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봉제업계에는 높은 종업원 상해 보험료 등 운영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많다. 때문에 업주들은 19일 발효된 개혁법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한 한인 청소업체는 최근 3년새 워컴(종업원 상해보험) 보험료가 3배나 껑충 뛰었다. 업주 K씨는 수익성은 제자리인데 비즈니스 경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올라 죽을 맛이다. C루핑 회사는 현재 시간당 20달러 미만을 주는 종업원의 보험료로 무려 임금 100달러당 80달러를 내고 있다. 그나마 받아 주는 보험사가 많지 않다. 다운타운의 일부 업체들은 실물 경제의 회복은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보험료를 감당치 못해 불법으로 보험 없이 비즈니스를 하다 노동청에 적발되기도 한다. 이 경우 보통 종업원 1인당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 종업원이 다치면 상상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같은 상황에서 워컴 개혁법(SB 899)이 19일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다. 이는 의사방문 횟수 제한, 제네릭 약품 처방, 외래치료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지난해의 워컴 개혁 패키지에 이은 것으로 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인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 법의 제정 배경과 내용, 영향, 업계의 반응 등을 알아 본다.
요통·손목부상·편두통등 애매한 부상 청구 어려워
보험사간 유치경쟁 불러 보험료 25~30% 떨어질듯
봉제·건축업 종사 한인업주들 “운영비 절감” 환영
■배경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워컴 보험료가 최근 4년간 평균 136%나 폭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용주들의 보험료 부담은 전국 50개 주 평균의 무려 2.5배.
또 클레임 액수는 97년의 64억달러에서 지난해 179억달러로 3배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의료수가 인상의 영향도 있지만 사기성 클레임의 증가가 더 큰 원인이라는 게 상의측의 분석이다. 보험료가 살인적으로 오르자 자진 폐업하거나 타주로 떠나는 업체들이 크게 늘었다.
이같은 마켓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20개 이상의 보험사가 파산, 주정부가 설립한 스테이트 펀드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초래했다. 현재 스테이트 펀드에는 50% 이상의 업체들이 가입해 있으며, 한인 업주들의 집중도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혁법 주요 내용
새 법의 핵심은 부상 당한 종업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네트웍’(physician network)을 고용주와 보험사가 공동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진단을 얻어 내려는 ‘닥터 샤핑’을 막기 위해서다. 기존 제도 하에서는 종업원이 고용주와 계약한 의사를 일단 찾아간 뒤 만족하지 못할 경우 30일 이후 자신들이 원하는 의사로 바꿀 수 있었다. 또 독립적인 메디칼 리뷰 프로그램을 운영, 분규를 해결하는 한편 다친 종업원이 네트웍에 속한 의사 3명을 만난 뒤에도 문제가 있을 경우 케이스를 조사, 의사 교체를 허용하게 된다. 의료비 과다 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담당 의사는 진료시 미의사협회(AMA)의 메디칼 가이드라인을 따라 장애 혜택의 수준을 결정하도록 했다. 현 시스템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같은 종류의 부상에 대해 다른 액수의 금전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왔다.
새 법은 또 고용주로 하여금 종업원의 치료 요청을 즉각 허용하도록 의무화했으나 모든 부상을 객관적 분야로 구분하도록 해 요통, 손목관절 부상, 편두통 등의 청구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는 기존 시스템이 사기성 청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는 것이 고용주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새 법에 따르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영구적 장애(permanent disability)를 입은 종업원에 대한 금전 보상은 약 15%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시적 장애(temporary disability)의 혜택은 감소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혜 기간도 과거의 최고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개혁법의 영향
주 정부는 179억달러 규모 워컴 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한 이 법안이 보험사들간의 경쟁을 촉발시켜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25-30%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9일 보잉사의 롱비치 공장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직업을 앗아갔던 전국 평균의 2.5배 수준의 살인적 보험료가 앞으로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간 비용 절감이 40억-60억달러에 달하면서 스몰 비즈니스, 포천 500 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등하는 보험료 때문에 신음하던 업계에 숨통을 터주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30억-50억달러의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법안의 여파로 치솟기만 하던 보험료가 당장 올해부터 소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법에 반발하는 이들도 많다.
종업원 권익옹호 단체들은 “새 법이 고용주들만 배려했다”이라며 “앞으로 다친 종업원의 입지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인업계 반응
봉제업, 건축업 등에 종사하는 한인 업주들은 보험업체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등 개혁법이 보험료에 미칠 실질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들은 주지사가 보험료를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개혁 법이 잘 시행돼 클레임이 줄어들면 많은 보험사들이 워컴 마켓으로 돌아와 결국 보험료 인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배무한 한인봉제협회 회장은 “보험료가 30% 절감된다면 인건비의 7-11%에 달하는 보험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가 많은 봉제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규 업소들은 워컴을 들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에 따르면 업계에는 일을 그만둔 종업원이 변호사를 통해 느닷없이 상해 사실을 통고하는 편지를 보내오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보험사는 법정 싸움을 하기 싫어 변호사측 요구를 들어주고는 보험 갱신 때 보험료를 올려 모든 책임을 업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협회 데이빗 송 손해보험분과 부회장은 “새 법에 대해 궁금해 하는 한인 업주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업주들은 정체불명의 병원에 가서 갖가지 치료를 받아 엄청난 액수를 청구하는 사기성 클레임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기성 클레임 이럴땐 의심을
치료 거부할 경우 집에 연락 안될때
상해보험료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업주들은 사기성 클레임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다음 사항 중 2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사기성 클레임일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사와 의논해 공동 대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단, 아래 사항은 클레임이 직장내에서 입은 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신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에 출근한지 얼마 안 되어 부상을 입었다거나 금요일 오후에 다쳤다며 월요일에 보고할 경우.
▲고용 변화
보고하는 부상이 스트라이크, 전직, 해고 직전 또는 직후, 큰 프로젝트나 계절마다 돌아오는 일을 마치기 바로 전에 발생하였을 경우.
▲의심스러운 변호사
종업원이 선택한 법률 자문인이 과거에 의심스러운 클레임에 연루된 적이 있을 경우.
▲증인의 부재
부상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 없다거나 종업원이 부상의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상충되는 설명
사고에 대한 종업원의 설명에 메디칼 히스토리와 부상에 대한 첫 보고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클레임 전력
클레임을 한 종업원이 과거에 의심스럽거나 법적 분쟁을 초래한 클레임을 여러 차례 했을 경우
▲치료 거부
부상을 입었다는 종업원이 부상의 성격이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진료 절차를 거부할 경우.
▲같은 의사 및 변호사
지나치게 많은 수의 종업원들이 같은 의사나 변호사를 이용할 경우.
▲늑장 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종업원이 클레임을 미룰 경우.
▲연락의 어려움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종업원을 집으로 연락했으나 자주 실패할 경우.
▲잦은 변화
클레임을 한 종업원이 과거에 의사나 주소지, 직장 등을 수없이 바꾼 것으로 드러날 경우.
<김장섭 기자>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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