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표현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미시간주에 있는 작은 대학촌 마켓 카운티는 눈과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지만 스키 광들에게는 천국이다. 10년마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선정하는 비영리 기관 파트너스 포 리버블 커뮤니티스는 마켓 카운티를 그 중 한 곳으로 꼽았다.
벤추라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의 하나로 선정됐다. 사진은 벤추라 채널아일랜드 하버의 주택들.
임업이 근간이었던 타코마는 인터넷에 눈을 돌려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사진은 인근의 시애틀.
벤추라·샌디에고·타코마·덴버등
시대적응·인터넷·안전등 필수적
많은 책과 잡지들이 미국 최고의 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그 기준은 기후와 범죄 발생률은 물론 생활비 공립학교 수준 등 다양하다.
파트너스 포 리버블 커뮤니티스는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선정하면서 해당 도시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가를 관찰하고 있다.
지난 20일 워싱턴 DC에서 시상식을 개최한 이 단체는 최근 30년 간 ‘살기 좋은 곳’이라는 개념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마켓 카운티 같은 작고 고립된 지역은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선정되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으로 외부 세계와 연결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켓 카운티 말고도 오클라호마주 털사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 버지니아주의 로노크 인디애나주의 엘크하트 등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30개 지역에 뽑혔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리버사이드 새크라멘토 샌디에고 샌타로사 벤추라 등이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곳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 단체 대학 혹은 재단들이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마켓 카운티의 경우 건강보험이 없는 주민들은 카운티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약국 병원 및 진료소의 무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제 및 커뮤니티 개발을 추구하는 연구 기관인 파트너스 포 리버블 커뮤니티스의 로버트 맥널티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살기 좋은 곳’은 크게 변했다고 말한다.
“살기 좋은 곳의 척도는 처음에는 건축 양식 설계 등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이었다. 이어 창조적 경제력 주민들에 대한 광범한 혜택 지역 보존의식이 중요한 것으로 대두됐다. 그러다가 지금은 도시 운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상공회의소 혹은 컨벤션 및 관광부서의 소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민 계층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는 도시 경관이 중요한 변수였다. 뉴올리언스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경치 때문에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됐다. 80년대에는 산업 일변도에서 탈피, 과거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졌다. 예를 들어 볼티모어와 테네시주 채타누가는 해변 및 강변 지역 재개발로 리스트에 올랐다. 도시 팽창이 교외 지역으로 확산된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범죄를 퇴치하고 과밀학급 빈곤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에 역점을 두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미니애폴리스 등이 살기 좋은 곳으로 선정됐다.
그러면 금년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캘리포니아주 벤추라-샌타바바라와 LA 중간에 있는 이 해변 도시는 과거 석유와 농업이 주를 이뤘었다. 하지만 현재 파타고니아 스포츠 복사 및 팩스의 대명사인 킹코가 자리잡고 있는 이곳은 새로 창업하는 하이텍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
벤추라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캘리포니아의 많은 도시들과는 달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거비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인근 샌타바바라의 주택 중간가격이 80만달러를 호가하면서 벤추라 지역의 집값도 50만달러선을 형성하고 있다.
▲워싱턴주 타코마-시애틀 남쪽에 있는 항구 도시인 이곳은 임업의 중심으로 펄프 공장 등에서 뿜어내는 악취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이 ‘타코마 아로마’는 경기 침체와 환경 보호의식이 고개를 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를 시도한 타코마는 시자체의 텔리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건설로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비즈니스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워싱턴 대학은 낙후된 지역의 빈 창고 건물을 보수, 타코마 캠퍼스를 열었다. 또 산업 폐기물로 오염됐던 인근 27에이커의 대지에는 콘도 아파트 소매점들로 구성된 도시 빌리지가 자리를 잡았다.
▲세인트 폴-미네소타의 주도인 이곳의 인구는 현재 30만명으로 지난 40년 간 감소 현상을 보이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 관내에 대학이 10개나 있는(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총 18개) 세인트 폴은 주민당 대학 숫자가 보스턴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안전하고 깨끗하며 집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세인트 폴은 친밀감과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세인트 폴의 랜디 켈리 시장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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