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교회 광고 중에서 반주자 혹은 지휘자 청빙광고를 보게 된다. 교역자 청빙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교회가 전문 음악가를 고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회는 지휘자와 반주자, 혹은 독창자에게도 사례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휘, 반주, 독창하는 사람들이 성가대에서 ‘봉사’한다고 말하며 추켜세운다. 교회음악 연주는 봉사인가, 사역인가? 만일 봉사라면 교회는 왜 수많은 봉사자 가운데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사역이라면 그들은 왜 교회 외의 일반무대에서도 연주하거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돈을 받는 것일까?
음악이 전문기술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돈을 지불해야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전문기술을 가진 교인이 교회를 위해 일할 경우 그들에게도 보수를 지급해야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화가가 교회의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였다면. 건축가가 예배당 개축을 위하여 공들여 설계해주었다면, 컴퓨터 전문가가 교회의 전산 시스팀을 설립해주었다면 어떤가.
음악 재능을 갈고 닦기 위해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과 훈련에 대해 교회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들이 그 어려운 훈련을 순전히 교회에서 봉사하려는 목적으로만 쌓아왔다면 납득할 만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교회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 음악계에서 자기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한때 교회의 홍보출판부에서 일하면서 교회 소식지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취재와 인터뷰에 적지 않은 시간을 사용했으며 글을 쓰느라고 끙끙거린 것은 내가 신문에서 쓰는 어떤 기사보다 덜하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교회를 위해 사용한 나의 전문기술과, 그 기술을 닦기 위해 오래 훈련해온 것 때문에 돈을 받았느냐하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나뿐 아니라 교회에서 다른 재능으로 ‘봉사’하는 모든 성도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왜 유독 음악하는 사람들만 교회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 것일까?
오랫동안 한인교회에서 반주해온 한 피아니스트는 그 이유가 “반주자, 지휘자, 솔로이스트는 ‘전문 교회음악인’(professional church musician)이며 교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배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중요한데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고 버벅 대면 예배 자체를 망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교회가 목사나 전도사 찾듯이 지휘자와 반주자를 잘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보수를 받아야할 이유가 “너무 많은 책임과 의무(commitment)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일단 고용이 되고 나면 아무리 아프거나 어려운 사정이 있어도 예배에 절대 빠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설명인데, 만일 그렇듯 교회가 단지 필요에 의해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것이라면 교회음악연주는 절대로 봉사도 아니고, 사역도 아니고, 파트타임 직업일 뿐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지휘자나 반주자를 모집할 때 크리스천이어야 한다고 못 박을 이유가 없고, 음악가 자신도 자신의 재능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고 말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언젠가 매우 이상적인 교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스턴에 있다는 학생 중심의 한 교회 이야기인데 이 교회에는 유명한 뉴 잉글랜드 컨저버토리 음대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학생들끼리 무보수로 서로 일정을 조절해 돌아가면서 반주며 지휘, 찬양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 좋은 음악가들이 많이 있다는 이점 때문이겠지만, 나는 이처럼 교회 예배에서의 찬양이 그 구성원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큰 교회일수록 다양한 인력이 많을 것이고, 작은 교회라 해도 피아노 반주할 사람 하나 없는 곳은 드물 것이다. 많은 한인들이 자녀에게 음악을 한두가지씩 가르치므로 어느 교회나 음악인의 숫자가 적지 않으리라 본다.
초대교회 공동체가 모여서 예배를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성가대와 찬양 시스템이 존재했을 리 없다. 교회 사정에 맞는 예배와 찬양순서를 만들고 이를 위하여 서로 돌아가며 헌신하고 봉사한다면 그보다 아름다운 예배가 없을 것 같다. 그런 곳이 진정한 신앙공동체가 아닐까.
정숙희<특집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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