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수머 리포츠의 제품 ‘테스팅’ 현장
1936년부터 만들어온 믿음직한 ‘도구’ 즐비
최신 전자제품 평가위해 수만달러 투자 예사
미국 시장에 나오는 모든 종류의 소비자 제품들에 대한 성분 분석, 성능 검사및 비교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컨수머 리포츠’ 잡지를 발행하는 ‘소비자 연맹(Consumers Union)’에는 이 조직이 생긴 지난 1936년부터 만들어온 기발하고도 독특한 기기들로 가득찬 일종의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 옛날 양말이 얼마나 빨리 닳아 없어지는지를 검사하던 도구를 비롯, 이 기관이 각 상품에 대한 제조업체의 주장을 평가하느라 자체적으로 창조해낸 것들인데 뉴욕주 용커스에만해도 운동기구부터 세탁기, 건조기,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 플라즈마 TV, 셀폰등 24개의 전자제품을 포함, 50가지 품목을 검사하는 실험실이 있다.
캠코더의 영상안정장치 검사 기구.
예를 들어 비디오 카메라를 팔꿈치를 꾸부린채 장시간 들고 있을 경우 불가피하게 느끼는 손의 피로가 영상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시키도록 개발된 비디오 카메라의 영상안정장치의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비디오 실험실은 소비자 연맹 엔지니어에게 피로해지면서 떨리는 손의 진폭과 빈도수를 계산하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그렇게 해서 카메라를 올려 놓으면 카메라 기종에 따른 손의 피로도가 꼭같은 비율로 측정되는 원통형 기계가 제작됐는데 이 기계를 이용해 처음엔 그냥 찍고, 다음에는 영상안정장치를 켜고 찍어 결과를 비교해 그 성능을 알아본다. 검사 후 전문가들은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영상안정장치의 중요도가 더욱 증대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카메라가 가벼울수록 손이 피로하지 않는데도 더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연맹은 어떤 제품이 주류시장에 진입하거나 그 사용법이 진화할 때 품질을 측정할 팀을 구성한다. 보통 공학전문가와 콘수머 리포츠지의 기자와 편집자 각 한 사람, 그 제품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으며 그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가려낼 연구 분석가로 구성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이들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서 알고 싶어할 것을 검사보기 위해 필요한 실험 장치를 직접 만들어 낸다.
전자수첩의 배터리 수명 검사.
예를 들어 전자수첩을 평가하는데 배터리 수명을 빼놓을 수 없다. 전자수첩의 화면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면의 불이 꺼지면서 휴지상태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화면의 불이 꺼지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다. 자투리 금속과 튜브를 이용해 전자수첩의 불이 꺼지면 작은 망치가 내려와 가볍게 쳐 다시 켜지도록 만들고 타이머와 컴퓨터로 하여금 스크린의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측정하게 했다.
작업장에서 만들어낸 테스트용 장치들은 대부분 켜고, 끄고, 흔들거나, 외부 시그널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싸는 것이었는데 세상이 자꾸 디지털화하면서 소비자연맹도 칩으로 움직이는 오락및 컴퓨터 시스템 내부의 기능을 측정하는 장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음질 검사에 이용되는 시뮬레이터. 플래스틱 귀 안에 청취장치가 들어 있다.
PC 매거진이나 CNET.com 같은 다른 전자제품 평가기관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연맹도 감시 시스템은 ‘텍트로닉스’, 텔리비전 검사 장치는 ‘센코어’, 방송 모니터는 ‘소니’가 만드는 기구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네델란드의 ‘브루엘 & 키야에어’에서 3만달러에 구입한 머리와 상체 시뮬레이터는 헤드셋, 헤드폰, 셀푼과 무선 시스템의 오디오를 검사한다. 인간 형태의 머리와 상반신로 구성된 이 마네킨 시뮬레이터에는 귀와 입의 흉내를 내는 장치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귀에는 마이크로폰, 입에는 스피커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마네킨은 텔리커뮤니케이션 장치 제조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검사시스템으로 회사마다 자체 모바일 및 코들리스 전화기 검사에 사용하고 있다.
셀폰의 신호및 음질 검사에 사용되는 머리와 상체 시뮬레이터 마네킨.
검사중 유입되는 불필요한 전자신호를 차단하기 위해 구리와 구리 그물로 만든 방안에는 3만달러짜리 마네킨, 방 바깥에도 온갖 측정 장치와 전선 사이에 그 마네킨의 구형 모델이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 초에 구입한 구형은 한물 간 것 같은 외양이지만 머리에 헤어피스를 끼고 아직 오디오 헤드폰 검사에 이용되고 있다. 인체와 꼭같은 입과 귀의 각도 및 비례를 갖고 있는 신형 마네킨이 전화 시스템 검사에는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검사가 다 이렇게 자체 제작되거나 특수 제조업체에서 구입한 첨단 장비를 이용해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랩탑이 사용중 얼마나 뜨거워지는지를 알아보는 검사에서는 앉아있는 사람의 장딴지 너비만큼 벌어지도록 약간 높이 설치한 판자 위에 랩탑을 놓고 한참 쓰다가 뒤집어서 온도감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그중에는 130도까지 올라가 사람 무릎에 놓았다가는 큰일날 뻔 한 것도 나왔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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