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선 (수필작가, 보스턴 한미 노인대학 홍보담당)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80% 이상이 부모님이나 가족, 그리고 자신의 “건강”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체육관에서 열심히 체력단련 하는 사람들, 또는 공원에서 걷기 운동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임은 물론이다.
한국에서 위성방송 TV 프로그램이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잡지와 신문 광고란을 보라. 마치 건강 전문 매체 같은 느낌이다. 이 모든 제품이나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건강 정보가 넘쳐난다.
이러한 현상은 더 좋은 세상에서 오래 살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과 아울러,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건강, 다시 말해서 “무병 장수”는 예로부터 현재까지 모든 이들의 관심사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각설이 분분하나, 음식, 휴양, 운동, 정신적인 안정 등 몇 가지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음식. 그래서 식보라는 말도 있고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면 우리는 건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우선은 적게 먹어야 한다. 장자(중국의 사상가, BC 365 ~ 290)에 의하면 “음식을 줄여서 위를 기르고 책을 읽어서 담을 기르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는 “조반 석죽”이라고 아침에는 밥을 먹고 저녁에는 죽밖에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삶을 일컫던 말이 영양공급이 과대하여 탈이 많은 오늘날에는 오히려 건
강을 위한 식사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두 번째는 “고량 후미”, 기름진 음식을 피하자. 기름기 많은 고기류나 새우, 달걀, 오징어, 치즈 등에는 콜레스테롤이 많다. 물론 콜레스테롤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성인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의학적으로도 인정됐다.
세 번째는 식품 고유의 맛을 즐기자.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도 그 조리법에 따라 성분과 맛이 달라진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양념이 진해지면 식품 고유의 맛을 모르게된다. 고유의 맛은 그 식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한의학의 오행설에 의하면 맛이 다른 음식을 먹으면 각 맛들은 그 맛에 연관되는 장기로 들어간다고 한다. 곧 신맛은 심, 매운 맛은 폐, 짠맛은 신, 단맛은 비위에 작용하여 소화기능을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식전에 사탕이나 과자를 많이 먹으면 입맛이 떨어져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단 것을 많이 먹고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단 것을 많이 먹는데서 오는 피해는 소화기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역시 오행 학설에 의하면 단맛은 흙에 속하여 물에 해당하는 신장을 해친다. 신은 신장과 배설, 생식기능, 뼈를 튼튼히 하고 모발을 윤택하게 하는 다양한 기능 체계를 가리킨다. 그래서 옛날 의서에 단것을 많이 먹으면 토극수의 원리에 의하여 신에 해당하는 뼈가 약해지고 머리가 빠진다”라고 쓰여 있음을 본다.
단것을 많이 먹는 어린아이들의 이가 썩는 근본 원인도 세균 때문만이 아니라 단것이 신 기능을 약화시켰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연한 양념으로 담백하게 조리하여 음식 고유의 맛을 알고 먹어야 하는 이유가 이런 데에도 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환경조건에서 살므로 저마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겠으나 식품을 구입할 때나 음식을 조리할 때는 물론 외식을 할 때에도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알아야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음식을 줄여서 위를 기르고 책을 읽어서 담을 키우라. 담은 담대하다는 의미도 있으며 오장육부의 하나인 담(쓸개)도 가리킨다.
담은 중정(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바른 것)의 역할도 하는 기관으로 결단을 내리는 곳이다. 식견이 좁으면 공정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된다. 혼란스러운 건강 정보를 올바로 이해하여 자기 몸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지혜로 결단을 내리자면 음식을 줄여서 위를 기르고 책을 읽어서 담을 키우라는 옛 어른의 가르침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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