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심상정, 단병호,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강기갑, 현애자(왼쪽부터)
민주노동당 당선자 면명
조승수, 심상정, 단병호,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강기갑, 현애자(왼쪽부터)
‘구로공단 미싱사’ ‘6번의 구속과 5번의 수배’ ‘여성 구청장’ ‘YH 사건의 주역’ ‘기인거사의 풍모를 지닌 털보 농민’
15일 17대 국회 진출이 확정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와 지역구 당선자들의 프로필을 들여다 보면 노동자ㆍ농민으로 고단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궤적이 그대로 투영된다. 이들은 하나 같이 “서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진정한 진보 정당이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당원 투표에서 여성 후보 최다득표로 비례대표 1번에 뽑힌 심상정(45ㆍ여) 당선자는 서울대에 재학중이던 1980년 구로공단 남성전기에 입사한 이후 25년간 노동운동 한 길을 걸어왔다. 83년 구로공단 대우어패럴 미싱사로 노조 결성을 주도하다 수배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90년대 초반까지 구로공단 동맹파업 등을 주도한 혐의로 무려 10년간 수배생활을 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심 당선자는 “?벽 같은 수구 보수의 역사를 무너뜨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6번의 구속과 5번의 수배 등 무려 8년5개월 동안 구속ㆍ수배생활을 했던 비례대표 2번 단병호(55) 당선자는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연 ‘철의 노동자’다. 83년 동아건설에 입사한 단 당선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노동운동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90년대초 전노협 의장에 취임, 이전 학생운동가들이 이끌던 노동운동에 현장 노동자 시대를 열었다. 99년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된 뒤 강경 투쟁을 이끌며 지나친 노사대립 양상을 낳았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이를 통해 민주노총의 기반을 다졌다. 평생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고 언제나 점퍼 차림인 단 당선자는 정장을 입고 국회에 등원할지 여부에 대해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특유의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비례대표 3번 이영순(43ㆍ여) 당선자는 99년 당시 울산 동구청장이었던 남편 김창현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뒤 보궐선거를 통해 구청장이 됐다. 고려대 사학과 졸업후 85년 대한모방에 취업,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울산 지역 여성노동운동을 이끌었다.
민노당 선대위원장인 비례대표 4번 천영세(62) 당선자는 한국노총, 전노협, 전국연합 등에서 활동해온 재야운동가 출신. 80, 90년대 노동운동의 맏형 노릇을 하며 진보정당 창설에 대한 민중운동 진영내의 이견을 좁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15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 설치된 멀티비전을 통해 후보들의 선전 소식이 전해지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비례대표 5번 최순영(52) 당선자는 79년 박정희 정권 종말의 단초가 됐던 YH사건의 주역. 26살의 나이로 YH 여공들의 신민당사 농성을 이끌었던 최 당선자는 80년대 광명시에 탁아소를 세워 여성노동자들을 도왔고 91년 부천시의원에 당선됐다.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TV연설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을 회고하며 눈물을 흘리자 “영애가 청와대 뜰을 거닐 때 우린 종일 공장먼지를 마셨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 당선자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해, 그리고 평등과 평화를 위해 일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비례대표 6번으로 당선이 된 강기갑(51) 전농 부의장은 71년 경남 사천농고 졸업후 과수원과 젖소를 키우며 농촌문제에 눈을 떴다.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긴 수염을 기른 기인의 풍모가 트레이드마크인 강 부의장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관과 생각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수염을 깍거나 도포를 벗을 뜻이 없음을 밝혔다.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현애자(42ㆍ여) 후보 역시 농?출신이다. 고향인 제주 지역에서 여성농민회를 조직하고 제주 여성농민회 회장으로 감귤 가격 투쟁, 농가부채 해결투쟁, FTA저지투쟁을 주도했다.
권영길 당선자와 함께 울산 북구에서 지역구 당선을 이끌어낸 조승수(41) 당선자는 민주화운동, 환경ㆍ노동운동, 시의원, 구청장 등 다채로운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98년 울산 북구청장에 당선된 뒤 합리적 사고와 결정으로 노동운동 전력을 우려했던 구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킨 게 당선의 원동력이 됐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두차례 구속되기도 한 조 당선자는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을 반납하는 등 기존 정당 의원과는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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