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규
얼마 전 오피니언 난에서 ‘한국의 산업공동화’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글 쓴 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첫째, 그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후한 임금 때문에 채산성을 상실한 철강산업이 하나 둘씩 피츠버그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썼는데, 미국의 철강산업이 쇠퇴한 것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후한 임금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자유무역 정책에 의해 저개발 국가로부터 값싼 철강제품이 대량으로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은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둘째, 노동자들의 임금이란 노동자들이 살고있는 나라나 지역의 생활비에 근거하여 책정되므로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의 임금액수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들 임금의 달러로 환산한 액수가 중국의 그것보다 13.4배가 높다면서 이런 임금수준의 차이 때문에 한국사업가들의 대 중국 투자액이 대폭 증가하게 되고 따라서 한국은 산업 공동화가 가속된다는 주장인데, 이런 주장은 한국이 거쳐온 역사적 사실과,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노동자들을 더욱 억압하기 위하여 퍼붓는 악의에 찬 모략이다.
한국은 식민지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지만 혁명을 거치지 아니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나라다. 그래서 토지소유체제는 식민지시대의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점이 중국과 크게 다르다.
일제가 패망하자 우리 애국 선조 들은 즉시 토지개혁을 단행했지만 미군이 들어와서 그것을 무효화시켰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우리의 독립투사들에게 자금이 흘러 들어갈까 봐 친일파가 아닌 사람이 재산이나 토지를 갖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였다. 즉, 토지소유자는 대개 친일파라는 뜻이다.
70년대와 80년대 우리 노동자들은 중동 등지에서 많은 돈을 벌어 왔었지만 그 돈은 노동자들을 부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토지소유자들을 벼락부자로 만들었다. 수요는 늘어나지만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토지는 시장원리에 맡겨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동산 소유자들로 구성된 한국정부는 토지를 시장원리에 맡기고 있다.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은 작년 한 방송 프로에서 최근 3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500조원에서 1,000조원의 불로소득이 생겼고 그러한 불로소득의 대부분이 50만 명 정도의 주택, 땅 소유자에게 집중됐다고 하면서 이것이 만악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불로소득이란 노동자들로부터의 착취로 얻은 재산을 의미한다. 이 착취체제가 한국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이 착취체제가 한국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으니 그들은 전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흔히들 입만 벌리면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고 떠들지만 노동시장이 유연해 지기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에 의한 착취체제를 없애야하고 친일파들과 그 후손들의 해외로의 재산도피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깨어진 독에 물 붓기다.
토지소유문제와 관련된 정책이나 주장이 늘상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은 정치인들이 대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따라서 자신에게 불리한 법이나 정책을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들 중국의 무서운 추적을 걱정하지만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지난날 중국이 취했던 혁명적 조치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토지를 국유화하든지 그것이 어려우면 토지로 번 불로소득을 정부가 세금으로 거두어 들여 부실화 된 공교육에 투자하여 대학을 더 설립하고 입시지옥을 없애며,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하여 공부는 하고싶은데 돈이 없어 학교 못 가는 자녀가 없도록 해야한다.
국가경쟁력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어 그들을 좌절감에 젖게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을 부동산으로부터 해방시켜 착취의 무거운 짐을 벗게 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생활고에서 벗어나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야 국가경쟁력이 생긴다.
네델란드 형을 본뜨든 영국의 대처리즘을 본뜨든 노사관계의 외형만 본뜨려 하지 말고 그러한 노사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를 먼저 본받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 노동자들 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애국심도 강하다. 그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기 바란다.
(jkhwang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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