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유권자에 판단 재료
부통령 토론회 마지막 발언에서 존 에드워즈는 만일 부시-체니에게 표를 던지면 ‘지금과 똑같은 4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반격에 나선 딕 체니는 부시가 그동안 해 온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오랜만에 양측이 ‘지난 4년의 지속성’이란 측면에서 동의한 셈이다.
작은 책상에서 서로 가까이 앉은 채 진행된 토론회는 격렬했다. 체니는 에드워즈의 주장이 너무도 터무니없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에드워즈는 경제문제에 대해 “나는 미국이 이러한 경험을 4년 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체니는 4년 전 조셉 리버맨과의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핼리버튼사의 의혹에 관한 질문에는 에드워즈의 저조한 의회 출석률을 거론하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에드워즈는 어린아이 같은 환한 미소로 진지함이 결여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주 진지했다. 그리고 강했다. 경륜이 부족한 외교정책 분야지만 노련한 체니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졌다.
특히 케리가 반대표를 던진 군비증강법안 가운데 상당수는 체니도 국방장관 재임시절 반대했던 것이라고 응사했다. 부시 행정부의 측근들조차 이라크 전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마당에 체니는 이라크 전쟁은 정당했으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오면 자신은 대통령에게 같은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주었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가 동성애 결혼을 금지하는 헌법수정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동성애자 딸을 둔 체니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신은 부시의 입장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부시에 대한 강력한 충성을 재확인하기만 했다.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않으면서 진정한 토론을 기다려 온 부동층 유권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양측의 입장과 철학을 읽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
민주당 후보가 분위기 주도
부통령 TV토론회를 평가하려면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능수 능란한 토론기술을 제쳐 두어야 한다. 이는 국정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부통령 토론회에서도 민주당 측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딕 체니 부통령은 움츠러드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숙이거나 말을 또렷하게 하지 않았다. 또 사회자가 주는 시간마저 사용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에드워즈가 체니가 최고 경영자로 있던 핼리버튼사의 정격유착에 대해 질문하자 체니는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인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두 부통령 후보는 그 어느 쪽도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못했다.
체니는 케리 후보의 이라크 전략이 무계획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워즈는 이라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했다. 체니는 케리가 주요 정책에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고 강조했다. 1991년 걸프전을 반대했던 케리의 투표 성향도 꼬집었다.
체니는 케리가 2002년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표결을 던졌다가 나중에 민주당 경선에서 전쟁에 반대한 하워드 딘이 선두를 달리자 주둔지원 법안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체니는 “만일 케리가 당내 경선 후보인 딘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알카에다에 맞설 수 있겠는가”고 퍼부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서도 시각의 편차를 보였다. 체니는 부시 행정부가 200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을 때 그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답하지 않았다. 만일 케리와 에드워즈가 이라크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다면 공화당이 케리를 물고 늘어지는 우유부단하다는 꼬리표를 떼 낼 수 있을 것이다.
체니는 자신이 후세인과 9.11의 연계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는 거짓이다. 여기에 대해 에드워즈는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국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할 때는 에드워즈의 압승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허버트 후버 정권 이후 처음으로 일자리를 줄어들게 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자 체니는 슬쩍 교육 이슈로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인지 토론 후반부는 다이내믹하지 않았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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