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경기가 중단된 후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우산들의 행렬.
“비는 누구를 위해 내리나…”
최연소 출전 로즈 단독선두
우즈는 위어와 함께 55위 부진
최경주는 매스터스 첫날 ‘아멘 코너’에서 선전, ‘탑10’출발을 끊었다.
12번홀에서 버디펏을 놓친 타이거 우즈가 하늘을 원망하듯 쳐다보고 있다.
골프신동 출신인 영국의 저스틴 로즈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기뻐하고 있다. 로즈는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선두로 나섰다.
단독선두로 나선 저스틴 로즈(23)는 이날 최경주와 함께 경기한 23살 동갑 애덤 스캇보다 2주 늦게 내어난 이번 대회 최연소 프로선수. 17살이던 지난 98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아마추어로 출전, 마지막 순간까지 우승을 다투다 공동 4위를 차지했던 골프신동 출신인 로즈는 이날 첫 2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출발한 뒤 마지막 2홀에서 버디를 보내는 최고의 스타트와 피니시로 2타차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1번홀에서 스리퍼트로 보기를 범한 것이 이날 유일한 실책.
한편 로즈와 같은 조로 경기한 크리스 드마코는 파3 6번홀(180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기록하는 행운에 편승, 3언더파 69타로 노장 제이 하스와 함께 공동 2위를 달렸다. 드마코의 홀인원은 매스터스 사상 15번째로 96년 레이 플로이드 이후 8년만에 처음 나온 것이며 드마코는 이날 출전선수 중 유일하게 노보기 라운드를 기록했다. 시니어투어 입성을 눈앞에 둔 노장 하스(50)는 버디 4, 보기 1개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선두에 2타차로 육박, 매스터스 역사상 최고령 챔피언 기록수립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에 이어 대런 클락, 크리스 라일리, 알렉스 체카, 어니 엘스 등 4명이 2언더파로 공동 4위권을 이루며 선두를 위협하고 있다. 체카와 엘스는 마지막 홀을 남겨놓고 있다.
반면 타이거 우즈는 이날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샷과 퍼팅은 물론 클럽선택에서까지 모두 난조를 보이며 14번홀까지 플레이한 가운데 버디는 하나도 건지지 못했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로 4오버파를 쳐 공동 55위로 떨어지며 또 다시 우승은커녕 컷 통과를 염려해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디펜딩 챔피언 마이크 위어도 이날 마지막 홀인 파5 15번홀에서 웨지로 친 서드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해 우즈와 같은 4오버파 그룹으로 밀려나 타이틀 방어의 꿈이 희박해졌다. 14번까지 2언더파로 선두권을 달리던 비제이 싱은 15번홀에서 2번이나 볼을 물에 빠뜨리며 트리플보기로 실족, 결국 공동 49위(75타)까지 추락했다. 장타자 잔 데일리 역시 6오버파 78타로 부진, 공동 77위까지 떨어져 컷 통과가 힘들 전망이다. 한편 생애 50번째이자 마지막 매스터스에 나선 아놀드 파머는 12오버파 84타로 마지막 컷 통과 소망이 사실상 무산됐다. 반면 또 하나의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러스는 17번홀까지 2오버파로 선전, 공동 31위를 달려 컷 통과 희망을 이어갔다.
마의 ‘아멘코너‘를 넘어 탑10으로!
생애 메이저대회 첫 탑10 사냥에 나선 ‘탱크’ 최경주(35)가 8일 막을 올린 제68회 매스터스 토너먼트 첫날 경기에서 공동 8위의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조지아주 어거스타의 어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290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1라운드에서 최경주는 버디 5개를 뽑아내고 보기 4개를 범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경주는 오프닝 홀 보기 등 11번홀까지 보기 4개를 범하고 버디는 1개에 그쳐 3오버파로 중위권을 달렸으나 공포의 아멘코너 축이자 어거스타 내셔널의 시그내처홀인 파3 12번홀(155야드)에서 버디를 잡는 것을 시작으로 15번홀까지 4연속 줄버디 행진을 내달리며 단숨에 탑10으로 뛰어오르는 ‘탱크의 저력’을 과시했다. 최경주는 찰스 하월3세, 버나드 랑거, 콜린 몽고메리 등과 함께 단독선두로 나선 저스틴 로즈에 4타 뒤진 공동 8위를 달리고 있다.
최경주의 초반 발걸음은 무거웠다. 1번홀에서 보기로 출발한 뒤 2번홀(파5)에서 버디를 따내 손실을 만회했으나 이후 다음 9홀동안 버디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보기만 3개를 범해 중위권으로 내려갔다. 6번(파3), 8번(파5)홀에서 보기를 범해 전반을 2오버파로 마친 최경주가 후반 2번째 홀인 아멘코너 첫 홀(11번·파4)에서 보기를 범해 다시 1타를 잃을 때까지만 해도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하지만 최경주에게는 특유의 뚝심과 저력이 있었다. 아멘코너의 정점인 12번홀에서 2번홀이후 10개홀만에 다시 버디를 건지며 1타를 만회,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 홀을 마친 뒤 코스에 내린 비로 2시간여동안 경기가 중단됐으나 경기가 재개된 뒤 최경주의 반격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아멘코너 피니시홀(13번·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최경주는 계속해서 14번(파4), 15번(파5)에서 줄버디를 건져 올리며 이날 처음으로 언더파로 내려갔다. 일몰이 다가와 어둑어둑한 가운데 경기한 마지막 3홀에서는 모두 버디펏 기회를 잡았으나 퍼팅한 볼이 모두 아깝게 홀컵을 외면, 더 이상 타수를 낮추지는 못해 결국 1언더파 71타로 마무리. 비록 이날 내린 비로 코스가 다소 소프트해지기는 했어도 출전선수 93명 가운데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93명 가운데 최경주를 포함, 13명에 불과했다.
한편 타이거 우즈를 포함한 18명은 이날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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