자들은 노인촌 뿐 아니라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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