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보석상을 상대로 가짜 다이아몬드를 진품으로 속여 파는 식의 사기행각을 벌여온 히스패닉계 사기꾼이 한인업주의 기지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카고시 업타운 지역에서 보석상을 경영하는 한인 O씨는 지난 25일, 본보로 전화를 걸어와 지난 16일 부터 두 차례에 걸쳐 3천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힌 보석 사기꾼이 비상경보장치를 통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전해왔다.
이번에 O씨가 사기범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모른 척, 범인이 자신의 가게로 다시 돌아와 추가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유도해낸 기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O씨에 따르면 그와 히스패닉계 사기범과의 만남은 지난 16일 오전 11시쯤 맨 처음 이루어졌다. 자신을 모 보석 도매업체의 제너럴 매니저 진(Jean)이라고 밝히 이 사기범이‘자신이 다이아몬드 도매업자인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테니 한번 물건을 보지 않겠느냐고 접근해 왔던 것. O씨는 이 사기범과의 첫 대면에서는 당연히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진이라는 이 남자가 자신의 회사 이름을 분명히 대지 않고 그냥 ‘모 도매업체’라고 흘러 넘기는 데다 고가의 보석을 취급하는 사업의 특성상 생전 처음 보는 외판원에게 물건을 구입할 수 는 없었던 것. 그러나 O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다이아몬드 감정기로 테스트를 해 본 후에는 마음이 달라졌다. 실험 결과 진품이라고 판정이 나왔으며 보통 도매 가격으로 4~5천 달러나 나가는 1캐럿 짜리 다이아몬드를 1천 5백달러에 팔겠다고 하니 혹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그래서 사기범의 신분이 분명함을 확실히 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 놓고, 나중에 회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오라고 한 다음 1캐럿 짜리 다이아몬드를 1,000달러에 깎아서 구입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다시 업소를 방문한 사기범으로 부터 세팅이 된 다이아몬드 두개를 2천달러에 구입했다. 이번에는 특히 사기범이 주고 간 전화번호를 통해 통화까지 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를 믿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 다이아몬드 상품이 가짜라는 사실은 O씨가 이 제품들을 보석 세팅 공장을 하는 한 친구에게 가져가자 단번에 드러났다. 그 친구 또한 동일범 내지는 같은 패거리로 보이는 사기꾼들로부터 O씨와 똑같은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으며, 그 제품을 한국의 감정사에게 보내 감정한 이후라 확실히 가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O씨는 그 친구가 알려준 대로 특수 보석 감정기를 구입해 제품들을 감정해 보기로 결심했다. O씨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감정기는 100달러 짜리 일반 감정기지만 새롭게 구입한 특수 감정기의 가격은 240달러 선으로 ‘moissanite’라고 하는 한 광석을 판별해 내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 기대를 걸며 O씨는 사기범으로부터 구입한 물건들을 감정기에 갖다 댔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가짜였다. 감정기의 결과는 보석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moissanite라고 나왔던 것이다. 이에 실망한 O씨는 너무 가격이 싼 것에 눈이 어두워 경솔히 행동했던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며 어떻게 하면 그를 잡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22일 사기꾼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O씨가 그 물건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른채 추가로 물건을 더 팔기 위해 다시 접촉해 왔던 것이다. 이번만큼은 그 사기꾼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이씨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드러내지 않은 채 나중에 오라고 전화를 했고 23일에는 경찰에 신고까지 해 두었다. 실제 범인이 체포 되기전 O씨의 전화를 받고 본보의 취재진이 도착한 24일에도 이 사기꾼은 O씨의 업소로 전화를 걸어와 구입 물품과 가격 등에 대해 흥정을 벌이기도 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통화에서 O씨는“오늘은 돈이 없으니 내일 다시 오라고 사기범을 안심시켰으며, O씨를 믿은 사기범은 25일 또 다시 업체로 나타나 결국 비상경보벨을 이용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카고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O씨는 “지금은 이미 범인이 체포됐지만 사실 한인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일보에 미리 연락을 했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가격이 싼 것에 마음이 쏠렸던 만큼 앞으로는 좀 침착하게 가야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며 “이번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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