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시 대통령과 케리 상원의원간의 경쟁은 아직도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는 숨가쁜 상황 이다. 과연 누가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다음 번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거리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겨야 한국에 유리할 것인지 저울질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는 언론이나 교회 등 여러 단체와 조직들이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참여하도록 계몽과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등록하게 하고 이미 등록한 사람들은 꼭 투표를 하도록 권유하고 격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주류사회에의 진출을 늘 읊조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어진 기회마다 의견을 제시하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치에 관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탈인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정치에 너무 무관심해서 문제가 되는 듯 싶다.
한국의 집단주의, 획일주의와 크게 대조되는 미국사회의 강한 개인중심주의, 다원주의가 정치적 무관심을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도 미국에 와서는 무관심으로 돌아버리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모두 선거에 참여하자는 서로간의 격려가 중요하다. 그리고 선거에 참여하되 제대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어느 당의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는 판단을 가지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이렇게 상식적인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중에 미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 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양당정치를 해 온 미국에서 각 당은 어떤 이념과 정책을 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후보들 개인에 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고 케리 후보는 어떤 사람인지, 그들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에 관해서 어떤 정책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테러와의 싸움에 대해서 양 후보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대북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누가 더 득이 될지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될 때 경제가 나아지고 사업도 잘 되고 세금부담도 줄고 살기가 편해질까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의료보험, 동성애, 낙태, 사형제도, 인간복제, 환경보존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서도 후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 보고 선택에 임해야 할 것이다.
투표하는 사람들이 뭔가를 알고 판단을 내릴 때 투표자들의 진정한 의도가 반영된 결과가 나온다. 뭐가 뭔지 모르고 그냥 표를 던지는 행위는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인 ‘중우(衆愚)정치’를 낳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 집권여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 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이 뭐가 뭔지 모르고 투표했기 때문에 이 모양이 됐다고 비난하고 있고 또 그 때 잘못 찍었다고 실제로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는 모두가 참여하되 제대로 참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도 ‘나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선택’이라는 강 건너 불이 되고 말 것이다. 미국의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동안 소홀히 했다면, 앞으로 한달 동안 해야 할 숙제가 있다.
장석정/일리노이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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