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폐물 씻어주는 ‘혈액 청소부’ 역할
수치 높을수록 심장병·뇌졸중 줄여
“LDL 안낮아지면 효과없어” 반론도
혈관과 세포막에 흩어져 있는 콜레스테롤은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어 운반체에 실려 간으로 운반되거나 간에서 핏속으로 실려 나온다. 이때 운반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단백이다. 고밀도 지단백(HDL)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가져가 분해하는 역할을 하고, 저밀도 지단백(LDL)은 혈관 벽에 달라붙어 동맥을 경화시킨다.
최근 미국 의학계에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고밀도 지단백)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콜레스테롤이라고 무조건 몸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HDL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간으로 끌고 가 분해시키는 일을 한다. 한마디로 혈액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따라서 HDL의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HDL이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 지단백)의 수치를 낮춰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발생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의사들이 주장해온 콜레스테롤에 대한 정설이다. 전 세계적으로 HDL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며, 지난해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는 콜레스테롤 치료의 전기가 될 ‘변형 HDL’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와 학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컬럼비아 의대는 “HDL 수치가 5㎎/㎗ 올라가면 뇌졸중 발생률이 19% 줄어들며 고령자의 경우 50%나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체 콜레스테롤 중 HDL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가면 심장병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면 10% 이하로 떨어지면 세배 가량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에선 HDL의 효과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들 또한 속속 발표되고 있다. 반론의 핵심은 HDL의 수치가 높다고 항상 좋은 것이냐, HDL이 어떤 경우에 이롭고 또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 하는 것들이다. 일부 의사들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처방할 때 HDL 수치를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결론마저 내리고 있다. 물론 반대론자들도 HDL의 수치가 높으면 좋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HDL이 심장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견해에는 반대한다. 연구결과 HDL이 제대로 작용을 못해 오히려 심장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
펜실베니아 의대의 콜레스테롤 연구 전문가인 대니얼 레이더 박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LDL 수치가 121mg/dl(권고치는 100 미만)로 약간 높았지만, HDL이 72mg/dl(권고치 60 이상)로 높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을 처방하지 않았던 환자가 결국은 혈관이식 수술을 받아야했고, 이후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티븐 니센 박사 또한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HDL 수치는 관상동맥에 침전물이 쌓이는 것과 관련해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중요한 건 LDL로, LDL 수치가 떨어졌을 때 침전물이 쌓이는 것도 둔화됐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연구가들은 “병원들마다 HDL 수치가 높아도 결국 심장병에 걸린 환자들이 꼭 한 두 명씩은 있다”고 말한다.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결국 심장병 예방을 위해선 HDL 수치를 높이는 것과 관계없이 LDL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위험인자는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아니라 LDL 수치라는 얘기인 셈이다. HDL의 효과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HDL의 수치만 믿고 안심하다 심장병에 덜컥 뒷덜미를 잡히기보다는 LDL 수치를 60 혹은 70대까지 낮추기 위해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충분히 노력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선 더 현명한 방법일 듯하다.
몸기능 유지 필수 지방질
콜레스테롤은 몸의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지방질이다.
부신피질호르몬,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등 여러 가지 호르몬의 재료가 된다. 또한 세포를 만드는 필수 성분으로 성장기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꼭 필요하다. 이 시기에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성장에 지장을 받는다.
그런데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이것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초래한다. 혈관이 좁아져 심장근육에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혈관이 녹슨 파이프처럼 푸석푸석해져 조금만 혈압이 올라가도 잘 터지게 된다.
부족하면 각종 호르몬 결핍 등으로 우울증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미 국립 심장 폐 혈액 연구원이 발간한 콜레스테롤 치료기준은 총 콜레스테롤 200㎎/㎗ 미만, LDL 100㎎/㎗ 미만, HDL 6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자각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각종 합병증으로 발전한 단계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평소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고 적절히 관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덜 먹고 더 움직여라
콜레스테롤 낮추려면
연방 보건후생부 산하 국립 폐 심장 혈액 연구원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서 생기는 고지혈증의 1차적인 치료법으로 운동과 식이요법, 체중조절 등 생활습관의 개선을 권한다.
운동은 걷기나 달리기, 등산, 에어로빅, 줄넘기, 수영, 자전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일주일에 3일 이상 해야 하며, 운동 전 3분 정도는 스트레칭 등으로 준비운동을 하고, 한 번 운동을 할 때는 최소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이라면 1주일에 5일 이상을 해야 질환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음식은 적게 먹고 야채류를 주로 먹고 짜지 않게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장 품목은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올리브 기름, 카놀라 기름, 등 푸른 생선 등이다. 동물의 내장이나 간, 알 종류는 콜레스테롤이 많으므로 되도록 피한다. 육류 중에서도 붉은 색이 많이 나는 소고기, 돼지고기는 멀리하고 닭고기나 오리고기처럼 하얀 색이 나는 고기를 먹는 게 좋다. 요리할 때 식물성 기름을 쓰는 것이 좋으나, 식물성 기름도 오래 두면 포화지방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요리한 음식은 바로 먹도록 하고 한번 사용한 기름은 다시 쓰지 않도록 한다. 계란 노른자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200mg 정도이므로 하루에 2개 이상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술은 가능한 마시지 말고 마시더라도 2∼3잔 이내로 줄이도록 하며, 담배는 끊고,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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