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들여다보니 감동했어요”
LA 사이언스 센터
해부된 인체·장기 진열
관객 대부분 “아름답다”
인체구조 깨달음 계기도
안드레아 메히아가 ‘플래스티네이션’이란 과정을 거쳐 보존된 인간 시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플래스티네이션’을 발명한 독일 과학자 군터 폰 하겐스 박사가 전시된 시신들 가운데 서있다.
두살바기 사샤 소머는 시신의 발가락이 신기하기만 하다.
시체, 그것도 사망한지 한참 된 것이라면 누구나 기겁을 해 십리 밖으로 도망갈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 현장을 구경하느라 러시아워에도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고, 유혈이 낭자한 공포 영화에 관객들이 몰려 드는 것을 보면 시체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지, 플라스틱 같아 보이게 처리된 25구의 해부된 시체와 갖가지 건강상태의 인간 장기 수십개가 진열된 전시회에는 개막하는 날부터 1,700여명이 몰려드는 성황을 이루었다.
3주전 LA의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에서 개막, 내년 1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인체의 세상: 실제 인간 시신 해부전”은 북미주에서는 처음 열리는 전시회. 1996년 일본에 첫 데뷔한 이래 오스트리아, 스위스, 벨기에, 영국, 대만, 독일의 5개 도시를 거쳐 미국으로 왔다.
어린 관객들은 입으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은 모두 외피가 제거된채 심장, 폐, 간, 근육과 뼈가 핑크색의 불거진 인대와 힘줄로 연결되어 있는 시신들에서 떼지 못한다. 과거 관람객중 일부는 주로 인체의 신성함을 모독했다는 종교적인 이유로 이 전시회를 못마땅해 했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신을 보존하는 과정을 발명한 독일인 군터 폰 하겐스 박사는 “이 전시회에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역사와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지상에서 가장 해부에 친화적입니다. 1550년경부터 300년동안 시체 해부는 공공연히, 주로 교회에서 시행되어 왔습니다. 당시 시체는 과학보다는 종교적 중요성이 더했지요. 신의 창조물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방법이었으니까요”
인간이 달에는 가면서 시신은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데 의문을 품어온 폰 하겐스는 마취및 응급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1977년에 해부한 시신 표본에 반응성 플래스틱을 주입시키는 기술을 발명했다. 현재 ‘플래스티네이션’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보존한 시체들을 전시할 곳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1995년 일본의 한 미술관이 받아준 이후 55만명 이상이 관람했고, 6,000여명이 사후 시신을 플래스티네이션 프로젝트를 위해 기증하기로 했다.
이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 부관장 다이앤 펄로브는 “인체 구조에 대해 잘 배울 기회로 관람객들이 깊이 감동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관람객의 77%가 인간의 몸에 대해 더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설문에 응답했다”고 말한다. 오렌지색 농구공이 오른손에서 튀겨져 나올 듯 코트에서 드리블링 자세를 하고 있는 농구선수 모양의 시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은퇴한 교사 셀마 그레이슨(82)은 “참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복강 뒤의 등 근육의 보여주기 위해 내장을 전부 제거한 시신이 이처럼 진짜일줄은 몰랐다며 그레이슨은 연신 감탄했다.
어떤 것은 만화에서처럼 뺨도 눈썹도 없는 머리통에서 눈알만 튀어 나와 있기도 하지만 실제 생활과 연결시키기 위해 농구 선수, 분필을 잡고 있는 선생님 같은 포즈를 취한 것도 있다. 뛰는 모양의 시신은 근육의 여러층을 보여주기 위해 근육을 절단해 놓았기 때문에 마치 날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줄지어 늘어선 유리병에는 흡연으로 검게 변해버린 폐, 간경화에 걸린 간, 비대해진 심장, 탈장된 내장, 암종양도 있고, 흡연자의 심장과 비흡연자의 건강한 심장을 대비해 놓은 것도 있다.
지난 3년간 이 전시회를 기다려 왔다는 이스트 LA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 락시미 레디 박사는 자신의 학생들을 모두 데리고 견학와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건 진짜 예술입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이 자기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깨달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얼마전 복부 암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관람객 제이 세들릭(66)은 자신의 것과 비슷한 종양 표본을 들여다 보며 “이제야 의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기뻐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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