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광장
민주주의의 올바른 길
한국 대통령 탄핵과정을 지켜보고 한국은 언제나 참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민주주의를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실천해야할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헌정 질서를 지키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저지하려고 의장석을 점령하고 있는 의원들, 그리고 나중에 국회경위들에게 끌려나가는 모습 등이 연일 CNN을 통해서 방영되는 것을 보고 수치스런 생각이 들었다.
국회에서는 최대한 타협을 통해 안건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의무가 있으나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경우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탄핵 안이 통과된 후 탄핵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집기를 부수는 등 상식이하의 행동이 CNN에 방영되었을 때 난감한 느낌이었다. 정치는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성을 앞세워 냉철히 일을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의 국민들은 주인의식이 결여되어 있은 것 같다. 대통령을 그들의 상관으로 모시는 듯한 느낌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기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으로 행세하는 것 같다. 이런 사고방식이 현실이라면 한국 민주주의는 멀다고 본다. 민주주의의 올바른 길은 국민이 그 나라의 확고한 주인일 때 열린다.
미국은 20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1787년에 제정된 미국헌법의 서문에서 “We the People”이란 세 낱말을 통해서 국민이 권력을 갖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미 국민들은 그들을 대신해서 국정을 다룰 선출된 공복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국민을 위해 봉사토록 하고 있다.
이 관례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 국민들은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의 의식이 투철하고 그리고 국민에 의해 뽑힌 정부대표들도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건전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지난 번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소환선거에서 3년 임기가 남은 현 주지사를 퇴진케 하고 다른 새 주지사를 선출한 바 있다. 이 때 주 주민들이 감정을 떠나 지성적으로 사리를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도 미국 민주주의의 증거다. 한 국민들도 하루 빨리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 의식을 갖게 되길 빈다.
백기덕 한미교육재단 이사장
냉정한 판단 기다린다
조국은 지금 국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초유의 평결을 기다리는 가운데 국론분열과 국력소모를 자행하고 있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하는 소피스트에 반대하여 신을 만물의 척도로 보고 인간은 신 앞에 겸허할 것을 종용하며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일깨워 준 바 있다. 한국 사회학계 원로인 최재석 박사의 저서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에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혼동하고 있는 4가지 그릇된 성격을 신랄하게 비평하였기에 간략하게 인용해 본다.
첫째로 회합 같은 데서 흉금을 털어놓고 진지하게 토의가 전개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포멀한 생활과 사적으로 통하는 인포멀한 생활을 혼동하고 있다.
둘째로 자기편에 대하여는 무조건 호평을 하거나 관대하며 반대편에 대하여는 언급을 회피하거나 악평을 하는 감정적 태도와 이성적 태도를 혼동하고 있다.
셋째로 입후보자는 물론 선거운동원간에 있어서 그 선거가 끝났음에도 다른 모든 일까지도 사사건건 대립이 연장되는 정치생활과 사회생활을 혼동하고 있다.
넷째로 한국사회에서 꼬리를 물고 그치지 않는 부조리의 큰 원인 중 하나가 공적생활에 사적 생활이 혼합 연장되어 공과 사의 구별이 없는 혼동이 문제라고 했다. 이러한 혼동의 성격이 정치적 태도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 아몬드 교수는 이 정치적 정향에는 첫째 정치적 대상에 대한 인식이라는 지적 측면, 둘째 인정이나 동정심에 끌이거나 느낌이라는 정서적 측면, 셋째 미래지향적이며 종합적으로 분석 판단하는 평가적 측면이 있는데 그 중 평가적 정치 정향을 가장 중요시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학설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는 인식이나 감정적인 측면에서 처리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평가적 정치 정향에서 다루어야 하고 또 헌법재판관들이 그렇게 하리라 우리는 믿는다. 다시 말하자면 이념 및 자질, 직무 수행능력, 부정부패 척결의지, 변신 가능성, 국론분열 및 국력소모, 국제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바람직한 후계자 유무 등등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분석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편파적이고 감정적인 입장을 떠나 미래지향적 생각을 해야하며 설령 자신의 뜻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왔다 할지라도 상대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반대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인류사회의 천리를 마음에 새기고 후회 없는 결단이 내려지길 조용히 기다리자.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국민도 문제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반응을 받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신임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의 국가원수의 탄핵은 국민들의 감정만 자극하고 불안케 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를 빼고는 경제나 땅의 크기로 보아도 한국보다는 훨씬 크다. 얼마 전 가주에서도 주지사를 소환했다. 그러나 그 흐름은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소환 주도 단체가 구성되어 주민의 지지를 호소하며 이를 주민 투표에 올릴 수 있는 만큼 이상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주지사 또한 투표 전까지 나름대로 재신임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결과는 소환으로 끝났다.
어느 나라고 탄핵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국민의 지지나 결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탄핵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이 모든 결과는 신임을 못 받는 국회의원들만이 아닌 그런 국회의원을 선출해준 국민의 탓이라고 본다. 국회의장이 말한 자업자득은 국민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만 생기면 연대하여 시위하는 모습, 말로 안되면 몸싸움으로 이어지는 모습, 양보보다는 먼저 차지하려는 모습, 내 것은 중요시하면서 남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 남을 이기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
이러한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방법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더 이상의 싸움은 국가 경쟁력만 감소될 뿐이다.
스티븐 윤/ LA
탄핵할 자격 있나
지금 미국 언론은 한국 대통령 탄핵 발의 사건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로 보도하고 있다.
나는 보수주의를 표방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지금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을 탄핵하는지 묻고 싶다. 과연 그들은 대통령의 잘못을 탄핵 할 수 있을 만큼 떳떳한 사람들이었나.
대학생 시절 나는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던 그 시대 아무리 역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해도 우리가 이런 제도 안에서 무얼 어떻게 바꿀 수 있단 말이냐 하는 냉소주의로 일관 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내가 무관심하던 사이 한국도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젠 한국 정치 문화도 바뀔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걸어 보아도 될 것 같았다.
물론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힘들 거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었었다. 보수라 칭하며 광복 이후 권력의 자리를 이어오던, 부정과 부패에 길들여 있던 사람들이 쉽게 패배를 승복하고 협조하리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한 상황이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전부 잘 했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야당 국회의원들이 보여 준 행동은 나와 2세들에게 결국 조국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어 주었다. 결과도 뻔한데 왜 데모를 해서 최루가스 때문에 나 같은 사람 괴롭게 만드냐고 하던 나에게 한 선배가 던졌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계란에 바위 치기라 해도 지식인들이 깨어 행동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나는 아직 조국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지영/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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