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어느때 보다도 본국 여행객이 많았다. 내가 아는 친지만도 10여명이 다녀 갔으니 집집마다 여름이면 고국에서 오는 방문객으로 심히 분주할듯 싶다. LA인근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헌팅턴 라이브러리에 가면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단위로 온 분들이 많다.
최근에 그랜드캐년을 다녀온 K선생님에 의하면 그날 그곳에 도착한 버스가 8대 였다. 많은 인파 가운데 자녀들과 함께 여행 온 한국 분들이 단연 많았다.
K선생님이 탔던 버스에는 초등학교 정도의 어린이가 하도 많아서 마치 수학 여행을 가는 버스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여행객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방학 동안에 해외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왕따를 당한다고 한다. 자녀들이 따돌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무리 해서라도 해외로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어린 시절에 견문을 넓히고 더 넓은 바깥 세상을 구경하기 위함이라면 몰라도 왕따를 면하기 위해서 여행 해야 한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고국의 사회 현상에서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다.
근래에 영주권 없이, 방문자가 그대로 체류하면서 학교에 다닐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려 달라는 전화 문의가 부쩍 늘었다. 여행객중에는 불법 체류자가 되더라도 무조건 눌러 앉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 장래가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하는 지식인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이 미국에 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물을 때 마음이 착잡해 진다.
타운내에서 크고 작은 사업체에 종사하는 분들이 근래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부동산 가격으로 웬만큼 돈을 쥐기 전에는 새로 다른 업종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힘 든다고 한다. 그 한 이유로 본국 자본이 유입됨을 들었다. 투자 이민자가 늘었고 뭉텅이 돈을 가지고 와서 비즈니스를 찾는 사람이 많기에 불과 2, 3년 전에 비해 두 세 배나 뛰었다고 한다. 집 한 채만 팔아도 몇 억을 손쉽게 만질수 있는 한국 사람과 페이먼트로 지불하기에 완불 할 때 까지 내것이 없는 이곳과는 돈의 씀씀이나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본국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외화 유출이 문제되기 시작한 5월부터 7월까지 LA 3대 한인 은행에 송금된 액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배가 늘었다. 이 발표이후 해외송금자에 대해 은행에서 실명을 확인 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만 달러 이하의 송금까지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을 이용하여 편법으로 해외 송금이 이루어져 이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법을 준수하면 오래도록 누릴수 있는 혜택을 이기적인 소수가 법을 어기므로써 스스로 박탈 당하여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까지 피해를 준다.
서울에 계신 친지들과 안부를 주고 받을때 점점 더 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심한 불황으로 외환위기 때 보다 취업난이나 카드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배식소에서는 공급이 따르지 못할 정도라는 말을 한다. 여러 민간단체에서 무료배식을 하고 있으나 평소보다 인원이 늘어 감당할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실정임에도 신형 으로 나온 쏘나타가 3일 만에 1만대의 주문을 받았다는 소식도 있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비가 극과 극을 이룬다.
달가스는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도로 찾자는 구호를 내세워 덴마크를 부흥시켰다. 크고 작은 전쟁으로 국민은 힘을 잃고 토지는 피폐해졌지만 비보르에 재직하면서 토양을 연구한뒤 유트란트의 넓은 들을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우리 민족에게 그 어느때 보다도 한국판 달가스가 필요한 때 일 것 같다.
이곳에서나 본국에서나 양식에 의한 양심있는 행동으로 정직이 생명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바로 우리였으면 한다.
유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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