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이동경기자
‘탱크’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가 세계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133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715만달러) 첫날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며 ‘코리아 돌풍’을 예고했다.
최경주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 에이셔의 로열트룬링크스(파71.7천715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폴 케이시(영국)와 토마스 르베(프랑스) 등에 2타차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날 최경주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보기와 더블보기 1개씩을 곁들여 링크스코스에 대한 ‘학습’이 완벽하게 끝났음을 알렸다.
또 최경주는 지난 4월 마스터스 3위에 이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에서 당당한 우승 후보로 등록했다.
초반 3개홀을 파로 막아내며 탐색전을 펼치던 최경주는 ‘반드시 버디를 잡고 가야 하는 홀’로 꼽히는 4번홀(파5.560야드)에서 가볍게 두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며 단숨에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4번홀은 티샷만 정확하게 치면 아이언으로 손쉽게 그린을 공략할 수 있어 지난 89년 대회 때 무려 16개의 이글을 내줬던 ‘보너스 홀’.
기세가 오른 최경주는 6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1번홀(파4)에서도 버디 퍼트를 떨궈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매홀 파세이브가 목표고 버디는 보너스라며 러프와 벙커를 무조건 피해가는 신중한 플레이가 낳은 결과.
화창하고 바람이 거의 없는데다 이틀 전 비가 내려 그린이 다소 무른 조건들도 오전 일찍 경기에 나선 최경주를 도왔다.
그러나 트룬의 심술을 최경주도 피해갈 수 없었다.
잠시 방심한 탓인지 12번홀(파4)에서 샷이 흔들리며 더블보기를 범하며 졸지에 2타를 잃었다.
하지만 최경주의 뚝심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곧바로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뽑아내 분위기를 바꾼 최경주는 15번홀(파4)에서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맞은 1.3m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아 다시 공동선두에 복귀했다.
17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친 뒤 어프로치가 길게 떨어져 1타를 잃은 최경주는 18번홀(파4)에서도 버디 찬스를 만들었지만 회심의 퍼트가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최경주와 2년째 동반 출전한 허석호(30.이동수패션)는 작년 1라운드 때 공동4위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고 중위권으로 밀렸다.
전반에 버디 3개를 작성하며 한때 공동 3위까지 치솟았던 허석호는 후반 들어 5개의 보기를 범하면 1오버파 72타로 공동57위로 처졌다.
`전반홀에 언더파를 치고 후반홀에 오버파를 친다’는 로열트룬의 특성이 ‘코리안 듀오’의 명암을 가른 셈이다.
전날 오후 7시41분 티오프한 허석호는 10번홀까지 보기 없이 3개의 버디를 솎아냈으나 다소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운 홀’이라는 11번홀부터 3개 홀 연속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3타를 잃고 말았다.
허석호는 이후 차분하게 기회를 노리다가 16번홀에서 버디를 낚았지만 17, 18번홀에서 다시 잇단 보기를 범하며 오버파 스코어를 내고 말았다.
지난 2000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우승없이 올해 마스터스 공동 6위가 최고 성적인 케이시와 지난 2002년 이 대회에서 어니 엘스(남아공)와의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우승컵을 내준 르베는 날씨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
특히 르베는 브리티시오픈 출전권 확보가 어려워 아내와 휴가 계획까지 세웠다가 1주일전 열린 스코티시오픈 우승으로 ‘벼락 출전’한 끝에 선두로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케이시와 르베는 5언더파 66타로 마이클 캠벨(뉴질랜드.67타)을 1타차 3위로 밀어내고 공동선두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4룡’ 가운데 비제이 싱(피지)이 한발 앞서 나갔다.
싱은 보기는 2개로 막아내고 버디 5개를 뽑아내 최경주와 함께 공동4위에 올라 생애 첫 브리티시오픈 우승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어니 엘스(남아공)도 2언더파 69타로 공동13위를 달려 2년만에 정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엘스는 ‘우표 딱지’ 8번홀(파3.123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17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파3홀에서 웃다 웃었다.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1언더파 70타로 공동26위에 올라 8개 메이저대회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마스터스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은 링크스코스에 적응이 덜 된 듯 2오버파 73타로 공동73위까지 밀려났다.
지난 200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5위를 차지했던 개리 에번스(영국)는 4번홀(파5.560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이 홀에 빨려들어가는 알바트로스(더블이글)의 행운을 안으면서 3언더파로 최경주와 함께 공동4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벤 커티스(미국)는 1오버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쳐 여운을 남겼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4오버파 75타로 부진, 컷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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