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정보 : 연체료와의 전쟁

샌호제에 사는 존 에스커디로는 모든 지불 청구서를 제 날짜에 맞춰 보낸다. 그런데 지난 12월, 셀폰 서비스를 받는 ‘스프린트’에 수표를 단 하루 늦게 보냈다고 40달러의 연체료(late fee)를 청구 받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시하거나 항의하기도 어려운 것이 연체료지만 은행이나 모기지 회사, 케이블 회사의 입장에서는 배우 환영받는 수입원이 바로 연체료다. 그렇다보니 오래 전부터 연체료를 징수해온 크레딧 카드나 모기지, 케이블 회사 이외에 셀폰 회사, 병물 판매사들까지 연체료에 맛을 들이고 있다.

일부 카드·모기지 회사 페이먼트 늑장 접수
분쟁 생겼을 땐 ‘합의절차법 청원서’제출해볼만

그러나 연체료 징수는 대체로 합법적이다. 고객이 한 페이먼트에 즉각 크레딧을 주고 마감일을 명시하는 한 합법이지만 일부 주는 유틸리티 같은 특정 업계는 연체료를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크레딧 카드 발행 은행들은 연체료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주에 본부를 두고 있다.
소비자가 연체료에 대항해 싸울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일단 연체료를 지불한 다음에 항의하라고 충고하지만 하도 연체료 청구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 정부 당국과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들까지 개입하게 됐다.
지난 11월, 연방통상위원회(FT C)와 주택 및 도시개발부(HUD)는 솔트레이크시티의 큰 모기지 서비스회사인 페어뱅크스 캐피털(현재는 실렉트 포트폴리오 서비싱)과 4,000만달러에 합의를 했다. FTC와 HUD에 따르면 페어뱅크스는 소비자의 모기지 페이먼트를 즉각 입금처리하지 않음으로써 불공정하게 연체료를 생성시켰다는데, FTC는 연체료를 비롯한 여러 방법들로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는 다른 회사들을 수사중이다.
연체료 액수도 다양하다. 모기지 회사들은 보통 체불된 금액의 5% 이하를 청구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청구하는 회사들도 있다. 병물 회사인 ‘폴란드 스프링스’는 보통 가정에 배달되는 한달 물 값보다 더 많은 액수인 15달러를 받는다.
미국 크레딧 카드 업계의 연체료는 1997년부터 2003년 사이에 2배도 더 올라 빌링 사이클당 31달러44센트나 된다. 연체료를 징수 당하는 고객도 많아졌다. 많은 은행들이 마감일이 지나도 봐주는 유예기간을 없애 버렸고, 60%가 마감일자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지정하고 있다. 만일 소비자의 페이먼트 수표가 마감시간으로 정해진 오전 10시 이후에 도착했다면 다음날까지 크레딧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웹디자이너 케이트 러터는 지난 6월 웰즈파고 은행으로부터 모기지 페이먼트가 늦었다고 60달러를 청구 받았다. 이미 1개월 전에 모기지 구좌를 폐쇄했으나 스테이트먼트를 받지 못했을 때 일어난 일이어서 당장 전화해 항의한 끝에 60달러는 면제받았지만 전화 사용료 25달러를 내게 됐다.
연체료를 내지 않으면, 특히 크레딧 카드나 모기지의 경우 크레딧 점수에 타격을 입어 장차 비싼 이자를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크레딧 카드 하나에 연체료가 붙으면 그 카드는 물론 다른 카드의 이자율까지 올라갈 수 있다. 카드 회사와 크레딧 회사들이 계속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크레딧 카드는 한 두개만 남기고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모기지의 경우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어떤 회사는 연체료 분쟁이 있을 경우 페이먼트를 받아 놓고도 기록을 하지 않아 소비자를 골탕먹인다. 이럴 때 소송 말고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지만 부동산 합의절차법 제 6항에 의거한 청원서(서식은 www. hud.gov 또는www.mtg professor. com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를 제출할 수는 있다. 그러면 60일 이내로 분쟁을 해결될 때까지 모기지 회사는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이후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면 HUD나 법원에 항소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모기지에 관한 한 연체료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작은 돈 때문에 악몽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는 고객이 지불하지 않은 연체료에 대한 이자에 2차 연체료까지 얹어 청구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월 페이먼트만 보내고 연체료는 내지 않을 경우 페이먼트에서 연체료를 먼저 빼고는 소비자가 그 액수만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 일이 다달이 스테이트먼트에 설명도 없이 반복되다보면 결국에는 크레딧 나빠지고, 페이먼트도 안한 것이 되고, 심하면 유질처분까지 당하게 된다.
정부와 법률가들이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소비자가 연체료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날이 오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동안은 문제의 회사와 인연을 끊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에스커디로는 계약기간이 완료되면 셀폰 회사를 바꿀 예정이고, 러터는 이미 모기지를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

<김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