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호전으로 직장인 전직 ‘봇물’
“직원 한명 떠나면 5만 달러 기업 손실”
봉급인상등 이직 막기 위한 선심 공세 강화
경제가 호전되고 고용시장도 살아나면서 보다 나은 직장을 찾아 나서는 직장인들의 이직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직원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봉급을 인상하는가 하면 베니핏도 늘린다. 최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일간 전국지 USA 투데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은 고용시장 호전으로 그간 억눌렸던 직장인들이 보다 나은 기회를 찾아 현 직장을 대거 이탈할 것으로 전망하며 직원들의 이직 막기는 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취업문이 열리고 있는 요즘 고용시장은 경기가 나빴던 수년전 종업원을 쥐어짜던 시절과는 딴판이다.
직원들은 보스 몰래 이력서를 웹에 올리고 있고, 감원의 칼날을 휘두르던 고용주는 직원들을 붙들기 위해 갖은 미소작전을 펴고 있다.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3,4월 들어 기업의 채용은 매우 활발해지고 있는데 구직 최대 웹사이트인 ‘만스터.컴’에 올해 첫분기중 이력서를 올린 사람은 420 만명. 일년전에 비해 44%나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급증한 구직자 숫자도 숫자지만 실업자가 아닌 현 직장인의 전직을 위한 구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 관심을 끈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직원 이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력업체인 ‘파이브 어클락 클럽’에 따르면 현 구직자의 절반이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보다 나은 새 직장을 찾는 경우였다. 지난해만 해도 구직자의 대부분이 현재 실업자였던데 비하면 큰 변화.
만스터.컴에 오른 이력서들도 13%가 ‘비밀(confidential)’이어서 구직자의 상당수가 전직 희망자임을 알게 했다. ‘컨피덴셜’로 이력서를 올리는 경우는 구직중인 사실을 보스가 모르게 하기 위해서다.
경기가 좋아지면 좋은 자리를 찾아 현 직장을 떠나는 직원은 늘어나기 마련이나, 최근의 이직 움직임은 연쇄폭발성을 띠고 있어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불황이었던 지난 수년간 당했던 수모를 미국의 많은 근로자들은 잊지 않고 있다. 경비절감을 빌미로 들이민 감원과 오버워크, 베니핏 감소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던 터다.
‘스피어리언’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종업원의 절반 이상이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나은 자리를 찾아 현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무자비하게 도끼를 휘둘렀던 보스에게 충성을 지켜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난 떠난다” 불만을 꾹꾹 눌러왔던 현 직장인들이 이력서를 내고 있는 이유다.
이들은 상사 몰래 이력서를 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며, 취업 인터뷰에 가기 위해 갖은 변명거리들도 준비해둔다. 사정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고용주측이 몸이 달았다.
“이직을 막아라”. 최고위층으로부터 명령이 하달된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유능한 인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중심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인력 확보 실패, 즉 직원들의 이직은 기업 노하우 유출을 의미하며 기업 손실로 연결된다.
리크루팅 아웃소싱 회사인 ‘스피어리언’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 종업원 한명당 회사가 입는 손실액은 평균 5만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스피어리언은 “이런 위험을 도외시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직원이직과 기업비밀유출을 막기 위한 기업들의 선심공세는 부쩍 강화되는 추세다.
▲‘프락터 갬블’은 휴가를 이틀 추가하는 보너스를 이달에 제공했다. (휴가를 안갈 경우 현금 보상).
▲‘베스트 바이는 종업원 유지 확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올해는 이를 한층 개선하고 베니핏 프로그램도 직원 개인사정에 맞추는 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전사적 차원에서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한층 유연하게 하는 한편 의료 베니핏을 확대하는등 인센티브 플랜을 상향조정했다.
▲‘실버링크 커뮤니케이션’은 종업원들에게 직업상 비밀 준수 계약에 서명토록 하는 한편으로 봉급이 경쟁기업을 능가하도록하는등 보상 체계를 전면 재검토했다.
직원들을 쥐어짜고 봉급인상도 극히 인색했던 시절과는 확 달라졌다.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SHRM)’의 스티브 그로스는 “경기가 나빴던 시절 사용했던 보상 시스템을 폐기할 시점이 왔다. 유능한 직원은 급료를 파격적으로 올려서 붙잡는 보다 차별적이고 유연성있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봉급인상만으로 막을 문제는 아니며 지난 수년간 엄청 늘어난 업무량과 시간 등 근무조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용주들은 종업원을 더 이상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SHRM의 사장 수 마이싱거는 “종업원 확보를 등한시해온 기업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위험성이 크다. 바위덩어리가 내리막을 구르는 형국으로 이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직원을 붙잡기 위한 전쟁은 이미 벌어졌으며 경제가 좋아질수록 그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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