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나의 아들 사이먼은 공부하러 뉴욕으로 갔다. 첫 학기에는 학교가 가까운 맨해턴에서 살았으나 벽장 사이즈의 그의 방이 너무 비싸 새 학기에는 브루클린으로 이사갔다. 지난 주 봄방학때 우리 부부는 사이먼을 방문하였다. 나는 뉴욕에 몇번 간 적이 있지만 ‘Big Apple’을 처음 방문하는 아내는 “미국에서 30년 살면서도 뉴욕에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코멘트 하였다.
사이먼은 브루클린에 있는 윌리엄스버그라는 동네에서 작은 아파트를 얻어 살고 있다. 뉴욕 다른 지역에 비해서 집 값이 싼 윌리엄스버그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집중하여 살고 있다고 사이먼이 귀띔하여 주었다. 아들이 살고 있는 동네 주위를 걸어다니며 많은 것을 보았다. 대부분 푸에르토리코와 도미니카 태생들이 사는 동네 한 가운데에 유대인 전통주의자들인 하시딕이 살고 있다. 하시딕이 모여서 사는 동네에 들어갔을 때 마치 외국에 온 기분이 들었다. 히브루로 쓰여진 간판을 붙인 상가 거리에는 특이한 옷차림을 한 남자들이 분주한 모습으로 거리를 오갔다. 검정 외투에 검정 모자를 쓴 남자들의 양쪽 귀밑으로 새끼처럼 꼬아 내린 모습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화요일 날 우리는 맨해턴에 있는 사이먼이 다니는 파슨 대학을 방문하였다. 미술을 전공하는 아들의 화실에 들러 작품을 보는 특별한 대접도 받았다. 아들의 화실과 이웃인 두 명의 한국학생들의 작품도 보며 미술 공부하는 사람들의 일터를 엿보았다. 우리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그라운드 제로 그리고 타임스 광장을 방문하고 센트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사람 구경도 실컷 하였다.
수요일 날에는 브로드웨이 근처에 있는 미네타 스트릿 극장에 가서 ‘쿠킹’이라는 한국 쇼를 보았다. 한국 코미디 쇼가 뉴욕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오랫동안 기대하고 있었던 브로드웨이 쇼 관람을 취소하였다.
‘쿠킹’ 즉 ‘난타’는 다섯 명의 배우들이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벌이는 코미디 쇼이다. 네 명의 요리사들이 사물놀이 곡조에 맞추어 칼자루를 잡고 냄비와 깔판을 두드리며 접시를 공중에 던지고 빗자루를 무기 삼아 쿵후 댄스로 관객들을 웃기는 재미있는 쇼이다. 캐스트 멤버들 모두가 뛰어난 댄스와 연기를 하였는데, 특히 주역을 맞은 핫소스라는 여배우의 환한 웃음이 한층 더 무대를 밝혀주었다.
우리가 관람한 그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고 한다. 그 날 쇼의 수익금으로 유엔을 돕는다고 하여 기분이 더 좋았다. 뉴욕에서 이름난 요리사들이 관객으로 쇼에 참석하여 주중인데도 극장은 만원이었다. 연극을 통하여 한국 문화가 뉴욕에서 전세계로 전하여 지는 기쁨을 맛보았다.
목요일 날 나는 아내와 아들에게 뉴잉글랜드 여섯 개의 주를 하루만에 돌아보는 여행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나는 죽기 전에 ‘나의 에베레스트 산’으로 미국 50개 주를 방문하기로 도전한 적이 있다. 그동안 나는 뉴잉글랜드에 갈 기회가 없었다. 우리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퀸즈와 브롱스를 지나서 코네티컷 주 접경선을 지나 북쪽으로 운전하여 매서추세츠로 가서 버몬트 주 접경선을 넘었다.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뉴햄프셔로 가서, 메인에 들렀다. 메인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하버드 대학교에 들러 저녁을 먹고 어두워졌을 때 로드아일랜드에 발을 들여놓았다.
우리가 브루클린에 도착하였을 때는 밤 10시 반이었다. 나는 ‘나의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98퍼센트쯤 오른 셈이다. 단 한 주가 남았는데 그 주는 델러웨어 주이다. 다음 뉴욕 방문에는 아마 ‘나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와서 이번 여행을 회상하여 본다. 많은 것을 보고 즐기었는데 그중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가족이다. 작은아들 사이먼이 우리를 JFK 공항에 데려다 주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였을 때 큰아들 제커리가 마중을 나와주었다.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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