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세인 앤디 서(PS32 5년)군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아버지 서정옥(에이스냉동 사장)씨는 집안에 엔지니어 출신이 많으니까 컴퓨터 프로그램 등 자기 적성에 맞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은근히 바란다. 하지만 어머니 제니 서(헤어월드 사장)씨는 의사가 돼서 나중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는 사람을 꿈꾸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앤디가 다니고 있는 매스터 박 태권도 관장은 올림픽 금메달 감이라며 태권도 국가대표를 시키겠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정작 앤디의 꿈은 과학자가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을 쓰고 싶다는 거다.
학교에서도 영어, 수학을 잘하지만 특히 작문이 제일 재미있고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글을 쓰는 것도 내심 자신이 넘친다. “어떤 사실을 글로 쓸 때 짧은 문장 안에도 필요한 내용을 잘 요약할 수 있어요.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너무 재주가 많아도 다 살릴 수 없다고는 하지만 꿈 많은 소년에게 남다른 재주가 흠이 될 수 있겠는가. 5세부터 시작한 태권도는 벌써 검은 띠를 맨 어엿한 유단자로 지난해 11월 주지사컵 대회 학생부 플라이급서 은메달을 따냈다. 학교에서는 항상 우수 학급에 편성돼 학업 성적도 뛰어나다.
뿐이랴. 한국에서 동호회 활동을 할 만큼 사진에 남다른 취미를 갖고 있는 아버지에게서 배워 사진 찍는 솜씨도 있다. 아버지 서씨의 말을 빌리면 앵글을 제법 맞춰서 찍을 줄 안다고 한다. 비싼 카메라는 주지 못하더라도 친구들과 놀러갈 때면 줌 기능이 있는 자동카메라 또는 디지털 카메라를 빌려주는데 풍경 사진과 친구들 사진을 그럴싸하게 찍어 온단다. 고만한 또래라면 으레 남을 찍기보다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되고픈 게 더 좋을 나이인데도 말이다.
지난해 여름 앤디는 난생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태권도 합숙 훈련에 참가해 부모님과 한달 반이나 떨어져 지냈다.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지 않았어?’라는 질문에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괜찮았다”며 “주말이면 외가댁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는 게 너무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을 빌리면 처음 겪는 단체 합숙훈련으로 매일 정해진 일과대로 훈련을 하고 자신의 속옷과 양말을 직접 빨아야 하는 등 고생을 톡톡히 했단다. 하지만 무사히 합숙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예쁜 2인용 밥그릇 세트를 선물로 사왔다.
외할머니가 먹고 싶은 거 사먹으라고 준 돈으로 부모님의 선물을 사온 것이다. 특별히 용돈을 줘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부모에게는 외동아들의 첫 선물이었다. 어머니 제니 서씨는 행여나 깨질까봐 찬장에 꼭 모셔두고는 보물처럼 아끼고 있다고 한다.
자기 주장도 확실하다. 피아노를 가르쳤더니 싫다고 그만뒀고 태권도를 배우면서 힘들어해 그만두라고 했더니 ‘왜 내가 좋아하는 걸 엄마가 못하게 하냐’는 등 좋고 나쁨이 확실하다. 옷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아 어머니가 옷을 사왔다가 몇 번이나 바꾸러 다닌 적도 많다. 만두와 라면을 좋아하는 데 만두는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한다. 한국에 갔을 때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으니까 역시 ‘라면’이란다.
미국 이민생활이 다 그렇듯 앤디의 부모 역시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일에 쫓기다 보니 아무래도 늦게 얻은 외동아들을 많이 돌봐주지 못하는걸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래도 앤디는 꿋꿋하게 자신의 재주를 키워가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가서 영어, 문학, 수학,작문 등을 배우고 태권도도 열심이다.
어머니 제니 서씨는 큰 기와집에 매어져 있는 황소를 끌고 오는 태몽을 꾸고 앤디를 낳았다고 한다. 이 덕인지 지난 1월 설날맞이 어린이 씨름대회에 출전해서 경량급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결승에서 너무 안타깝게 져서 분했지만 처음 해보는 데다 2등을 차지한 것도 자랑스럽다”고 어른답게 이야기했다. 이 대회에서 앤디는 ‘얼짱’ 외모에다 남다른 승부욕으로 매경기 멋진 승부를 펼쳐 인기를 독차지했다. 앤디와 같은 재주 많은 2세들이 자라나 한인 사회를 살찌울 미래가 기대된다.
<글=장래준, 사진=김재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