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 (Jordan) 와이너리
노란 건물벽 18세기 샤토 연상
세련된 분위기속 올리브 숲 장관
카버네 소비뇽·샤도네만 생산
프랑스 정통 스타일 맛·품질 우수
내가 처음 조단 와인을 마신 것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였다. 일행 중에 우리를 초대한 사람이 와인 리스트에서 조단 와인을 골랐을 때 약간 의아했었다. 마치 ‘스미스’ 혹은 ‘존슨’처럼 흔하디 흔한 미국인 성을 딴 와인인데다 디자인도 그다지 특이하지 않았고 가격도 싸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면 절대로 이름만 보고 고르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주문한 조단의 카버네 소비뇽을 한 모금 마시고는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소노마 밸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을 때 마침 동행했던 사람 중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어서 무리를 해가며 조단 와이너리를 찾아갔다. 그러나 다른 와이너리들처럼 큰 길 가에 안내 표시판을 커다랗게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 어렵게 찾아간 와이너리에서는 하루에 단 한 번의 견학이 있을 뿐이고, 그나마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따로 시음을 할 수 있는 곳도 없었으며 단지 와인을 살 수 있을 뿐이라고 했을 때의 실망은 말로 다 못할 지경이었다. 그 다음번 소노마를 방문했을 때는 미리 조단 와이너리에 전화를 해서 견학을 신청하였고, 처음으로 조단 와이너리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다.
조단 와이너리는 기억에 남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노란색 벽의 건물 외관도 18세기 프랑스 샤토를 연상시키는 우아함과 웅장함이 느껴지고, 내부 구석구석도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있으며, 와이너리 뒷쪽으로 펼쳐진 야채밭이며 올리브 나무 숲 또한 장관을 이룬다.
와이너리 입구를 들어가서 한참 올라가면 불과 5~6대의 차를 댈 수 있을만한 주차 공간이 있고, 그 뒤로 하늘을 찌를 듯이 줄 맞춰 서있는 미류나무들 사이로 와이너리 건물이 보인다. 조단 와이너리에서 제공하는 견학 프로그램은 공짜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만큼 빈틈이 없는 매우 길고도 유익한 견학이다. 조단 와이너리 소속 홍보관이 불과 서너명의 손님을 모시고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돌며 와이너리와 와인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마지막에 잘 꾸며진 리빙룸에서 편한 소파에 앉아 와인을 시음하면서 질문도 하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견학을 하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지만, 조단 와이너리는 돈에 구애 받지않고 마음껏 차린 와이너리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식당이며, 부엌, 그리고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주방장을 모셔온 점, 카펫, 오피스, 가구, 그림 등등 어느 것 하나 최고 수준이 아닌 게 없어서 위압감마저 든다.
주인인 탐 조단은 지질학자였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전을 발견한 그는 콜로라도 주에 에너지 회사를 차려서 번 돈으로 1972년 소노마 밸리에 약 1천에이커의 땅을 사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전통적인 프랑스 스타일 와인을 만드는 것이었기에, 그는 우선 카버네 소비뇽을 주 품종으로 하는 클라렛 한가지만을 만들기로 결심하였다.
지질학자답게 카버네 소비뇽, 멜로, 카버네 프랑 등의 품종을 재배하기에 가장 알맞은 땅을 찾아서 그는 당시만 해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소노마의 알렉산더 밸리 땅을 구입하였다.
첫 빈티지는 1976년에 출시되었으며, 당시 와인 메이커였던 랍 데이비스는 현재까지도 조던 와이너리에서 고문 겸 홍보 담당 책임자로 있다.
1982년에 처음으로 샤도네를 생산하면서 지금까지 조단 와이너리에서는 지금까지 카버네 소비뇽과 샤도네 두 품종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엔 약 4천 케이스의 샤도네만을 생산하였지만, 불과 5년 후에 샤도네 생산량이 2만 케이스로 급증하면서, 프랑스의 1급 샤토들처럼 자신이 소유한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겠다는 조단의 첫 계획이 수정되어, 러시안 밸리에서 생산된 포도를 구입하여 25% 정도 섞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현재 조단의 부인 샌드라 조단은 그녀만의 와인과 관련된 콜렉션을 출시하여 와인 컨트리의 품위와 분위기가 느껴지는 여러가지 가정용 제품들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두 곳의 고급 부티크에서 판매하고 있고, 조단의 딸 주디 조단은 조단 와이너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J 와이너리라는 이름으로 피노누아와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조단의 샤도네는 매년 백악관의 중요한 만찬의 와인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카버네 소비뇽은 탐 조단이 처음부터 꿈꾸어왔던 정통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의 적포도주와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 단지 빈티지마다 다소 차이가 있어서, 1997년, 1996년, 1994년, 1990년 빈티지 카버네 소비뇽이 좀 더 뛰어나게 맛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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