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값. 새 일자리. 동성애. 팔레스타인. 테러. 오사마 빈 라덴. 이라크…. 또 뭐가 있나. 그렇다. 북한 핵이다. 웬 단어의 나열인가.
다른 게 아니다. 미국의 대선 레이스, 그 대권가도 곳곳에 잠복해 있는 폭발성 변수들로, 그 중 일부만 열거한 것이다.
개솔린 값을 보자. 계속 오른다. 갤런 당 3달러가 넘는다. 4달러가 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 부시와 케리, 어느 편에게 유리한가. 케리 라고.
30만8,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다. 이건 케리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뉴스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건 현직인 부시에게 득이 되는 소식이니까 말이다.
대형 테러가 발생한다. 유세가 막바지에 접어든 10월의 어느 날이다.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수퍼 컴퓨터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 정치적 파장이 워낙 커서다.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된다. 부시에게 엄청난 호재다. 아니,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아랍권에서 불어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확전인가.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 북한의 도발이다. 이 경우의 손익계산서는.
11월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뭔가 한가지만 터져도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올 대통령 선거의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승률은 66.7%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해 성공한 비율이다. 1912년, 그러니까 윌슨 대통령 이 재선에 나선 이후의 스코어다. 이 기간에 재선에 도전한 현직은 모두 9명. 6명이 성공했다.
재선에 실패한 세 명 중 두 명도 말 그대로 석패다. 제 3당 출현으로 표가 갈려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퀄리티 피칭’을 하고도 패배한 투수 같다고 할까.
완패한 현직은 후버 대통령 하나 뿐이다. 대공황을 맞아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압도적 표차로 밀린 것이다.
그러면 현직인 부시는 후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올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그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박빙의 접전인 데다가 모든 이슈를 일거에 잠재울 폭발성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팅을 한다면 부시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 ‘현직 66% 승률’의 과거 통계도 통계지만 또 다른 돌출변수가 발생해서다. 유대계 표심의 방향전환이다.
유대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유대계의 관심은 주로 사회정의에 쏠려 있었고 소수계의 권익 옹호 정당이란 점에서 민주당의 아젠다가 그만큼 어필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유대계 표의 80%는 민주당지지로 몰렸다. 유대계 정치헌금도 90%가 민주당 행. 유대계와 민주당이 얼마나 유착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이다.
이 표밭에서 그러나 대지진이 일고 있다. 국내 아젠다보다 해외 아젠다가 더 시급성을 띠면서 유대계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향 전환의 분수령을 이룬 시점은 2002년 6월께다.
팔레스타인 자살특공대의 테러가 파상적으로 발생한다. 중동사태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향해 나가고 있다. 불안은 고조된다. 이스라엘의 생존, 그 자체가 위협받는 게 아니가.
이 상황에서 부시가 과감한 중동정책을 표명했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적극 옹호하는 한편 아랍권의 민주화 정책을 밝힌 것이다. 그 시점이 2002년 6월이다.
이 후 현저한 변화가 발생했다. ‘반(反)이스라엘’로 지목된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의 낙선운동이 그 것이다. 그들은 유대계의 로비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 해 중간선거 때의 일이다.
유대계는 이제 민주당의 해외 아젠다에 대해 정밀실사에 들어갔다. 그 잣대는 이스라엘 정책이다. 그러면서 부시와 한 배를 타고 있는 것. 확연한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대계 유권자는 3%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정치적 영향력은 단순 수치로 표시할 수 없다.
막강한 자금력이 우선 그렇다. 접전의 상황에서 소모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게 올해의 대선이다. ‘유대계의 돈’이 그만큼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다.
돈도 돈이지만 언론계 등 미국 사회 각계에서 유대계가 보이고 있는 위상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관련해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2000년 대선은 연방대법원이 결정을 지었다. 2004년 대선은 유대계 표에 의해 판가름 날 수도 있다.”
한국계 유권자의 표심은 어디를 향해 있을까.
옥세철 논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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