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티샷이 나무 숲으로 들어간 최경주가 세컨샷으로 빼낸 볼을 주시하고 있다.
’탱크’는 무난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루키’는 첫 걸음에 삐끗하며 데뷔이후 이어온 100%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기가 어렵게 됐고 ‘황제’도 116대회 연속 컷 통과의 대 기록에 제동이 걸릴 위기를 맞았다.
LA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PGA투어 대회인 닛산오픈(총상금 480만달러) 첫 날 경기에서 최경주(35)는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2개로 막아 2언더파 69타를 쳤다. 64타를 친 선두그룹(시게키 마루야마·숀 머킬)에 5타 뒤진 공동 23위. 하지만 케빈 나(20·한국명 상욱)는 일몰로 마지막 2홀을 마치지 못한 가운데 버디없이 보기 3, 더블보기 1개로 5오버파를 쳐 최하위권인 공동 133위로 밀렸다. 한편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머킬은 이날 7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같은 조로 라운딩한 일본의 시게키 마루야마와 함께 공동선두로 나섰다.
케빈 나가 아이언 샷이 마음대로 가주지 않자 허탕한 심정을 드러내며 아쉬워 하고 있다.
같은 조로 경기, 사이좋게 공동선두로 나선 숀 머킬(왼쪽)과 시게키 마루야마.
◎탱크 최경주- 환상의 벙커샷
이날 하일라이트는 전반 마지막인 9번홀에서 터져나온 환상적인 세컨샷이었다. 티샷이 왼쪽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는데 볼이 벙커 턱 아래쪽에 박혀 라이도 좋지 않았고 스탠스도 나빠 보기는 물론 자칫 잘못하면 더블보기 이상도 가능한 위기였다. 최경주는 벙커들로 중무장한 손바닥만한 그린을 겨냥, 5번 아이언 페이드샷을 구사했는데 볼은 179야드를 훌쩍 날아 핀에서 9피트 지점 그린에 사뿐하게 안착했고 결국 이날 3번째 버디로 연결됐다. 보기가 유력했던 곳에서 버디를 잡았으니 최소한 2타를 번 셈. 최경주는 이 벙커샷을 PGA투어에 들어와서 가장 잘 친 샷이라고 밝혔다. 그전까지 8홀까지 보기와 버디 2개씩을 기록하며 다소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던 최경주는 전반을 마감하는 짜릿한 버디에 감각을 찾은 듯 후반에는 보기없이 파3 16번홀에서 홀컵 2피트 앞에 붙는 환상의 티샷에 힘입어 버디 1개만을 더 추가하며 2언더파 69타로 첫날을 마무리지었다. 특히 어렵기로 소문난 마지막 18번홀에서는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나무숲으로 들어가는 위기를 맞았으나 나무사이를 뚫고 반대쪽 페어웨이 러프로 볼을 빼낸 뒤 94야드 지점에서 플랙스틱에 직접 맞고 홀컵 3피트 옆에 멈춰서는 환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파 세이브에 성공, 기분좋게 라운드를 마감했다.
◎루키 케빈 나- 성장의 아픔
PGA투어 데뷔 후 4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넘어서 컷 통과율 100%를 유지하던 ‘만점 루키’였지만 고향인 LA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특히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듯 첫날 샷이 흔들리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10번홀에서 티오프한 케빈 나는 첫 3홀에서 각각 10, 5, 7피트 버디펏 찬스를 아쉽게 놓친 뒤 다음 2홀에서 보기를 범해 초반부터 감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 남은 홀에서 파 행진으로 전반을 마친 케빈 나는 2번홀에서 티샷부터 시작, 계속 샷이 꼬이는 바람에 뼈아픈 더블보기를 범했고 어둠이 짙게 깔린 이날 마지막 7번홀에서 또 보기가 나와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케빈 나는 아이언샷이 문제였다. 계속 그린을 놓쳤다면서 골프가 그럴 수 있는 것이지만 고향에서 잘 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안 좋아 너무 속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제 타이거 우즈- 연속 컷 통과 기록 위험
우즈가 생애 첫 출전한 프로대회코스지만 아직도 그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리비에라는 이날도 어김없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버디 2, 보기 3으로 1오버파 72타. 컷오프선 바깥쪽인 공동 77위에 머무른 우즈는 2라운드에서 선전해야만 투어기록인 116연속대회 컷 통과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부담을 안게 됐다. 우즈가 마지막으로 PGA대회 1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친 것은 꼭 1년전. 바로 이 리비에라 에서였다. 우즈는 아이언샷이 가장 실망이었다. 드라이브샷은 좋았으나 아이언샷이 나빠 버디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기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머킬과 마루야마가 행크 키니를 1타차로 제치고 공동선두에 올랐으며 디펜딩 챔피언 마이크 위어를 비롯, 프레드 커플스, 커크 트리플렛, 로버트 앨런비 등 이 대회 챔피언들이 5언더파 66타로 공동 4위그룹을 형성했다. 인근 웨스트우드에 집이 있고 리비에라 멤버십을 갖고 있는 마루야마는 이날 자신의 안방코스 어드밴티지를 십분 활용, 8개의 버디를 솎아내며 라운딩 파트너 머킬과 사이좋게 선두로 나섰다.
한편 지난주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10년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장타자 잔 데일리는 3언더파 68타로 공동 13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대회에서 컷 탈락, 12연속 탑10 행진을 마감한 세계랭킹 2위 비제이 싱은 이날도 퍼팅난조로 이븐파 71타에 그쳐 공동 56위의 실망스런 출발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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