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국 <포토맥, MD>
산업 공동화의 가장 대표적 예로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 시의 경우가 거명된다.
피츠버그는 두 큰 강이 합류하여 내륙지방에 미국 최대의 내륙 항구를 형성했다. 이 항구는 철강석 하역에 안성맞춤이 됐다. 여기에 카네기와 프릭이 철강산업을 건설하였고 이어 멜론이 물려받아 피츠버그는 미국, 아니 세계에서 철강산업의 최대 중심지의 자리를 확보했다.
피츠버그는 이와 동시에 1881년 ‘미국 노동자연합(AFL)’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AFL 덕택에 철강산업 노동자들은 후한 임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임금인상으로 채산성을 상실한 철강산업은 하나 둘씩 피츠버그를 떠나기 시작해 드디어 철강산업은 전무한 상태에 빠졌다. 이 예는 인위적인 임금상승이 산업 공동화를 가져오는 경우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경제연구원이 2003년 8월 발표한 ‘중국경제의 부상과 우리나라 산업정책 방향’의 보고서에 의하면 2001년 국내 제조업의 평균 임금은 월 1,319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의 98달러에 비해 1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임금수준의 차이가 한국의 산업 공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투자액은 1992년 1억2,000만 달러이던 것이 1997년에는 한 해에 22억2,7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의하면 2003년 한국의 노사관계 국제경쟁력지수는 49개국 가운데 47위였다. 국제경쟁력에 있어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한계성에 도달한 것이 나타났다. 이러한 극악 상태에서 일부에서는 ‘1인당 연소득 2만 불‘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허장성세의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한국은 노는 날이 많다. 양력설 음력설 추석 명절에는 연 3일씩 휴일이 계속되고 이래저래 노는 날이 많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현대자동차 및 금속노조 등의 입장에서 보듯 기존 노동조건을 유지하면서 주 5일 근무제를 쟁취하겠다는 자세를 굳히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권 문제에 관한 대선공약에서 약속한 대로 입법안을 마련했으니 이 문제는 2004년의 큰 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다.
다음 한국 노동조합의 전투적인 쟁의 방식이다. 지정된 장소엔 노조원과 동정파업으로 동원된 인원으로 입추 여지없이 꽉 찬다. 파업의 리더들은 예외없이 이마에 붉은 띠를 두른다. 전투적인 구호가 연발되고 리더에 따라 전부가 외친다. 다음 일반 파업참가자들은 리더 하는 대로 손짓 발짓 따라 움직여 장관을 이룬다. 사용자 측에서 볼 때 이는 커다란 위협이다. 많은 한국투자 외국기업가는 이 광경을 보고 위협을 느껴 봇짐을 싸는 경우가 많고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가들은 아예 발길을 돌리기 일수다.
이 광경을 미국에서 흔히 보는 노동자 파업과 비교해 보라. ‘우리는 파업 중입니다’란 구호가 적힌 문자판을 목에 건 채 파업대상 업체의 주변을 돌아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투적인 구호는 들을 수 없다.
한국의 파업 참가 노동자를 위시해 학생, 젊은 층 사이에 반기업적 정서와 집단적 폭력을 옹호하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앞으로 생산 공장은 절대로 짓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오엔스 코닝 등 세계적 회사가 노조의 전투적 자세에 견디다 못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한다. 삼성, LG 등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집중투자 하고 있는 하이닉스 TFT-LCD 같은 핵심산업의 경우 중국 베이징에 40만 평 규모의 TFT-LCD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이 자중하고 그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AFL 탄생으로 고임금의 혜택을 누리고 있던 피츠버그의 경우와 같이 철강산업의 전멸을 초래하는 산업공동화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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