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복음’ 그리고 모금
엊그제 동성애 스캔들이 터져나온 TBN의 폴 크라우치 목사는 동성애 뿐 아니라 엄청난 축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교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19일과 20일자 LA타임스는 ‘번영의 복음, 신앙과 현찰 위에 세운 목사의 제국’이란 제목아래 크라우치 목사부부가 운영하는 TBN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규모의 기독교 케이블방송인 TBN은 일년에 두차례 실시하는 기도 프로그램(Praise-a-thon)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무려 1억7,000만달러를 걷어들이고 있다. 이 외에도 비디오 판매, 에어타임 대여, 이자수입, 부동산수입 등이 5,000만달러를 상회하는 등 네트 자산이 5억달러가 넘는다.
크라우치 목사가 이처럼 대제국을 이룩한 바탕에는 소위 ‘번영의 복음’(Prosperity Gospel)이라는 ‘내가복음’이 깔려있다. ‘헌금을 많이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번영의 복음’을 외치며 그가 자주 사용해온 독려어구들은 다음과 같다.
“헌금을 하면 하나님이 물질의 축복을 내려주신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꾸어드리는 것이니 곧 돌려주신다” “많이 헌금할수록 많이 받는다” “헌금했는데도 축복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축복을 막고 있는 그 무엇, 즉 충분히 헌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TBN을 통해 은혜 받고도 헌금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의 물질을 도적질한 것이다” “하나님은 없는 가운데 바치는 사람을 특별히 더 사랑하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들 아닌가? 그는 심지어 돈 없는 사람은 크레딧 카드로 내면 30일내로 하나님이 갚아주신다고 했고, 성경 말라기의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는 구절과 ‘주라 그리하면 넘치도록 받으리라’,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는다’는 구절들을 단골로 사용했다.
TBN을 보고 헌금하는 시청자들은 대부분 시골에 사는 저소득층 미국인들, 웰페어를 받는 노인들이 많고 헌금액수는 평균 50달러이하다. 그 헌금들을 모아 사장 목사는 연봉 40만달러, 부사장 아내는 36만달러를 받고 있고 두 아들을 포함해 온 가족이 방송국 간부들이며, 720만달러짜리 전용제트기와 뉴포트비치의 800만달러짜리 저택 2채, 애로헤드 호숫가 별장, 텍사스 목장을 포함해 미전국에 모두 캐시를 주고 구입한 30채의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목사부부의 이러한 호화판 생활에 대해 일부 골수 시청자들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축복이며 열매인 증거’라고 옹호한다니 사람의 우매함이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일까?
이야기가 좀 빗나가지만, 한인 교계에서도 여러 모양으로 실시되는 ‘모금’에 관해 성도들이 주의를 기울이면 좋겠다. 교회 밖에서 사역하는 단체, 목사, 선교사들이 끊임없이 미디어를 통해 모금행사와 캠페인을 벌이고 지원을 호소하는데 그렇게 모금한 돈들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돈을 내는 사람도 묻지 않고, 받은 사람도 발표하지 않으며, 감시하는 눈길도 전혀 없으니 말만 잘하면 ‘공돈’이 굴러 들어오는 ‘모금사역’은 거의 중독성을 띄게 되는 모양이다.
모금이란 것이 아무래도 미디어를 통해야 잘 되는 터라 틈만 나면 타운에서 특수사역을 하는 수많은 단체들은 신문, 방송에 나오려고 아우성을 치는데, 그 결과 같은 사역을 하는 단체들간에 경쟁관계가 형성되어 절대 협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를 헐뜯으며 심한 경우 투서 돌리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는소리’를 잘하여 모금을 잘 한다는 어느 목사는 부자동네에 살면서 자녀들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냈다고 손가락질 받기도 하고, 해외선교를 한다며 툭하면 모금 캠페인을 펼치는 한 단체는 ‘주 사역이 모금’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한다.
특히 가보기 힘든 해외나 오지에서 사역한다며 헌금을 호소하는 경우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북한선교가 한창일 때 북한과 중국을 다니는 목사들 사이에서는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니, 목사를 사칭한 사기꾼과 보따리 장사들이 판을 친다는 등의 이야기가 무성했다.
얼마전 러시아 연해주에 다녀온 한 목사님의 이야기다. 연해주에는 약 200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는데 한국 선교사가 48명이나 나와있다고 하였다. 이중 4명은 교회를 시무하고 있지만 나머지 44명은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파송한 교회나 단체에서 꼬박꼬박 선교비를 보내주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니,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말 오지에서 삶을 바쳐 선교하는 분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일을 하자면 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끊임없이 정기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야만 계속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또 그렇게 꼭 필요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면 미디어보다는 하나님께 호소해야 정상이 아닌가?
돕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낸 돈으로 무슨 일이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경계하자는 것이다. 한국판 ‘번영의 복음’이 나오지 않도록.
정숙희<특집2부 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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