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헤지펀드 업체인 퀀텀 그룹의 조지 소로스 회장<오른쪽>이 4일 버클리에서 대담하고 있다.
올해 유일한 프로젝트는 부시의 재선을 막는 것
국제 헤지펀드계의 거장 조지 소로스가 지난 3일 미국 공공정책 포럼인 커먼웰쓰 클럽과 버클리대학의 신문방송대학원 초청으로 버클리를 방문했다. 포럼이 열린 버클리 대학교의 젤라바흐 홀에는 최근 조지 소로스의 부시 낙선운동을 지지하기라도 한 듯, 부시를 반대하는 진보적인 단체 및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빌 쉘 버클리 대학 신문방송대학원 학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포럼에서 조지 소로스는 ‘미국패권의 거품(The Bubble of American Supremacy)’ 이란 주제로 부시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견해와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서 1시간 가량 의견을 나누었다.
우선 캠페인 자금 개혁에 대하여 어느 누구든 언론에 쉽게 접근해야 한다며, 특정한 이익단체가 언론을 독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브라질의 언론매체가 정치 및 정책 광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예로 들며, 언론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국제화 이슈 및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소로스는 현대사회는 국제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정치력이 국제질서를 좌우하고 있다며, 세계 각 국가와 국제단체들은 미국의 주도하에 민주적 정치환경을 공유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중들로부터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분야는 바로 이라크 전쟁을 포함한 부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는 국제사회의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올해 나의 유일한 프로젝트는 부시의 재선을 막는 것이다라고 말해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소로스는 또한 런던경제대학 재학시절 논문을 지도했던 세계적인 석학 칼 포퍼 교수의 제자답게 열린사회(Open Society)라는 단어로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입장을 압축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국제연합의 열린 사회 시스템을 무시한 채 ‘닫힌 사회’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라크 및 북한의 문제에 있어서 쌍무적 관계가 아닌 국제의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왜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것 같은가? 라는 쉘 학장의 질문에 그는 일단 모른다라고 답변한 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라크에 군사력을 동원하는데 오일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중국문제에 있어서 그는 중국은 제조업 및 금융면에서 놀라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거품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경제 성장률이 차차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이 행하고 있는 자선사업에 대하여, 그는 사회에 부를 적절하게 환원하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 뒤, 중요한 것은 인류에게 어떠한 자선행위가 필요한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인간을 해치는데 쓰이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부시행정부의 국방비 증가 행위를 간접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예전에는 스키를 좋아했으나, 요사이 테니스를 즐겨 치고, 토론 및 대담도 아주 즐겨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포럼에 대해, 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매트 율카(19) 학생은 아주 흥미로운 강연이었다며, 부시행정부에 대한 소로스의 발언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최근 발간한 저서 ‘미국 지배의 거품’(The Bubble of American Supremacy)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실속은 없고 위험만 증대시킨다며, 주식시장의 거품에 비유하여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부시대통령의 낙선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며, 2003년 8월부터, 진보적인 시민운동 단체에 1천8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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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는 누구인가?
1930년에 헝가리에서 헝가리계 유태인인 변호사인 아버지 티바다르 소로스(Tivadar Soros)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로스는 영국에서 식당에서의 웨이터로 힘들게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런던경제대학에 진학했으며, 이 학교에서 세계적 석학 칼 포퍼 교수를 만난다. 포퍼 교수는 반전체주의, 반마르크스 성향의 신 우익사상가이자, 양자 역학등 물리학을 철학적 분석틀로 즐겨 사용하던 당대 최고의 과학철학자였다. 소로스는 포퍼 교수의 영향으로 열린사회의 문제를 평생 화두로 삼고 살아간다. 1970년대 말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고향인 헝가리를 비롯한 동구권에 자선사업을 펼치게 된다. 폴란드의 자유노조운동 및 체코의 헌장 77그룹 운동을 지원했고, 1984년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소로스 재단을 건립했다. 이 재단은 헝가리 내에서 보건, 유아교육 및 언론, 법률에 대한 지원으로 체제변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991년에는 헝가리에 중앙유럽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소로스는 세계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퀀텀펀드 회장으로 재직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퀀텀펀드는 운용규모가 84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펀드회사이며, 한국의 서울증권을 인수한 뒤 사상 유례 없는 액면가 60%의 고배당을 실시하여, 인수대금을 충당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유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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