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은 한마디로 지옥이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워렌 하딩이 한 말이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대통령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경제적 번영을 이끌어야 한다. 인권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범죄와 싸워야 하고 테러리즘에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대통령은 그러므로 유능한 CEO여야 한다. 도덕의 수호자이어야 한다. 형제애를 보여야 되고 유능한 장군에, 외교관이 되어야 한다. 치어 리더도 되어야 한다. 위대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하고 중재자가 되어야 하고. 또 뭐가 있더라….
또 대통령 이야기다. ‘대통령의 날’이 낀 달이어서인가. 2월이면 해마다 같은 질문이 되풀이돼 던져진다.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한 나라의 운명은 지도자의 영도력에 따라 좌우된다. 진부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때문에 대통령 평가작업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은 그렇지만 대통령 이야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대통령에 대해 이것저것을 쏟아 놓을 수는 없을 테니 하는 말이다.
위대한 대통령을 평가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패한 대통령을 돌아보는 것도 그에 못지 않다. 한 대통령 역사학자의 말이다. 반 면교사로서의 역할에 의미를 둔 것 같다.
‘실패작’으로 평가되는 대통령들과 관련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한 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우상이었다는 점이다. 또 상당한 기대 속에 인기를 끌던 지도자였다는 것이다.
그랜트, 밴 뷰렌 같은 대통령이 그 대표적 케이스다. 사실 밴 뷰렌은 가장 준비가 잘 된 대통령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당시 정치 1번지 뉴욕을 무대로 입신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위기가 닥치자 무능을 드러냈다. 그 결과 밴 뷰렌은 항상 바닥권 평가를 받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기가 바닥이다.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런 대통령인데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리고 후세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링컨이, 트루먼이 그렇다.
트루먼의 재선은 미국의, 아니 세계의 비극이 될 것이다. 1948년, 그러니까 트루먼이 재선에 나섰을 때 볼티모어 선인가 하는 신문이 한 논평으로 유명하다.
그런 트루먼이 요즘은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올라 있다.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 워싱턴, 그리고 시오도어 프랭클린과 함께 ‘톱 5’에 랭크될 정도다.
제럴드 포드도 기대 밖의 인물이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아서다. 닉슨의 부통령 스피로 애그뉴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사임하자 그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하야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국민이 선택하지 않은 대통령이다.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대통령으로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전 미국이 들끓고 있는데도 전임자 닉슨을 사면한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가 웃음거리로 전락해 국민의 신뢰상실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은 것이다. 한 마디로 위대한 결단이다. 포드는 이 한가지 결단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통령직은 엄청난 부담이다. 실패한 대통령들이 보이고 있는 공통점이라고 한다. 주어진 파워를 즐기면서 대통령직을 향유한다. 성공한 대통령들이 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소를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성공은 리더로서의 자질에 주로 달렸다는 거다. 명확한 비전, 국가와 국민에 대한 투철한 공헌, 특히 위기 시 과감한 결단력이 리더십의 본질로 풀이된다.
트루먼은 이를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건 호랑이 등에 탄 것과 같다. 계속 달려야지 내리면 삼킨다.
이 점에서 미국민은 운이 좋은 편이라는 거다. 역대 대통령의 면면을 보면 호랑이 등을 타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한둘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보니 미국인들이 왜 대통령 이야기를 그토록 즐기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다시 정리해 본다.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국가의 원수다. 국헌을 수호하는 국가 통합의 상징이다. 그 자리에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인물이 추대된다. 그건 국민의 복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상당수의 국민으로부터 의혹과 불신, 심지어 모멸을 받고 있다. 그건 국가의 불운이자 국민의 불행이다.
한국민은 이 점에서 운이 좋은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던져보는 질문이다.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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