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에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인들의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금년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 하는 선택은 이라크 전쟁, 경제, 이민, 의료보험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그렇거니와 특히 한반도의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최근의 여러 정보는 한반도 정세가 얼마나 더 긴장되고 불안정하게 흐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주한미군을 3분의 1이나 줄이고 그 중 많은 병력을 이라크로 보내기로 한 부시 행정부의 최근 결정은 이미 나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악수다.
부시 대통령의 유명한 ‘악의 축’ 선언이 나온 후 지난 3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북한정책은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어왔다. 북한에 대한 부시 백악관의 호전적 입장은 사담 후세인 제거라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와 맞물려 김정일 정권의 핵 개발 노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만을 가져왔다.
부시 행정부의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은 부시 대통령 취임 이전 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앞으로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도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존 맥케인 연방 상원의원의 지적대로 부시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은 이라크와 달리 대량 살상무기를 실제로 보유한 정권인 북한을 상대로 미국의 의지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2002년 우라늄 농축 실험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들이대며 북한을 윽박지른 이래 부시 행정부는 실질적 북한정책이라고는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거만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비타협적 태도와 이라크 문제로 정신이 없는 것을 이용해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어려운 협상 끝에 이끌어낸 각종 제한조치를 무시하고 국제 사찰단 축출, 핵 확산 금지조약 탈퇴, 영변에서의 핵 연료봉 재처리를 밀어 부쳤고 조만간 핵실험까지 강행해 ‘최후의 저지선’을 넘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북한은 다자 협상에서 쓸 협상의 도구를 축적하면서 한반도 일대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의미 있는 협상에 참여한다는 결정을 적시에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서 오늘날 미국의 입장은 예전보다 훨씬 약화됐다. 북한은 이 순간 이미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 충분한 핵 억지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북한이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현금을 얻기 위해 ‘깡패 국가’와 테러리스트 집단에 핵 물질을 수출할 수 있는 정도까지 돼 있을 수도 있다.
분명히 북한 핵 위기는 쉬운 해결책이 없는 고도로 복잡한 문제이고 김정일은 자기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짓밟고 있는 예측할 수 없고 위협적인 독재자이며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한국, 미국은 물론 모든 이해당사국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면서 한반도에 긴장만 고조시켰을 뿐이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나면 남북한 할 것 없이 모든 주민에게는 대재앙이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높이는 백악관의 실수는 휴전선 남북을 모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부시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주한미군을 최대로 유지하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약속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공약이야말로 훨씬 현명하고 결연한 의지가 뒷받침된 정책이다.
이처럼 최근 미국과 북한의 상황이 매우 악화됐음에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재미 한인 사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을 둘러싼 위기가 증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같은 현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재미 유대인 사회가 발벗고 나서는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11월 대선에는 한인들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고 그 이해관계는 한국인으로서 미국인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한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우는 이 때 재미 한인들은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 있지 말아야 하며 스스로 진지하게 “과연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한국과 한인사회의 이익을 보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김영옥/미 육군 예비역대령
로버트 주/전 한국 UN 인권대표단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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