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의 거장 막스 베버는 그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장로교의 ‘칼빈주의’를 두고 자본주의의 뿌리라고 설파하였다. 칼빈주의가 만연한 곳에서는 반드시 자본주의의 꽃이 만발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그는 장로교의 칼빈주의의 ‘정직과 신의, 근면과 성실’ 등의 제반 윤리관이 근대 자본주의 정신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칼빈주의’로 시작된 장로교를 포함한 모든 프로테스탄트 한인 교회들이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이 미국이나 그것을 숭고한 이념으로 받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조차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군사독재시대의 성장정책과 맞물려 몸집이 커진 한국 교회들이 아직도 그 시대의 낡은 정신적 유물인 성공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위 많은 대형 교회들이 철저하게 세상의 기업들을 닮아서 끊임없는 문어발식 교세 확장이나 도모하고교회가 이미 과밀한 지역에서조차 분열과 수평이동만을 구조적으로 부추기는 ‘지교회’ 또는 ‘개척교회’ 운동이나 벌이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과 전혀 다름이 없는 비윤리적 행위일 따름이다.
성장이 중단된 1990년대부터 한국 기독교계에는 ‘양도둑질, 수평이동’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했다. 기존 교인들의 이동이나 이중 삼중으로 등록된 교인들의 숫자적 성장이나 이동을 두고 꼬집어 하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목회자들이 철새와 같은 이런 교인들의 구미를 자극하여 자신들의 교회에 일단 잡아 두기 위해 분명한 신학이나 목회 이념의 정립도 없이 기복 신앙적 축복이나 날림으로 팔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니 교회는 교회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약화되기만 하고 교회의 목회자들은 값싼 축복이나 팔고 있는 세일즈맨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더 깊은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렇게 축복을 날림으로 팔고 있는 자들 대부분이 무인가 신학교 등을 통해 배출된 자질이 부족한 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이 정상적인 정규 신학 훈련의 과정이 없었기에 올바른 신학이 부재된 채 소위 값싼 ‘축복’만을 도매금으로 파는 기술만 목회에 응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주 한인사회만도 해마다 목사 지망생들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실업자 목사의 수만도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목사의 공급초과 현상이 지속되는 한 한인교회는 계속 분열과 수평이동만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목사의 수만큼이나 교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회들은 앞을 다투어 부설 신학교를 설립하고, 또한 각 교단마다 무인가 신학교를 세워서 저질의 목회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래서 “고등종교의 타락현상은 제일 먼저 성직자의 급증에서 나타난다”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한국 기독교가 처음 수용기에는 사실 베버의 주장이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반증되었다. 성별(聖別)된 생활을 통해 전통 종교와는 달리 “정직과 신의, 근면과 성실, 그리고 절제와 절약” 이라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바 있다. 술, 담배, 아편, 도박, 축첩 등을 개혁해 나가면서 참으로 기독교의 깨끗한 이미지를 펼쳐 나갔고, 또한 주일성수, 효도, 순결 등을 통한 청교도적 생활 운동을 전개했었다.
지금 한국 교회 앞에는 빨간 불이 켜져 있다. 한국 교회가 이제부터라도 더욱 자기 정체성 확립과 엄격한 기독교적 윤리성의 고양에 힘쓰지 않으면 교회는 결국 이 자본주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오염시키거나 타락시키고 말 독약이라는 지적에 심각히 귀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의 정신과 그 윤리가 오늘날 이 혼탁해져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역시도 생산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저력을 회복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조일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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