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쟁은 문명의 충돌이다, 아니 근본에 있어 종교전쟁이다. 그보다는 펀더멘털리즘의 충돌로 보아야 한다.…” 펀더멘털리즘(fundamentalism) 논쟁이 유행이다. 본 뜻은 근본주의, 혹은 원리주의 정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당히 다른 뜻을 풍긴다.
나만 옳다. 내 주장은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 상대의 생각, 주장은 전적으로 틀리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 그러니 박멸 대상이란 말이다. 펀더멘탈리즘 하면 대체로 이런 멘탈리티가 연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근본주의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인구동향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이 논쟁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논쟁의 실마리를 먼저 제공한 논객은 필립 롱먼이다. ‘텅 빈 요람’이란 저서를 통해 그는 현대문명, 다시 말해 시장경제 시스템은 앞으로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설파하고 있다.
인구의 와해가 그가 제시하는 핵심의 이유다. 또 하나가 있다. 앞으로 지구촌의 주류를 형성하는 신세대는 근본주의 세대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현대문명이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인가. 그가 던지는 화두다.
이와 함께 새삼 주목받는 부문이 ‘미국의 예외성’이다. 유럽의 몰락이 이야기된다. 일부지만 아랍권에서도 인구감소가 예상된다. 그런데 미국은 예외다. 미국의 출산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반세기동안 1억 정도가 는다는 전망이다.
독일인구는 현 동독지역 인구 정도의 감소가 예상된다. 러시아 인구는 3분의1 정도 줄어들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함께 유럽인구는 최소 20% 이상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인구는 30% 이상이 줄 것이다. 중국 인구도 15억으로 피크를 이룬 후 출산율의 지속적 하락과 함께 20-30%의 감소가 예상된다.
북반구의 이른바 선진산업국들은 하나같이 인구감소의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미국만이 예외인가. 이 부문이 근본주의 논란의 ‘포컬 포인트’다.
유럽과 같은 문화전통이다. 왜 그런데 미국만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는가. 기독교 신앙을 그 주요 ‘팩토’로 보고 있다. 최소한 매주 한번 이상 교회를 가는 사람의 47%는 3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족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비 신앙일수록 그 찬성비율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녀를 둘 것인가, 말 것인가. 몇 명을 둘 것인가. 가정을 결정짓는데 있어 경제보다는 신앙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내려진 결론은 새로 태어나는 미국의 세대는 복음주의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가정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가 더 있다. 이민자다. 미국이라는 시스템, 미국의 가치를 신봉해 이 땅을 찾아와 뿌리를 내린 사람들의 자녀다.
복음주의 기독교를 그는 근본주의로 파악한다. 때문에 이런 종교적 배경의 세대가 미국인구의 주류를 이루고, 동시에 지구촌 저 편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신 세대의 주류를 형성할 때 현대 문명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거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독교 신앙이란 ‘팩토’는 오히려 자본주의 발달의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그리고 유럽의 몰락은 기독교 신앙의 죽음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회의 몰락이 출산율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신앙을 상실한 유럽은 결국 자살 쪽으로 선로를 잡았다는 것이다.
무기력에 가까운 유럽의 평화주의도 이 측면에서 보면 달리 해석된다. 중동사태는 말할 것도 없다. 발칸반도에서 인종청소의 참극이 벌어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직 평화주의의 이름으로.
2세를 낳아 기르기도 귀찮다. 그런데 태어나지도 않을 다음 세대를 위해 병사들을 희생시킨다. 될법한 일인가. 인구는 운명이라는 개념이 바로 유럽에 적용된다는 말이다.
논쟁의 진위는 그렇다고 치고, 이 담론의 밑바닥에서는 한가지 커다란 그림이 발견된다. 사람이 몰리는 곳, 그곳은 생명이 넘치는 곳이다. 생명을 찾아 사람이 몰리는 그곳에는 결국 돈도 몰리고 파워가 집중된다.
그 곳이 결국은 미국이란 게 그 밑그림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의 세기’는 지속된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21세기 중반을 넘는 시간까지는. 또 다른 암시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세기’는 결코 기독교 신앙과 무관치 않다는 암시다. 왜 미국으로 사람이 몰릴까.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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