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유능하고 멋진 주변 젊은이들이 걸맞는 반려자를 만나지 못하고 영양가 없이(?) 그냥 ‘친구’들과만 지내는 것이 정말 안타까왔다. “도대체 만날 기회가 있어야죠. 장래 커리어를 쌓느라 정신없이 바쁘니 데이트 할 시간도 없긴 해요”라는 것이 공통된 변명이었다. 따로 국밥 같은 이들을 남녀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 10년이 훨씬 넘었다.
당시 어렸던 아들들이 이제는 성인으로 다 컸는데도 가끔, 그것도 ‘그냥 친구’라는 여성들과만 어울리는 것을 보니 그 걱정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예전 같으면 결혼적령기인데도 “전문직 평균연령이 32세에서 34세래요”라는 통계나 들먹이며 하루 24시간을 업무, 취미활동, 외국어나 호신술 배우기, 수족관 자원봉사등으로 쪼개서 살고 있다. 주변에서 탐내는 사람들이 ‘좀 보자’ 해도 맞선이나 소개팅에 대해서는 아직 급하지 않은 나이라선지 부정적이다. 보기에도 어찌나 바쁜지 눈에 콩꺼풀 씌워지긴 요원해 보인다.
30세가 훨씬 넘는 노총각, 노처녀 자녀로 속앓이를 하는 부모들이 찾아보면 너무 많다. 자녀교육을 이민 최대목표로 노력했던 이들은 그 결과로 학벌 높고 그만큼 눈높이가 치솟아 있는 자녀 결혼문제에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는 눈에 불키고 요란스런 치맛바람을 휘둘렀던 이들도 결혼문제에는 애초부터 무방비였다. 교육만 잘 시켜놓으면 그럴듯한 배우자는 저절로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혼 조기 교육이라는 단어는 1세들의 사전에는 없는 말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는 말만 듣고 자란 자녀들은 대학, 대학원을 나와 그냥 직업전선에 내몰리고 그 분야에서 지지 않으려 뛰다 보면 30세는 순식간에 넘긴다. 그러다 보니 결혼할 생각도, 시간도, 기회도 없이 고급 하숙생으로 부모 곁에 사는 장성한 자녀들이 급증추세다. 나이 많이 먹고 혼자사는 자녀모습이 보기도 싫고 안타까운데도 ‘결혼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챙피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녀들을 데이팅 서비스나 결혼정보사, 또는 교회나 단체의 결혼관련 프로그램에 밀어 넣는데는 소극적이다.
또 정말 잘 자란 우리 젊은이들을 중국계등 타인종에게 빼앗긴다며 억울해하는 지인들도 많다. 실제 가족처럼 지내는 부부의사의 두딸이 모두 중국계를 장래 남편으로 점찍어놨고 최근 결혼한 친지의 두 아들도 외국인 신부를 맞아 들였다. 그러고 보니 두 커플중 하나꼴로 국제결혼으로 가는 추세다. 특히 여성들이 타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부모들은 되도록 같은 한인끼리의 결합을 간절히 원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결혼교실 프로그램을 십여년 계속해오면서 100여 커플이상을 탄생시킨 김철민씨는 ‘심각한 위기’라고 걱정하고 있다. 그는 “자녀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모들의 계몽, 관심과 협조, 때로는 극성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모들이 어떻게 되겠지,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방관하는 사이 자녀들은 순식간에 빛나는 아름다움과 결혼 타이밍을 같이 놓친다는 것이다. 옆에서 극성스럽게 도와주면 성사되더라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
그의 말에 따르면 첫째 부모가 결혼의 장점이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서로 중매쟁이 역할을 하며 젊은이들끼리의 모임을 자주 주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1대 1 선보기보다는 단체로 대화의 장을 만들어 서로를 알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교회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야 할 차례라고 한다.
부모나 당사자들도 교회등 단체나 또 커뮤니티 전체가 적극적인 중매쟁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노선배도 “공부 실컷 시켜놓은 자식들이 결혼을 안하니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하고 “부모들의 사명은 이제 젊은이들의 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부모의 중매쟁이화 필요성은 동창들과의 모임에서도 자주 회자된다. 워낙 젊은이들이 만날 기회나 시간이 없는 현실을 알기 때문에 내 자녀 뿐 아니라 누구라도 연결시키는 징검다리 사명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동창 연말파티에 성장한 자녀들을 동반하는 프로그램을 짜는가 하면 은퇴 후 함께 비영리 결혼정보기관을 차리자면서 훈련중인 친구도 있다.
부모들이 지금부터라도 내 자녀나 이웃 자녀들의 결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은다면 노총각 노처녀들이 가득해서 무거워지는 분위기는 조만간 밝고 기운차게 바뀔 것이다.
이정인
국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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