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전화방, 출장마사지에서 일하는 여성 연쇄살인등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씨(왼쪽)가 18일 오전 서울 봉원사 인근 안산계곡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토막사체발굴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10개월간 부유층.부녀자등 20명 `엽기살인’..토막살해뒤 암매장
범인 26명 살인 주장..경찰, `부산지역 추가범행.공범’ 수사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지난해 하반기 잇따라 터진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사건 등 서울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유씨는 지난해 부유층 노인 등 8명을, 올들어 최근까지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11명을 무차별 살해한 뒤 시내 곳곳에 암매장하는 등 혼자서 모두 20명을 살해하는 역대 최다 살인을 기록,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경찰은 또 인천 월미도 노점상 살인 사건이 유씨의 소행임을 새로 확인, 피해자가 당초 19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히고 부산지역의 추가범행 2건과 서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과의 연관성 등도 수사하고 있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허준영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 및 부녀자 연쇄살인 용의자인 유영철(34)씨를 검거, 일단 절도 등 혐의로 구속한 뒤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범행 개요 = 유씨는 지난해 9월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 침입, 이 집에 살고 있는 모 대학 명예교수인 이모(73)씨 부부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하면서 서울판 `살인의 추억’의 서막을 올렸다.
이어 같은해 10월9일에는 서대문구 구기동에서 주차관리원 고모(61)씨 일가족 3명을 살해했고, 11월에는 강남구 삼성동에서 유모(69)씨를, 종로구 혜화동에서 김모(87)씨와 배모(53.여)씨를 살해했다.
경찰이 유씨 뒷모습을 담은 폐쇄회로TV(CCTV) 화면과 족적을 확보, 수사망을 좁혀오자 유씨는 부유층 노인 연쇄살인을 잠정 중단한 뒤 올해 3∼7월에는 서울지역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11명을 범죄대상으로 삼아 잇따라 살해했다.
유씨는 이어 지난 4월14일 오후 10시께 경찰을 사칭,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서 가짜 비아그라 등을 팔던 노점상을 단속하겠다고 협박, 이 노점상을 미리 준비한 수갑으로 채워 인천 월미도로 끌고가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도 추가로 확인됐다.
◆ 범행 수법 = 유씨는 사전에 범행지역을 답사,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살인을 저지르는 `계획 살인범’의 면모를 과시했고 경찰의 DNA 감식까지 고려해 증거를 없애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부유층 노인 연쇄 살인의 경우 유씨는 길가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부유층 동네의 100평 이상 2층 단독주택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노인 외에 일가족이 함께 있을 경우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쳐서 살해했고 현장에서 현금과 저금통장, 귀중품 등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단순살인이 아닌 부유층과 사회에 대한 `증오범죄’임을 드러냈다.
유씨는 혜화동 노인 살인사건 현장에서 강도로 가장하기 위해 일부러 곡괭이 등을 사용, 금고문을 뜯으내려 한 흔적을 남겼고 이 과정에서 손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자 경찰의 DNA 감식까지 고려해 현장에 불을 질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또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을 토막,살해하면서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피해자 지문을 흉기 등을 이용해 없애고 사체를 검은 비닐봉지로 5-6겹을 싸서 수 차례 운반, 암매장한 뒤 봉지를 다시 거둬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 범행 동기 = 경찰조사 결과, 유씨는 부유층과 여성에 대한 증오감 등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는 절도죄로 수감 중 안마사 일을 하던 부인에게 이혼을 당했고 출소 뒤 전화방에서 일하던 여성 김모씨에게 청혼을 했으나 전과자.이혼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거절당하자 여성과 사회에 대해 막연한 증오심을 키워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유씨가 자신과 일방적으로 이혼한 전처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으나 자녀를 생각해 이를 포기하고 살해 대상을 보도방이나 출장마사지 여성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유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이를 부유층 탓으로 돌리고 서울 시내 일대 고급 주택가를 골라 부유층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 검거 및 수사방향 = 경찰은 유씨가 부산 등지에서 2건의 추가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과의 연관성도 추가수사할 예정이어서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애초 유씨가 26명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며 인천 살인사건이 유씨 소행으로 확인됐고 부산에서 2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유씨가 말한 나머지 피해자 4명과 서울 서남부지역 살인사건과의 연관성도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유씨가 단독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올들어 부녀자 11명이 잇따라 살해된 것을 감안, 공범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유씨는 이달초 서울 역삼동 한 여관에서 여성 출장 마사지사를 감금, 폭행한 혐의로 이달 15일 새벽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14일 출장 마사지사들이 30대로 추정되는 한 손님의 전화를 받고 나가기면 하면 사라진다는 모 보도방 업주의 제보를 받고 유씨를 검거한 것.
유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간질 발작을 일으켰고 경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으며 도피과정에서 자살을 결심한 듯 극약도 구입했다.
유씨는 그러나 도주 12시간만인 16일 오전 영등포역에서 불심검문 도중 다시 경찰에 붙잡혔고 재조사 과정에서 연쇄살인범임을 털어놨다.
경찰은 유씨에 대해 일단 경찰관 사칭 및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수감하는 한편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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